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서 찾아서 모두 풀어주고 오너라. 그럼 풀어주마. 물고기와 개구리와 뱀 중 어느 하나라도 죽었으면 너는 그 돌을 평생 동안 마음에 지니고 살 것이다.”
이렇게 동자승이 재미 삼아 다른 생명에 가한 폭력이 다른 형태로 나타나면서 어떤 고뇌에 휩싸이게 되는지, 그리고 그 고통의 자장(磁場)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어떤 몸부림을 치게 되는지 영화는 정적인 화면 속에 주제의 질감을 수채화처럼 이어간다.
▶ 여름-욕망 : 사랑에 눈뜬 소년, 집착을 알게 되다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 어느새 동자승이 17세 소년(서재경 분)으로 성장해 소년승이 되었을 때, 사찰에 동갑내기의 병약한 소녀(하여진 분)가 요양하러 들어온다. 소녀를 데리고 온 어머니(김정영 분)가 노승에게 묻는다.
“나을 수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마음의 병 같습니다. 마음이 편안해지면 몸도 편안해지겠지요.”
소녀의 어머니가 떠나고 나자 소년승의 마음에 소녀를 향한 뜨거운 사랑의 감정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소녀를 나룻배에 태워 뭍에 있는 산의 개울로 데려간다. 두 사람은 물고기를 잡고 놀면서 서로에게 관심을 나타낸다.
다음날에는 소녀와 호수에서 물놀이를 하면서 더욱 친숙한 관계가 된다. 두 사람은 뭍에 있는 산의 바위에서 사랑을 나누고 나서 사찰로 함께 돌아온다. 소년승은 밤에 자다가 소녀가 자는 방으로 가 이불 속으로 파고든다.
다음날 아침 소년승이 소녀에게 묻는다.
“이제 안 아파?”
“하나도 안 아파. 신기해.”
“안 보면 미칠 것 같아. 왜 이러지?”
소년승과 소녀는 나룻배에서 서로 껴안고 잔다. 아침에 일어나 이 모습을 지켜본 노승이 나룻배 밑의 구멍을 열어 물이 들어오게 한다. 배에 물이 차자 두 사람은 놀라서 깬다.
“잘못했습니다.”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이니라.”
노승이 소녀에게 묻는다.
“이제 아프지 않으냐?”
“네.”
“그게 약이었구나. 이제 다 나았으니 떠나거라.”
그러자 소년승이 애원하듯이 말한다.
“안 됩니다. 스님!”
“욕망은 집착을 낳고 집착은 살의를 품게 한다.”
노승이 직접 소녀를 나룻배에 태워 떠나보낸다. 소년승은 소녀를 향한 그리움과 욕망을 잠재울 수 없어 세속의 정을 잘라내지 못하고 사찰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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