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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순천 선암사 심야 격정 인터뷰

“공안검사 박철언 덕 본 강재섭이 내게 색깔론 들이대다니…”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이재오 순천 선암사 심야 격정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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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당대회는 수구, 부패, 정치공작의 집결장이었다
  • 기득권 지키려 10년간 당에 헌신한 동지를 빨갱이로 몰아?
  • 5·6공보다 더 잔인한 정치테러 자행한 사람들과 함께 일 못해
  • 이명박에게 “나를 위해서라도 제발 개입하지 말라” 했다
  • 선거 당일 박근혜의 돌발행동은 노골적인 유세 방해
  • 한나라당 정권 못 잡으면 내 정치인생도 끝나
이재오 순천 선암사 심야 격정 인터뷰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61) 의원이 칩거하는 선암사(仙巖寺) 입구에 도착한 것은 밤 10시가 다 돼서였다. 칠흑 같은 진입로에는 호우(豪雨)의 뒤풀이인 듯 안개가 넘실대고 있었다. 승용차가 어둠을 뚫을 때마다 안개는 유유히 포위망을 풀었다 조였다 했다. 길 양옆으로 늘어선 아름드리 고목들이 긴 머리채를 흔들며 낮게 신음했다. 절이 가까워질수록 시냇물 소리와 개구리 소리가 커졌다.

이 의원의 거처는 대웅전 옆 작은 숙사였다. 이틀 전인 7월12일, 그는 전당대회가 끝나고 처음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그러고는 다음날 이곳으로 왔다. 그렇잖아도 불공정 경선 논란으로 전당대회 후유증에 시달리던 한나라당은 이 일로 더욱 시끄러워졌다. 언론의 요란한 관심 속에 일부 의원과 당직자들이 절을 찾아와 그를 위로하고 돌아갔다.

맨발로 툇마루에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이 허허로웠다. 회색 개량한복을 입고 있는데, 언뜻 승복과 비슷했다. 스스로도 “옷에서 중 냄새가 너무 난다”며 멋쩍게 웃었다.

전남 순천시 승주읍 조계산 자락에 위치한 선암사는 신라 때 세워진 고찰로 보물로 지정된 삼층석탑과 일주문, 승선교 등 유적이 많은 곳이다. 그가 이 유서 깊은 절을 찾은 것은 ‘유서 깊은’ 인연 때문.

“민주화운동하던 시절 수배 당했을 때 이곳에서 숨어 지냈어요. 1970년대에 6개월, 1990년대에 2개월가량 있었죠. 반(半)중이죠, 뭐.”



▶ 내려오신 이유가 뭡니까.

“허허. 제가 정치를 한 10년 했잖아요. (잠시 침묵) 앞으로 계속 정치하려면, 정리할 건 정리하고 나 자신을 되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몸담은 당의 모습도 다시 보고.”

“부정적 이미지 한꺼번에 표출”

그의 목소리는 단조(短調)였다. 느리고 어둡고 슬픈 듯한. 표정도 그랬다. 그의 진정성이야 좀더 대화를 해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말투와 눈빛만으로는 ‘쇼 하는 것 아니냐’고 트집 잡기 힘들었다.

▶ 그동안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별로 없으셨죠?

“그랬죠. 당에 들어온 이후 당만 보고 지내왔기에. 최근까지도 원내대표하면서 당을 지키기에 급급했지 당이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를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어요. 이번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간 한나라당의 부정적 이미지라는 게 수구, 부패, 정치공작 따위였는데, 그런 이미지를 많이 고치는 데 기여했다고 자부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전당대회에서 한나라당의 부정적 이미지가 한꺼번에 표출됐습니다. 그게 가장 나를 슬프게 한 거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서 과거사 청산한다고 할 때 한나라당의 반응은 ‘왜 미래는 보지 않고 자꾸 과거만 캐느냐’였어요. 그런데 보세요. 이번 전당대회에서 10년간 함께 한 동지를 과거의 일로 옭아매려 했어요. 그것도 지난 날 민주화운동하다가 억울하게 사상범으로, 좌경으로 몰렸던 일을 갖고. 원내총무, 사무총장, 원내대표 등 주요 당직을 두루 거친 동지를 빨갱이로 몰아붙이는 이 당이 과연 국민에게 무슨 희망을 줄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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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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