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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중국의 對한반도 역사 인식과 전략 ‘신중화주의’

  • 전인갑 인천대 교수·중국학 jig8280@incheon.ac.kr

중국의 對한반도 역사 인식과 전략 ‘신중화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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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민족 대가정 만들기가 이론적 차원에서만 진행된다면 그리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필자는 이것이 현실 정책으로 구현되고 있다는 점에 특히 주목한다. 신장, 티베트 지역의 서부대개발과 동북진흥 전략이 소위 변방 민족을 ‘온전한 중화민족’으로 만들고 이 지역을 ‘온전한 중국의 영역’으로 만들어 중화민족 대가정의 분리할 수 없는 구성요소로 만들려는 ‘국부적(局部的) 국가전략’이라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서부대개발과 동북진흥 전략을 민족 통합 정책의 일환으로 해석하는 것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 책에서 또 주목할 점은 중화민족 대가정 만들기를 개혁개방 이후 격화되는 체제 이완과 민족 모순을 해소하는 한편 전통시대에 압도적인 힘을 가진 중화제국을 연상케 하는 새롭고 강한 중국을 만들기 위한 거시적 국가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중화민족 대가정 만들기가 지닌 후자의 성격으로 인해 이를 신중화주의로 해석하였다. 이러한 논단은 전통적 중화주의의 패권주의적 요소-대내적으로는 한족 이외의 민족에 대해 억압적 통합 기능을 발휘하고, 대외적으로는 압도적 힘을 배경으로 한 중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형성한 측면-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필자의 ‘우려’를 반영한 해석이라 생각된다.

이 책은 중화민족 대가정 만들기, 즉 신중화주의에 대한 분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신중화주의가 한국의 현재와 미래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강조한다. 필자는 중국의 국가전략 이해라는 거시적 관점을 기반으로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쟁점이 된 동북공정과 중국의 한반도 전략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동북공정 및 한반도 전략 속에는 중화주의적 논리가 깔려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동북공정은 역사를 포함한 학술 문제인 동시에 신중화주의로 국가의 통일과 안정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정치 문제라는 양면성을 띨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필자는 현재 중국에 의해 촉발되고 있는 역사 문제는 본질적으로 학술 문제라기보다는 정치 문제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듯하다.

한국판 중국위협론이 아니려면

이 책은 ‘역사학과 사회과학이 중첩된 지대’를 연구한 것이다. 역사학자의 글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중국 대응 전략서라고 할 정도로 현실 문제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학과 현실을 오가는 필자의 학문적 개성이 잘 드러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시도라는 점은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다만 두 세계를 종횡하다 보니 다음과 같은 논리적 부정합이 발생한 듯하다.



신중화주의를 논리적 정합성을 갖춘 개념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의 문제다. 중화주의는 대내외적으로 절대적 정치권력과 군사력, 그리고 압도적 경제력을 기반으로 중국 문화의 보편성과 국제질서에서 압도적 우위를 문화주의적으로 관철하는 논리였다. 또한 중화주의는 화이론과 왕토사상(王土思想)이 결합된 철학적 개념이기도 한다. 따라서 중화주의를 중국 중심주의 혹은 중국의 패권주의로 해석하는 것은 폭넓은 이해라 할 수 없다.

필자가 말하는 신중화주의라는 개념이 학문적 정합성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중화주의를 형성했던 각종 기제가 신중화주의 속에서는 어떻게 존재하고, 작동되고 있는지에 답할 필요가 있다. 작금의 중국의 굴기, 그리고 패권주의적 경향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는 대국화 경향을 전통시대의 중화주의에 상응하는 현대적 중화주의, 즉 신중화주의라 정의한다면 현상적 분석에 머무를 위험성이 있다. 이러한 용어를 학문적으로 구사하는 데엔 더 많은 요소에 대한 신중한 고려가 요구된다.

한편 신중화주의라는 개념이 설정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중국의 국가전략으로 유효하게 기능을 발휘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보다 폭넓은 논증을 통해 규명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제기된 중국위협론이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계론으로 증폭되는 경향이 없지 않은데, 필자가 ‘신중화주의’ 주장을 통해 강조하는 중국경계론 또한 한국판(版) 중국위협론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

신동아 2006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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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갑 인천대 교수·중국학 jig8280@inche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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