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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녕의 그린 필드 ⑭

멕시코 칸쿤 골프클럽

멋진 풍광 속 ‘바람 스승’에게 한 수 배우다

  • 김맹녕 한진관광 상무, 골프 칼럼니스트 kalgolf@yahoo.co.kr

멕시코 칸쿤 골프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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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칸쿤 골프클럽

칸쿤 골프클럽은 방풍림 하나 없는 탁 트인 평야에다 물 위에 떠 있는 코스다. 바람이 강하고 방향이 수시로 바뀌니 홀림현상이 생겨 아마추어 골퍼들을 곤혹스럽게 한다.

코스로 나가 1번 홀에서 바다를 향해 힘찬 티샷을 날렸다. 눈과 가슴이 시원해져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머리 위에는 긴 날개를 퍼덕이는 검은 물새들이 괴성을 지르며 선회하고, 발걸음을 옮기는 곳마다 흰갈매기떼가 무리를 지어 하늘로 날아오른다. 주변 호수에서는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물 위를 날아다니는 곤충을 잡아먹느라 연신 점프를 해대는데 이 움직임이 햇빛에 반사돼 은색의 향연을 연출한다.

바람에 눕는 깃대

2번 홀에 들어서니 좌측으로 넓은 바다가 눈에 가득 들어온다. 바다 건너 칸쿤시 관리 청사에는 대형 멕시코 국기가 바람에 휘날린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아름다운 자연에 도취해 해변을 거니는 이 자유로움. 이 넓은 녹색 정원이 나만을 위해 만들어져 있는 것 같아 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3번 홀에 들어서니 바닷바람이 점점 더 거세진다. 산이 물의 흐름을 막지 못하듯 인간의 힘으로 바람을 막을 수는 없다. 옆 홀의 그린 깃대가 휘어져 거의 땅에 닿을 정도로 바람이 거세다. 이렇게 거센 바람 속에서 골프를 친 것은 일본 오키나와 섬에서 가을 태풍 때 경험한 이래 처음이어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경우 아마추어 골퍼들은 대개 힘으로 정면 돌파하려고 한다.

물고기는 정면으로 물을 거스르지 않고 주당(酒黨)은 술과 싸우지 않는다고 한다. 세계적인 프로들은 강한 바람 앞에 맞서 도전하기보다는 자세를 낮춘다. 바람과 타협하는 현명한 샷을 한다는 뜻이다. 기술적으로 앞바람 앞에선 탄도가 낮은 볼을 쳐야 하고, 반대로 뒤바람일 때는 티를 높게 꽂고 높은 탄도의 공을 쳐 바람에 공을 실려 내보낸다.



코스의 맨 끝에 있는 5번 홀은 파3 홀로 170야드다. 티잉그라운드에서 티를 꽂는데 어찌나 바람이 강한지 날아갈 것 같다. 평소 5번 아이언으로 치면 충분한 거리지만 두 클럽 크게 3번 아이언을 잡았다. 낮은 탄도의 공을 치기 위해 공을 중앙에서 약간 옮겨 오른발 쪽에다 놓고 풀스윙을 했지만 높이 솟구쳐 오른 공은 앞바람 탓에 100m도 날아가지 않고 중간쯤에 떨어졌다.

다시 9번 아이언으로 온 힘을 다해 세컨드 샷을 쳤지만 역시 거리가 짧아 앞 벙커에 빠져버린다. 벙커 샷을 하니 모래가 온몸으로 날아와 머리부터 신발까지 모래투성이이다. 바람은 그린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린에서 퍼트를 하기 위해 마크를 하고 공을 내려놓으니 바람에 밀린 공이 자꾸만 움직였다. 그린에서 긴 거리의 앞바람 퍼트는 바람의 저항을 받아 덜 굴러가고, 뒤바람일 때는 조금만 건드려도 떼굴떼굴 잘 굴러간다. 바람이 세게 부는 탓에 감각이 무뎌져 거리 맞추기가 쉽지 않다.

7번 홀에서는 티를 높게 꽂고 드라이브 샷을 날렸다. 강한 뒤바람을 타고 350야드 정도 날아간 것 같다. 앞바람일 때는 200야드 남짓밖에 안 나가 자존심이 좀 상했는데, 그나마 뒤바람에서 이 정도 비거리를 내니 어깨가 으쓱으쓱거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남은 거리 130야드를 피칭웨지로 공략했더니 공은 뒤바람을 타고 그린을 훌쩍 넘어가 바닷물 속으로 빠져버린다.

매번 샷이 마음대로 되지 않자 은근히 짜증이 난다. 방풍림 하나 없이 탁 트인 평야에다 물 위에 떠 있는 코스여서 수시로 바람의 방향이 바뀌다보니 홀림 현상이 생겨 어떤 클럽을 잡아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모르겠다.

특히 옆바람이 불 때는 군대에서 소총사격할 때처럼 오(誤)조준을 해야 바람을 타고 공이 그린에 떨어진다. 캐디는 이곳에서 25년째 일을 해서인지 코스에 대해 소상이 알고 있어 공격해야 할 목표를 정확히 알려주지만 공이 마음대로 날아가질 않으니 그저 애만 태울 뿐이다.

강한 바람 속 그린 공략 요령

8번 홀에 들어서니 전망 좋은 해변을 따라 멕시코 원주민들의 초가집처럼 생긴 고급 주택들이 늘어서 있어 운치를 더한다.

전반 9홀을 마치고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멕시코 음식으로 점심을 먹으면서 스코어를 따져봤더니 동행한 사람 모두 바람 탓에 점수도 엉망이고 골프도 재미없다고 투덜댄다. 필자도 ‘바람만 안 불었으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골프 대가 벤 호건의 명언을 떠올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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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녕 한진관광 상무, 골프 칼럼니스트 kalgolf@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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