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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연구

‘인공장기 대부’ 민병구 서울대 교수

“남이 알아주든 말든 , 환자 살리고 경제 살립니다”

  • 이윤진 건강·의학전문 기고가 nestra@naver.com

‘인공장기 대부’ 민병구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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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심장 달다 / 피를 다 토하고 죽은 어미 양 / 그 뱃속에서 불현듯 나타난 아기 양 / …… / 수많은 칼질도 참아내고 / 끝까지 버티던 그 모습 / 몸속의 피는 다 빠져나가면서도 / 아기 양에게 온전한 피를 끝까지 보내었구나 / 바깥 구경 한번 못하고 / 허연 살과 뼈만 남은 / 어미 뱃속에 다시 휘감겨 / 되돌아 가는구나’ (‘아기 양의 죽음’ 중)

민 교수는 1994년 세계 최초로 ‘완전 인공심장’을 양에 이식하는 쾌거를 이룩했지만, 그 한 건의 성공을 위해 10여 년 동안 숱한 동물이 죽어 나갔다. 그는 생명에 대한 연민과 인간적 갈등을 그냥 마음에 담아두지 못했다. 그래서 써내려간 시는 그런 연민과 갈등의 씻김굿이었다.

이후 인공심장은 수차례의 동물실험을 통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냈다. 그러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인공심장 연구가 본격화한 것은 2001년이다. 그는 그해 체내 이식형 양(兩)심실 보조 인공심장인 ‘애니하트’의 체내 이식에 성공했다. 세계 최초의 일이었다.

최초로 애니하트를 이식받은 사람은 말기 심부전 환자 홍모(48)씨로, 이식을 받은 후 12일간 생존했다. 집도한 의사는 고려대 흉부외과 선경 교수. 그전까지 환자에게 이식된 인공심장은 심장의 좌심실 기능만 대체했지만, 애니하트는 세계 최초로 좌우심실 기능을 모두 대체할 수 있는 인공심장이었다. 이 수술의 성공으로 민 교수의 연구는 다시 한 번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외국서만 알아주는 한국형 인공심장



환자의 심장을 떼어낸 후 인공심장을 이식하던 기존의 방법과는 달리, 애니하트는 환자의 심장을 그대로 둔 채 그 위에 이식됐다. 수술 후 원래의 심장이 건강해지면 인공심장을 제거하고 자기 심장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 자기 심장을 완전히 제거한 후 인공심장을 이식하면 기계 고장으로 인공심장이 정지할 경우 곧장 사망할 우려가 있었다. 반면 애니하트는 설사 기계가 멈추더라도 환자가 자신의 심장으로 4∼5주 동안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안전성 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보한 셈이다.

“두 개의 심장을 가슴속에 담겠다고 결단을 내려준 환자의 용기 덕분이었습니다. 세상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연구를 그분 때문에 할 수 있었죠. 인공심장 이식 후 환자의 혈류량도 증가하고 그에 따라 심장, 폐, 신장 등도 서서히 좋아졌지만, 결국 고질이던 간이 기능을 잃어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이 기회에 그분과 가족에게 새삼 감사를 드립니다.”

20여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100여 명의 연구원이 밤낮없이 매달리던 연구가 막 열매를 맺으려는 순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터진 것이다. 그러나 환자의 사망원인은 심장 질환이 아니라 간 질환이었기에 민 교수는 오히려 앞으로 더 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심장 이외의 장기가 건강한 환자에게 애니하트를 이식하면 생존 일수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발견한 것이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수술이 끝난 직후 말도 잘 못하는 환자가 가느다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닙니까. ‘아! 아! 잊으랴, 어찌 우리 그 날을…’ 다시 찾은 생명의 날, 왜 하필 그런 노래를 불렀을까요? 끝까지 삶을 포기하기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 같기도 하고….”

그러나 일각에선 다른 면에 초점을 맞췄다. 인공심장을 이식받은 환자가 12일 만에 사망한 것에 대해 여기저기서 회의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후 한국형 인공심장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안전성이 검증된 분리형 인공심장을 두고 인체에 적용된 사례가 없는 일체형 인공심장을 굳이 이식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이었다.

민병철 교수 연구실 연혁
1984 한국형 완전 인공심장 프로젝트 시작
1987 한국형 완전 인공심장 미국 특허(9068449)
1991 한국형 체외형 좌심실 보조장치 프로젝트 시작
1994 세계 최초 완전 인공심장 양(羊) 이식 성공
1996 한국 최초 체외형 좌심실 보조장치 임상적용(서울대 병원)
1997 미국 Cleveland Clinical Foundation과 공동연구 시작
1999 한국형 완전 인공심장 동물실험 장기생존 기록

(7일, Cleveland Clinical Foundation)
1999 고려대 병원, 제주대 병원과 공동연구 시작
2000 한국 두 번째 체외형 좌심실 보조장치 임상적용(고려대 병원)
2001 세계 최초 이식형 양(兩)심실 보조장치 임상적용(고려대 병원)
2001 이식형 양심실 보조장치 동물실험 장기생존 기록(35일, 고려대 병원)
2001 뉴하트바이오 주식회사(www.newheartbio.com) 설립
2003 세계 최초 박동성 심폐보조기 임상적용(중국 상하이 창하이병원)
2003 세계 최초 박동성 심폐보조기 국내 임상적용

(순천향대 부천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2005 한국 박동성 심폐보조기 해외 임상적용

(중국 상하이 창하이병원, 베이징 안전병원)
2005 한국 박동성 인공심폐기 관련 논문 해외 유명 학회지에 발표

(네덜란드 마스트릭트 대학병원)
2006 의료기기 최고가로 중국 수출 시작(대당 5만달러)

400명의 한국, 중국 환자에게 박동성 인공심폐기 적용수술 성공

30명의 응급환자에게 박동성 인공심폐기 적용, 12명 소생(서울대 병원, 순천향대 병원, 고려대 병원, 영남대 병원, 경북대 병원, 세종병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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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진 건강·의학전문 기고가 nest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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