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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方外之士 ⑧

중국 화산파(華山派) 여자 장문인 곽종인

“하늘의 이치에 도전하는 것이 진정한 修道”

  • 글: 조용헌 江湖東洋學연구소 소장, 원광대 초빙교수 cyh062@wonkwang.ac.kr

중국 화산파(華山派) 여자 장문인 곽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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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화산파(華山派) 여자 장문인 곽종인

곽 선생은 항상 척추를 곧추세우고 앉는다.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척추 아랫부분인 명문혈을 반듯하게 세워서 앉는 것이 수행자의 도리이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추워서 고생을 좀 했습니다. 난방장치가 없거든요. 화장실도 절벽 끝에 만들어 놓았어요. 물론 수세식이 아니죠. 찬바람이 계곡에서 슁슁 불어와요. 한번 변을 보고 오면 찬바람에 노출되어선지 1시간 가량 배가 아팠습니다. 화산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이처럼 쉽지 않습니다.”

72개 동굴은 수행자들의 요람

화산은 도교성지로 유명하다. 다른 명산들은 도교의 도관과 불교의 사찰이 혼재되어 있지만 화산은 유일하게 불교 사찰이 없고 도교 도관만 존재한다. 여기에는 화산에서 수도했던 진희이(陳希夷)와 관련된 일화가 전해진다. 그는 북송(北宋) 초기 120년을 산 도사로 화산의 옥천원(玉泉院)에서 수도했다.

그는 수공(睡功)으로 유명했는데, 수공이란 잠을 자면서 도를 닦는 공법이다. 그가 한번 수공에 들어가면 49일간 깨지 않고 계속 누워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다. 그만큼 도력이 높았던 그는 송나라를 세운 조광윤의 존경을 받았다.

한번은 황제인 조광윤과 진희이가 화산의 암봉에서 내기바둑을 두었다고 한다. 진희이가 그 바둑에서 이긴 대가로 화산은 정부로부터 세금을 면제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세금을 면제받으면서 화산은 도교만의 성지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 화산은 중국 북파의 중심지가 됐는데, 북쪽 지역에서 도를 닦는 사람 치고 화산을 거쳐가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만큼 화산은 중국의 도사들 사이에서 대표적인 성지다.



중국 도교는 크게 남파와 북파로 갈라진다. 남파는 몸을 먼저 닦고 그 다음에 마음을 닦는다는 노선이고(先命後性), 북파는 마음을 먼저 닦은 다음에 몸 공부로 들어가는 노선이다(先性後命). 이 중 북파를 대표하는 그룹이 전진칠자(全眞七子)이다. 전진칠자 가운데 한 사람인 학대통(?大通)으로부터 화산파가 시작됐다.

전진칠자라 하면 전진도(全眞道)를 창시한 왕중양(王重陽)의 직계 제자 7명을 가리킨다. 7명은 도를 이룬 뒤에 각기 문파를 창립하여 진인으로 추앙받고 있다. 구처기(邱處機 : 1148~1227), 유처현(劉處玄 : 1147~1203), 담처단(譚處端 : 1123~85), 마옥(馬鈺 : 1123~85), 학대통(?大通 : 1140~1212), 왕처일(王處一 : 1142~1217), 손불이(孫不二 : 1119~82)가 바로 이들이다.

화산에는 72개의 동굴이 있는데, 기록에 의하면 이 동굴들은 학대통이 판 것이라 한다. 화산은 암산이라 집을 짓기보다는 동굴수행이 입지조건에 맞았던 셈. 이런 까닭으로 화산에는 동굴이 많다. 학대통은 고층빌딩 유리를 닦는 사람처럼 굵은 밧줄에 매달려 바위 절벽의 중간으로 내려와 동굴을 팠다고 한다. 처음에는 학대통 본인이 수도하기 위해 동굴을 팠으나 완성되면 다른 수도인들이 찾아와 자신이 쓰겠다고 간청했다고 한다. 도량이 넓은 학대통은 자기 동굴을 양보하고 다른 곳으로 가 다시 동굴을 팠다. 이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결국 동굴을 72개나 파게 되었다는 것.

화산에는 자연동굴도 많다. 수백 살 먹은 신선이 살았다는 동굴이 여러 개 포진하고 있다. 이름난 동굴은 옥녀석실(玉女石室), 연화동(蓮花洞), 일월암금동천(日月岩金洞天), 삼원동(三元洞), 장춘석실(長春石室), 호공석실(壺公石室), 서현동(西玄洞) 등이다. 이 동굴을 순례하려면 최소한 1주일은 잡아야 한다. 기록에 따르면 서자평(徐子平) 역시 화산의 동굴에서 수행했다고 한다. 사주명리학의 창시자로, 사주명리학의 고전인 ‘연해자평(淵海子平)’을 쓴 서자평 역시 화산파 도사였다.

‘기도발’ 잘 받는 바위산

섬서성(陝西省) 화음현(華陰縣)에 자리잡고 있는 화산은 전체가 백색 화강암으로 이뤄진 대표적인 바위산이다. 오행에서 백색은 금(金) 기운을 상징한다. 쇠처럼 단단한 기운이 바로 금 기운이다. 도사들 가운데 금 기운이 약한 사람은 화산에서 공부하면 효과를 본다고 한다. 금 기운을 보강받을 수 있기 때문. 금 기운은 결단력과 추진력을 상징한다. 이는 수행자에게 요구되는 필수항목이기도 하다. 이게 없으면 사람이 흐물흐물해져서 어떤 결심도 실천하지 못한다. 그런데 화산에는 금 기운이 엄청나게 장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화산파 검법이 유명했던 이유도 산 자체에서 풍겨 나오는 기운과 무관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바위산은 ‘기도발’이 잘 받는다. 기도에 대한 응답이 기도발이다. 그렇다면 기도발은 어떤 과정을 통해 발생할까. 인간의 의지, 하늘의 뜻, 땅의 기운(地氣), 세 가지 요인이 상호작용해야 한다. 즉 지기가 뭉쳐 있는 장소에서 간절히 기도하면 하늘이 응답한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도처는 모두 지기가 뭉쳐 있는 곳이다. 그리스의 델포이 신전, 인도의 아잔타 석굴, 모세가 십계를 받았다는 시내산, 미국 애리조나주의 세도나(sedona), 한국의 계룡산 등은 하나같이 지기가 강하게 뭉친 곳이다.

지기가 강하게 뭉쳤는지 아닌지는 바위를 보면 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기도처는 모두 바위산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기도발은 바위에서 발생한다. 지구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자석이기 때문에 ‘지자기(地磁氣)’가 계속 방출되고 있다. 이 ‘지자기’는 바위나 암반 속에 들어 있는 광물질을 통해 방출된다. 그래서 인간이 바위산에 앉아 있으면 지자기가 인체에 그대로 전달되는 셈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인체의 혈액 속에도 철분을 비롯한 광물질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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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용헌 江湖東洋學연구소 소장, 원광대 초빙교수 cyh062@wonkw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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