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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인간 레이더’자임하는 증권가 정보 전령사

‘메신저’‘메돌이’를 아시나요?

  • 글: 홍수용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legman@donga.com

24시간 ‘인간 레이더’자임하는 증권가 정보 전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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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신저’는 주식시장에 떠도는 갖가지 정보를 취합-판단-정리해 제공하는 정보 첨병을 일컫는다. 그러나 묵은 정보, 사실과 다른 정보를 서비스했다간 단박에 ‘메돌이’로 찍혀 왕따 신세가 된다. 아침부터 밤까지 촌각을 다투며 벌어지는 증권사 ‘메신저 전쟁’ 종군기.
24시간 ‘인간 레이더’자임하는 증권가 정보 전령사
“딩동, 딩동….”6월2일 오후 2시. LG투자증권 투자정보팀 이동관(31) 과장의 메신저 프로그램이 메시지 도착을 알리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습관처럼 마우스를 만지작거리던 이 과장의 눈이 번쩍 뜨였다.

‘SK텔레콤, LG텔레콤 인수 추진.’

지점 정보원이 알려온 메시지는 짤막하지만 통신회사 주가에 메가톤급 충격을 줄 만한 재료였다. 출처는 대중성이 떨어지는 통신전문 온라인 매체. 일단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게 급선무다.

마음이 급해졌다. 책상에서 비상연락망을 꺼냈다. 소중한 정보통들이다. 애널리스트, 관련 회사 주요 인사, 증권사 지점 직원 등 모두 현장에서 분초를 다투며 뛰는 사람들이다. 통신사간 인수·합병이라는 초특급 정보의 진위를 5분 안에 확인하기 위해선 이들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이미 주가는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거래량도 갑작스레 늘었다. 이젠 그야말로 시간이 돈이다.

‘SKT, LGT 인수설 사실 여부 확인요(要).’



이 과장이 1000여명에게 집단 메시지를 날리는 데 걸린 시간은 5초. 1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답변이 쇄도했다. 결론은 ‘사실무근.’ 허탈했다. 하지만 주가는 곧 제자리로 돌아가 안정을 찾았다.

이 과장은 주식시장에서 이른바 ‘메신저’로 불린다. 시장에 돌아다니는 갖가지 정보는 대부분 그의 레이더에 걸려든다. 메신저가 시장 정보의 첨병으로 일컬어지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는 보통 주식투자자들보다 반 발짝쯤 앞서 정보를 접한다.

그렇다고 이 과장에게 특급 정보가 들어온다는 건 아니다. 대부분은 이미 업계를 한바퀴 돌고 나서 주식시장에까지 흘러들어온 정보다. 알 만한 사람은 대개 아는 내용이란 뜻이다. 일각에서 메신저를 ‘메돌이’로 깎아내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최근 들어 메신저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주식시장의 향방을 점치기 어려워지자 투자자의 정보 갈증이 극에 달한 탓이다. 메신저는 어떤 이들일까. 그들이 수집하는 정보는 믿을 만할까. 또한 그들은 우리 증시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증권가 3대 메신저

‘메신저’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이라는 뜻이고, 또 하나는 메시지를 쌍방향으로 전달하도록 개발된 통신 프로그램이라는 뜻이다. 일반인에게 “무슨 메신저를 쓰고 있습니까?” 하고 물으면 ‘삼성FN메신저’ ‘미쓰리’ 같은 프로그램 이름을 듣게 되겠지만, 증권담당 기자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질문자는 다음과 같은 답을 듣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FN메신저로 이동관씨가 보내주는 정보를 받는다’.

증권담당 기자와 증권사 직원에게 메신저는 정보원이란 의미가 더 강하다. 증권업계 메신저는 줄잡아 20여명. 이 중 정기적으로 서비스하는 메신저는 3명이다. 앞서 본 LG투자증권 이동관 과장과 동원증권 방원석(32) 대리, 동양종금증권 양갑렬(31) 대리가 이른바 3대 메신저다. 세 사람은 92, 93학번으로 증권 경력 5∼7년차다. 이 과장과 방 대리는 중앙대 선후배 사이.

이 과장이 처음부터 메신저로 활동한 것은 아니었다. 증권업계에 첫발을 내딛던 1998년 그는 대한투신증권 지점과 법인영업부에서 브로커 업무를 맡았다. 이듬해 말부터는 기업분석부에서 인터넷과 소프트웨어 담당 애널리스트로 뛰었다.

“당시만 해도 좋았죠. 인터넷 종목이 펄펄 날았으니까요. 리포트만 쓰면 주가가 뛰어올랐습니다.”

1999년 8월 대우사태가 터지면서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지수가 곤두박질치고 분석 대상 기업들의 실적이 제자리 걸음을 하기 일쑤였다. 그러다 2001년 6월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으로 옮겼다. 초기에는 중소형 우량주를 발굴하는 스몰캡팀에서 근무했다. 시장이 얼어붙었으니 종목 발굴이 잘될 리 없었다. 그해 9월 메신저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3월 투자정보팀으로 옮기면서부터 메신저는 주력 업무가 됐다.

메신저 수요 폭증

동원증권 방원석 대리도 처음부터 메신저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1999년 7월 동원증권 마포지점에서 증권맨 생활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그의 꿈은 애널리스트를 거쳐 펀드매니저가 되는 것이었다. 증권맨들 사이에 ‘엘리트 코스’로 통하는 길을 걷고 싶었던 것.

하지만 2년여의 지점생활 끝에 본사 발령을 받은 방 대리에게 주어진 업무는 기업 분석이 아니었다. 투자정보팀에 근무하며 지점의 요구에 일일이 응대하는 게 주업무였다. 메신저가 된 것도 리서치센터에서 나오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지점에 중계하기 위해서였다.

“그것도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쏘아주는 정보에 따라 주가가 영향을 받는 것을 보며 보람도 느꼈고요.”

방 대리는 이동관 과장이 자신보다 뛰어난 메신저라고 치켜세웠다. “이 과장이 학교 후배이긴 해도 자료를 수집하는 영역이나 속도에 있어선 내가 아직 한참 뒤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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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홍수용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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