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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정부 출범, 수렁에 빠진 이라크

치안병력 22만, 그러나 위험하면 도망가는 ‘겁쟁이’

  • 글: 정인환 한겨레 국제부 기자 inhwan@hani.co.kr

임시정부 출범, 수렁에 빠진 이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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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의 형식은 대담해지고 공세의 양상도 고도의 복잡성을 드러냈다. 광범위한 지역에서 동시에 조직적인 집중공격이 이어지면서 ‘테러조직의 중추신경이 존재한다’는 분석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격렬한 저항은 도처에서 점령당국의 발목을 잡았다. 이라크 파병 동맹국과 유엔, 기타 민간단체들은 앞다퉈 이라크에서 빠져나가고, 점령당국(CPA)과 미 정부기관들도 활동요원의 숫자를 급격히 줄였다.

잘 알려진 대로 지난 4월 초부터 수니파 저항세력은 바그다드 서쪽 팔루자와 라마디, 북쪽 사마라와 티크리트 등지에서 점령군에 맞서 격렬한 저항을 벌였다. 같은 기간 강경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는 중남부 카르발라와 쿠트, 나시리야와 쿠파, 나자프는 물론 남부 최대도시인 바스라와 수도 바그다드 외곽에서 점령군을 공격했다. 4월에만 1000여 차례 공세가 이어졌다. 4월 말에 잠시 주춤했던 저항세력의 공세는 5월 들어 다시 폭발적으로 늘어 1200여 차례의 공세가 벌어졌다. 주요전투 종료 선언 뒤 1년여 만에 저항세력은 이라크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든 외국인과 이라크 경찰 등 치안병력 및 그 협조세력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게 된 것이다.

게다가 초기 후세인 정권 지지자들로 구성되었던 저항세력은 외국계 테러리스트, 수니파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이어 강경 시아파 세력까지 포괄하는 등 복잡성을 띠고 있다.

치안력 부재로 수도 바그다드는 물론이고 라마디-팔루자-티크리트를 잇는 수니파 삼각지대로 소요가 확산되더니, 키르쿠크와 모술 등 종족갈등 요인을 안고 있는 북부지역과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던 남부 시아파 지역까지 온 나라가 술렁거린다.

껍데기 주권이양, 무력한 임시정부



미 국무부가 현지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절대다수 이라크인들은 치안환경에 대해 극도의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국무부가 지난 1월초 이라크 5개 대도시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2%가 치안과 안전문제가 가장 걱정된다고 답했다. 1월말 실시한 조사에서는 거리에서 벌어지는 각종 범죄와 소규모 폭탄공격이 가족과 자신의 안전에 가장 큰 위협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6월 중순 실시한 조사결과에서도 이런 여론은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말 부시 대통령이 주권이양 이후 폭력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인정한 것도 이런 상황전개 때문이다. 이에 앞서 존 애비제이드 미 중부군 사령관도 2005년 1월까지 실시하기로 예정된 제헌의회 구성을 위한 총선거를 앞두고 저항세력의 공세가 더욱 격화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이미 5월초 이라크의 미래는 불확실하며, 선거를 앞두고 폭력사태가 더욱 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럼스펠드 장관은 특히 4월과 5월 사이에 미군을 비롯한 동맹군은 이라크 곳곳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으며, 애초 계획한 평화유지 활동은 시작도 못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올해 5월 말까지 10만5000명 수준으로 줄이려던 이라크 주둔군 규모를 2005년 말까지는 13만8000명 수준을 유지하기로 변경 결정했다. 5월24일 부시 대통령은 현지 주둔군 지휘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병력을 더 늘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치안병력, 숫자는 많지만

그러나 임시정부가 주권을 넘겨받은 뒤에도 미군을 포함한 ‘다국적군’이 치안유지의 전면에 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중무장한 외국군이 탱크와 장갑차를 앞세우고 도심에 진주해 있는 것 자체가 치안불안의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가 지난 6월17일 내놓은 이라크 여론동향 분석보고서에서도 많은 이라크인이 동맹군을 치안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문젯거리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비관적인 것은 주권이양 뒤에도 하루 평균 45차례씩 이어지는 저항세력의 공세를 차단할 만한 역량이 임시정부엔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0월 미·영 양국은 전후 이라크 치안확보 계획을 크게 4단계로 나눠 체계화했다.

1단계는 초기 상호협력기로, 동맹군이 이라크 치안병력에 치안유지 권한을 넘기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준비하는 시기다. 2단계는 치안을 현지통제하는 형태로 이행시키는 시기로, 이라크 치안병력이 지역별로 치안유지 책임을 떠맡게 된다. 3단계는 지방정부에 치안책임을 넘겨 이라크 치안병력이 보다 넓은 지역의 치안을 맡게 되는 시기다. 마지막으로 4단계는 전략적 이행 및 주시 단계로, 이라크 치안병력이 국경감시 업무를 포함해 이라크 내부는 물론 외부로부터의 위협까지 전국적인 차원에서 치안유지 책임을 떠맡고 이를 동맹군이 광범위하게 감독·지원하는 시기다. 이런 일련의 단계를 거치면, 위협은 줄어들고 이라크 치안병력의 활동력은 커지며 이들에 대한 이라크 정부의 통제·관리능력도 향상된다는 게 당초 계획이었다.

동맹군은 이라크 치안병력에게 일상적인 치안책임을 단계적으로 이양하면서, 치안유지 병력을 줄임과 동시에 전방배치 병력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통해 핵심 저항세력과 전투를 벌이는 데 집중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에 따라 동맹군은 이라크 치안병력의 작전능력이 강화됐다며 올 2월 예정보다 앞서 치안유지 업무를 넘기기 시작했다. 바그다드를 예로 들면, 동맹군은 시 외곽으로 병력을 옮기고 시내 치안유지를 이라크 치안병력에게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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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인환 한겨레 국제부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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