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종 콩을 삶아 깨끗이 씻은 볏짚과 함께 항아리에 넣고 2~3일 동안 띄운다. 청국장이 완성될 때까지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 겨울에는 전기방석 위에 항아리를 놓고 이불을 두세 겹 덮어둔다. 너무 오래 띄우면 쓴맛이 나서 못 먹는다. 처음엔 번번이 실패했다. 삶은 콩을 띄울 때 나는 냄새가 역겹지 않냐고 묻는 사람도 있는데, 제대로 띄우면 냄새가 별로 없다. 잘못 띄우면 잡냄새가 강해진다.”
제대로 띄운 청국장을 잘 빻아 냉장고에서 보름간 숙성시키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청국장이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결과가 궁금해 매번 가슴이 설렌다는 김씨는 인터넷 카페 ‘청국장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운영하며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김치는 슈퍼 푸드
“청국장이 맛있게 되면 반찬 걱정을 덜 수 있어서 좋다. 요즘 청국장이 몸에 좋다는 건 다들 아니까 집에서 직접 담근 걸 선사하면 좋아한다. 청국장 덕분에 우리 네 식구 모두 피부가 곱고 몸도 날씬한 편이다. 병원 가본 지 10년이 넘었다. 1년 내내 감기 한 번 안 걸릴 만큼 모두 건강하니까 청국장 담그는 건 번거로움보다 보람이 몇 배 더 크다.”
지난해 5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식품박람회에선 김치가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당시 농수산물유통공사(aT)가 마련한 한국식품관 앞에는 즉석에서 만든 ‘김치 팬케이크’를 맛보기 위해 미국인들이 길게 줄을 섰다. 12월에는 워싱턴에 있는 주미 한국대사관의 한국문화홍보원이 김치 시식회를 주최했는데, 미국 정부 관리와 의회 관계자, 문화계 인사 등 300여 명이 참석해 김치 담그는 과정을 견학하고 다양한 종류의 김치를 맛보는 등 성황을 이뤘다.
이처럼 미국인들이 김치에 대해 예상외의 호응을 보인 것은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조류 인플루엔자(AI)와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김치가 탁월한 예방효과를 보였다는 소식이 영국 BBC, 미국 ABC 등 해외 유수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결과였다.
몇 년 전 미국 상원 영양문제특별위원회가 흥미로운 조사를 벌였다. 미국에 이민 온 한국인과 일본인을 대상으로 식습관을 조사했더니 미국식으로 식습관을 바꾼 사람들의 암 발병률은 미국인 수준으로 높아졌다. 반면 태어난 나라의 식습관을 그대로 유지한 사람들의 암 발병률은 매우 낮게 나타났다. 이후 미국과 유럽 의학계는 ‘왜 아시아인의 식사법이 건강에 좋은가’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그 결과 아시아에서 널리 발달한 발효식품에 주목했다. 그 후 미국의 건강전문 월간지 ‘헬스’가 인터넷판 기사에서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음식’으로 선정했다.
세계가 인정한 건강음식 김치와 함께 한국 전통음식인 된장, 간장, 청국장, 고추장은 지구촌 곳곳으로 수출되고 있다. 이들 발효식품은 다양한 질병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효능을 지녔다. 전북대 응용생물공학부 식품공학전공 교수이자 바이오식품 소재개발 및 산업화연구센터 소장인 신동화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