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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경영인’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사장의 나라 걱정

“외국 학생은 기술에 관심, 한국 학생은 취업에 관심”

  • 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sky3203@donga.com

‘스타 경영인’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사장의 나라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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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국내에 반도체 산업이라는 것이 존재했습니까?

“한국반도체라는 회사가 딱 하나 있었어요. 워치칩, 그러니까 시계에 들어가는 칩을 만드는 곳이었어요. 거기서 웨이퍼도 구해오고 도움을 많이 받았죠. 그걸 빼놓고는 없었어요.”

-다른 학생들에 비해 호기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원래 저는 호기심이 많은 데다 ‘얼리 어댑터(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마다 이를 사용해보는 마니아형 인간)’입니다. 플래시 메모리와 관련된 기기가 나올 때마다 빼놓지 않고 써봅니다. 2003년 카메라폰이 나오기 시작할 때의 이야기예요. 일본의 한 카메라 업체 사장이 찾아와서는 ‘모든 휴대폰에 카메라가 들어가면 중저가 디지털카메라 시장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더라구요. 그러나 ‘내 생각에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설득해 되돌려 보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카메라폰에서 ‘주인’은 휴대전화고 카메라는 ‘손님’ 같은 거예요. 카메라에 부착된 손톱만한 공간에 디지털카메라가 갖고 있는 고도의 기능을 다 포함시킬 수는 없거든요. 결국 세계적으로 5억의 휴대전화 소비자들에게 디지털카메라 기능을 선전해주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이야기죠. 그 일본인 사장에게 ‘시간이 지나면 휴대전화를 통해 카메라의 기능을 알게 된 소비자들이 결국 더욱 전문적인 카메라 기능을 찾을 것’이라고 설득했죠. 1년 후쯤 일본에 갔더니 그 회사에 태극기가 걸려 있습디다.”

-인텔에 들어간 것은 앤디 글로브의 영향도 있었겠군요.



“앤디 글로브와는 인텔에서 근무할 때 식사도 자주 했습니다. 앤디 글로브말고 제 반도체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 또 한 명 있어요. 바로 1953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샤클리입니다. 스탠퍼드대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시절에는 명예교수인 샤클리가 바로 앞방을 사용했습니다.”

-인텔의 자문역이라면 명성으로 보나 조건으로 보나 매우 안정된 자리였을 텐데 왜 삼성을 택했나요?

“스탠퍼드에 몸담고 있던 1988년, 일본측 초청으로 열흘 동안 일본 반도체 업체와 도쿄대에서 강의한 적이 있었어요. 인텔이 세계 반도체업계에서 1등을 하기 전엔 일본의 NEC가 1등이었거든요. 일본의 반도체산업을 둘러보고 일본을 뛰어넘는 데 내 인생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가전 같은 완제품 분야에서는 아무래도 일본을 따라잡기 힘들지만 반도체는 기술만 있으면 되니까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 겁니다.”

-삼성전자에 합류할 당시 삼성에서 임원직을 제의했지만 이를 마다하고 부장부터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습니까?

“물론 당시 삼성에서 상당히 좋은 조건으로 임원자리를 제안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내 임무는 ‘관리’가 아니라 ‘미래기술 개발’이었어요. 연구 개발을 위해서는 실험실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수석부장으로 입사했고 그 후로 임원이 되는 데 꼬박 3년이 걸렸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삼성측에서 임원 자리를 제안하면서 내건 여러 가지 혜택을 우습게 안 것이 신기하죠. 당시 부장 월급이 정말 형편없었거든요. 결과적으로 시간이 더 걸리기는 했지만 잘된 일이었어요. 당시 계약직 임원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대부분 중간에 그만두고 다른 길을 걷고 있으니까요.”

“임원 자리 싫소, 부장을 주시오”

-삼성전자에 입사해 가장 먼저 한 것은 무엇입니까?

“사실 이곳 기흥 골짜기에 앉아서 세계 반도체 기술 동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겠어요? 그렇다고 반도체만 20년 동안 해온 NEC니 도시바니 하는 업체와 기술교류에 나설 수도 없는 형편이었어요. 대등하게 교류할 만한 걸 갖고 있어야 기술교류를 하죠. 그래서 스탠퍼드에 몸담고 있던 시절 인연을 맺은 지인들에게 장문의 편지를 써서 우선 기술 간담회를 갖자고 했죠. 그러고 나서는 우리 직원 중에서 정예팀만을 짜서 우선 부딪치게 했습니다.”

-일본 업체들이 잘 협조해주던가요?

“처음에는 그럴 리가 없죠. 게다가 내가 먼저 스케줄을 다 짜서 들이대고 ‘이대로 하자’고 하니 그 사람들이 보면 웃기는 거죠. 여하튼 그런 과정을 거쳐 우리 엔지니어들이 개안(開眼)하기 시작한 거예요. 만날 여기서 기술 개발한다고 파묻혀 있다가 세계 시장에 나가보니까 놀란 거죠.”

황창규 사장은 연구원들에게 늘 일에만 매달리지 말고 연구 논문을 많이 써서 학회에 발표할 것을 강조한다. 당장 매출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일보다 연구 논문 쓰는 일에 매달리라는 주문은 최고경영자로서는 조심스러운 일일 텐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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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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