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호

KAL858기 폭파사건 둘러싼 의혹 속에 진실 캐는 ‘출판의 자유’

  • 글: 김현미 차장 khmzip@donga.com

    입력2004-07-30 11: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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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L858기 폭파사건 둘러싼 의혹 속에 진실 캐는 ‘출판의 자유’

    ‘KAL858기, 무너진 수사발표’ 신동진 지음/ 창해<br>‘나는 김현희의 실체를 보았다’ 안동일 지음/ 동아일보사

    1987년 11월29일 오후2시, 115명의 승무원과 승객을 태운 대한항공 858기가 공중에서 사라졌다. 안기부는 북한공작원 김승일과 김현희가 88서울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해 KAL858기에 폭약을 장착해 안다만해 상공에서 폭파시켜 전원 사망케 했다고 발표했다. 범인 김현희는 1990년 사형판결을 받았지만 특별사면을 받고 고백록 ‘이제 여자가 되고 싶어요’를 썼다.

    그러나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김현희가 KAL858기 폭파범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불거져나왔고 ‘안기부 자작극’ 설은 점점 더 정교해졌다. 지난해 출간된 소설 ‘배후’(창해)는 17년 동안 쌓인 의혹을 폭발시킨 다이너마이트였다. 저자 서현우씨는 이 사건이 “4000만 국민을 상대로 한 희대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이 소설이 나온 후 ‘김현희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천주교신부 115인 선언’이 있었고 MBC ‘PD수첩’,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이 사건의 의혹에 초점을 맞춘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진실 찾기는 올해도 계속돼 5월 KBS가 ‘KAL858기 미스터리’를 두 차례 방영했고, 일본인 저널리스트 노다 미네오가 1990년에 쓴 ‘나는 검증한다 김현희의 파괴공작’(창해)도 뒤늦게 번역 출간됐다. 저자는 직접 김현희의 여정을 추적한 뒤 KAL기 폭파사건은 국가적 모략이라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지금까지 공개된 여러 장의 사진, 신문기사, 방송, 일본 아사히TV의 다큐멘터리(‘김현희 17년의 진실’) 등 가능한 한 모든 자료를 소개하고 검증한 보고서 ‘KAL858기, 무너진 수사발표’(창해)가 출간됐다. KAL858기 가족회 및 대책위 사무국장이며 다큐멘터리 감독이기도 한 저자 신동진씨는 ‘실종’ ‘범인’ ‘수사’ 3가지 측면에서 의혹을 제기하고, 안기부 수사와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탑승객 명단이나 비행시간에서 나타나는 조작의 흔적, 엉성한 수사와 신속한 범인 검거, 심지어 김현희가 입을 열기도 전에 언론보도가 나오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 저자는 이 사건이 국가 차원의 시나리오에 따라 조직적으로 움직인 ‘공작’이라고 결론짓는다.

    진실은 의혹으로 가려지지 않는다



    그러자 이번엔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의혹에 대해 김현희의 변론을 맡았던 안동일 변호사가 정면으로 맞섰다. 안 변호사는 “진실은 의혹으로 가려지지 않는다”며 1심부터 대법원 판결까지 법정기록을 중심으로 ‘나는 김현희의 실체를 보았다’(동아일보사)를 썼다. 안 변호사는 저자후기에 이렇게 적고 있다. “의혹은 의혹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수사발표는 물론 재판기록에도 여러 가지 허점과 모순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동안 제기된 숱한 의혹에도 이 사건의 실체, 즉 김현희가 북한 공작원으로서 KAL기를 폭파했다는 사실, 그 자체를 움직일 만한 의혹은 아무데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아예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쪽이 진실일까. 김현희가 범인일 수 없다고 하는 쪽이나, 김현희가 범인일 수밖에 없다고 하는 쪽 모두 의혹은 걷히고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고 말한다. 국민들은 어느 쪽 말이 맞는지 혼란스럽다. 그러나 한쪽 귀만 열어놓고 살아야 했던 군사독재 시절과 비교하면 행복한 고민이 아닐까.

    지난 6월28일 서울 남부지원은 국가정보원 직원 5명이 제기한 ‘나는 검증한다 김현희의 파괴공작’의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KAL기 폭파사건은 역사적 사실로서 그 진상이 반드시 규명돼야 할 사안”이고 “새로운 진상 규명의 필요성을 사회적으로 호소하기 위해 출판된 이 서적의 표현은 언론·출판 자유의 보호 범위 내에 속한다”고 기각사유를 밝혔다. 진실은 언론·출판의 자유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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