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 중국산 마약이 대거 반입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마약은 대부분 중국산으로만 알려져 있을 뿐, 북한산으로 확증된 적은 없다. 일부에서 북한산 마약의 국내 반입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말 그대로 가능성에 머물렀다. 반면 북한에도 마약 복용자가 있다는 사실은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주장한 바 있다. 필자가 여행 하면서 만난 마약상의 움직임과 판매과정은 북한산 마약이 한국을 위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더 이상 가능성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줬다.
쉴새없이 넘나드는 북한 주민들
필자가 인천공항에서 비행기에 몸을 싣고 다롄(大連)으로 향한 것은 9월10일이다. 다롄에서 하루를 묵고 난 다음날 오전 다롄발 옌지(延吉)행 열차에 올라 22시간 만에 옌지에 도착했다. 옌지에서 일단 하루를 더 묵으며 두만강 하류인 훈춘(琿春)으로 가는 교통편을 물색했다. 지인의 협조로 승용차를 이용, 훈춘을 지나 북·중·러 국경지대인 팡촨(防川)으로 가는 길에 올랐다.
팡촨으로 가는 길은 계속해서 북한이나 러시아 국경과 맞닿았고, 북한 나진으로 가는 철로와 도로가 이어졌다. 취안허 국경세관은 국가공휴일을 제외하고는 연중 늘 통관이 가능한 곳인데도 오가는 차량이 거의 없어 한산했다. 팡촨의 중국측 전망대에서 바라본 러시아와 북한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했다. 바로 그 지점에서 훈춘, 투먼(圖們), 허룽(和龍), 룽징(龍井)을 거치는 두만강 상류로 향하는 여정이 시작됐다.
길에서 만난 국경지역 주민들은 한결같이 최근 2~3년 새 북한 주민의 불법월경이나 탈북이 보기 어려울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1995년 대기근 이전 수준이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필자의 눈에도 탈북자는 현저히 줄어든 것이 역력해 보였다. 2004년 이전만 해도 북중 국경지대 농촌지역에서 암암리에 수소문을 하면 탈북주민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힘들었다.
반면 북한 주민이 당국의 공식허가를 받고 중국을 방문하는 경우는 늘어난 듯했다. 최근 북한의 친척을 방문하고 돌아온 조선족들은 북한의 실정에 대해 한마디로 “많이 개방됐다”고 말했다. 시장이 활성화해 장사문화가 발달하면서, 중국에 친척이 있음을 입증하는 편지나 서류를 구비하고 약간의 돈을 내면 중국방문을 허가받을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친척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요식 절차일 뿐, 관건은 뇌물을 어느 정도 바치는가와 가족 중에 남한으로 넘어간 탈북자가 있는지 여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