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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국경지대에서 만난 북한 마약상

“돈 되는 물건은 마약뿐, 구매자는 한국인…국가도 하는데 나라고 왜 못하나”

  • 김형덕 남북문제 평론가

북중 국경지대에서 만난 북한 마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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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24일 검찰은 중국 단둥(丹東)에서 인천항을 통해 히로뽕 1.8㎏을 밀반입해 유통시키려 한 혐의로 유모(46)씨 등 탈북자 4명을 구속 기소하고 히로뽕을 모두 압수했다고 밝혔다. 현지 마약총책인 박모씨는 북한 신의주에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게 검찰의 발표. 북한산 마약이 심각한 국제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4년 탈북해 국회의원 정책보좌관을 지낸 김형덕씨가 지난 9월 북중 국경지대에서 만난 한 마약상의 사례를 통해 북한산 마약의 실태와 유통경로를 들여다본다.
북중 국경지대에서 만난 북한 마약상
필자는 9월10일부터 2주일에 걸쳐 북한과 중국의 국경지대를 여행하고 돌아왔다. 애초의 목적은 두만강 하류를 시작으로 압록강 하류까지 돌아보며 최근의 북한사회 전반을 엿보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행 도중에 뜻하지 않은 사람을 만나면서 행로는 크게 바뀌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북한 상인의 마약밀수 현장을 포착한 것이다. 중국에 합법적으로 입국해 국경지역에서 밀무역을 하는 북한 상인 일부가 조선족 브로커를 통해 북한산 마약을, 그것도 한국인에게 판매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에 중국산 마약이 대거 반입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마약은 대부분 중국산으로만 알려져 있을 뿐, 북한산으로 확증된 적은 없다. 일부에서 북한산 마약의 국내 반입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말 그대로 가능성에 머물렀다. 반면 북한에도 마약 복용자가 있다는 사실은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주장한 바 있다. 필자가 여행 하면서 만난 마약상의 움직임과 판매과정은 북한산 마약이 한국을 위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더 이상 가능성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줬다.

쉴새없이 넘나드는 북한 주민들

필자가 인천공항에서 비행기에 몸을 싣고 다롄(大連)으로 향한 것은 9월10일이다. 다롄에서 하루를 묵고 난 다음날 오전 다롄발 옌지(延吉)행 열차에 올라 22시간 만에 옌지에 도착했다. 옌지에서 일단 하루를 더 묵으며 두만강 하류인 훈춘(琿春)으로 가는 교통편을 물색했다. 지인의 협조로 승용차를 이용, 훈춘을 지나 북·중·러 국경지대인 팡촨(防川)으로 가는 길에 올랐다.

팡촨으로 가는 길은 계속해서 북한이나 러시아 국경과 맞닿았고, 북한 나진으로 가는 철로와 도로가 이어졌다. 취안허 국경세관은 국가공휴일을 제외하고는 연중 늘 통관이 가능한 곳인데도 오가는 차량이 거의 없어 한산했다. 팡촨의 중국측 전망대에서 바라본 러시아와 북한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했다. 바로 그 지점에서 훈춘, 투먼(圖們), 허룽(和龍), 룽징(龍井)을 거치는 두만강 상류로 향하는 여정이 시작됐다.



길에서 만난 국경지역 주민들은 한결같이 최근 2~3년 새 북한 주민의 불법월경이나 탈북이 보기 어려울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1995년 대기근 이전 수준이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필자의 눈에도 탈북자는 현저히 줄어든 것이 역력해 보였다. 2004년 이전만 해도 북중 국경지대 농촌지역에서 암암리에 수소문을 하면 탈북주민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힘들었다.

반면 북한 주민이 당국의 공식허가를 받고 중국을 방문하는 경우는 늘어난 듯했다. 최근 북한의 친척을 방문하고 돌아온 조선족들은 북한의 실정에 대해 한마디로 “많이 개방됐다”고 말했다. 시장이 활성화해 장사문화가 발달하면서, 중국에 친척이 있음을 입증하는 편지나 서류를 구비하고 약간의 돈을 내면 중국방문을 허가받을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친척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요식 절차일 뿐, 관건은 뇌물을 어느 정도 바치는가와 가족 중에 남한으로 넘어간 탈북자가 있는지 여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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