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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요리솜씨

마임이스트 유진규의 검은콩국수

몸짓으로밖에 전할 수 없는 맛의 깊음

  • 글: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사진: 김용해 기자 sun@donga.com

마임이스트 유진규의 검은콩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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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임이스트 유진규의 검은콩국수

‘화선지’를 매개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마임이스트 유진규. 그에게 마임은 곧 인생이다. 빈손으로 무대에 서서 뭔가를 만들었다가 빈손으로 내려오는 것처럼.

그러던 1987년 말 공연기획자 신영철씨가 그를 찾아왔다. “그 사람이 ‘한국에서 마임 장르가 없어질지도 모르니 제발 돌아와달라, 책임감을 가져달라’며 간곡히 권유했는데, ‘책임감’이라는 단어가 마음을 무겁게 누르더군요.”

당시 국내에 남아 있던 마임이스트는 고작해야 3, 4명. 유씨는 결국 1988년 5월 복귀공연을 시작으로 ‘마임운동’을 벌였다. 이듬해인 1989년 한국마임협의회 결성과 함께 개최한 ‘한국마임페스티벌’이 그 첫걸음이었다. 그로부터 15년이 흐른 지금, ‘춘천마임축제’는 세계적인 축제로 명성을 얻고 있다. 올해 5월26~30일 열린 ‘2004 춘천마임축제’에는 프랑스, 독일, 영국 등 해외 6개국 11개 극단과 국내 50여개 극단이 참여했고, 수만명의 관객이 몰렸다.

장맛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지난 7월1일 유씨의 아지트인 춘천 ‘마임의 집’을 찾았다. 축제사무국 겸 ‘몸짓연구소’이자 공연장, 강의실 등 다양하게 활용되는 공간이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구수한 냄새에 입맛이 당겼다. 한쪽에선 파전을 부치고, 다른 한쪽에선 이를 안주삼아 막걸리를 마시는 사람들로 마치 잔칫집 같은 분위기였다. 경제적 여유는 없지만 마임의 집 식구들과 이곳을 찾는 이들을 위해 가끔 이런 자리를 마련한다고 했다.

이날의 주메뉴는 따로 있었다. 유씨가 야심만만하게 준비한 ‘검은콩국수’. 보통 콩국수보다 몇 단계 복잡하다. 먼저 콩국 만들기. 검은콩을 한나절 정도 물에 불린 다음 삶아 익힌다. 익은 콩은 찬물에 식혀 맷돌이나 믹서로 곱게 간 뒤 체로 찌끼를 거른다. 걸러진 콩찌끼는 밀가루 반죽할 때 쓴다.

반죽은 밀가루와 콩찌끼, 깨 간것, 소금 약간을 섞어 물을 조금씩 부으면서 이겨 만든다. 반죽이 다 되었으면 한줌 정도 떼어내 밀방망이로 얇게 민 다음 2~3번 정도 접어 칼로 채 썰어준다. 이때 얇게 민 반죽을 접으면서 밀가루를 골고루 뿌려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칼로 썬 후 면발이 덜 엉겨 붙기 때문. 이렇게 준비된 칼국수는 끓는 물에 넣어 익힌 후 곧 얼음물로 헹군다. 그러면 면발이 더욱 쫄깃쫄깃해진다.



마임이스트 유진규의 검은콩국수

① 맷돌로 콩을 갈고 있는 유진규씨와 그 위에 콩을 올려주는 서양화가 임근우씨. 두 사람은 예술적 동지다.
② 유씨를 도와 밀가루 반죽을 하던 지인들이 장난삼아 얼굴에 밀가루를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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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사진: 김용해 기자 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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