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현장르포

북중 국경지대에서 만난 북한 마약상

“돈 되는 물건은 마약뿐, 구매자는 한국인…국가도 하는데 나라고 왜 못하나”

  • 김형덕 남북문제 평론가

북중 국경지대에서 만난 북한 마약상

3/3
북중 국경지대에서 만난 북한 마약상
그는 돈을 벌려면 마약밀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자신뿐인 것도 아니고, 중국을 드나들며 장사하는 북한 사람들에게 목돈을 만들 수 있는 품목은 마약뿐이라는 건 상식에 가깝다고도 했다. 지금까지 진 빚 8만위안(한화 960만원)만 갚을 수 있다면 약을 버리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화제를 돌렸다. 북한의 배급사정은 부정기적으로나마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식량의 절대량이 부족하다고 했다. 엄청난 탄압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왔다간 사람들을 중심으로 기독교에 귀의한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 시간 반 남짓의 대화를 마치고 나는 그와 어깨동무를 한 채 사진을 찍었다. 그러고는 이튿날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물건은 쉽게 구한다”

이튿날 창바이현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작은 검은색 가방과 포장용 테이프로 여러 차례 휘감은 누런색 포장박스를 들고 있었다. 예의 그 ‘물건’이었다.

그는 옌지까지 차를 렌트해 갈 생각이었다. 안전을 위해서라면 1500위안 정도의 렌트 비용은 감수할 수 있다는 자세였다. 나는 대중교통이 승용차보다 오히려 더 안전할 수 있다며 버스로 기차역까지 가자고 제안했다. 기차역까지 130km, 거기서 옌지까지는 다시 기차를 타고 300~400km를 더 가야 한다.



그에게 “북에도 마약 복용자나 중독자가 있느냐”고 묻자 그는 “아직은 드물다”고 했다. 다만 몇몇 ‘놀새’(남한의 오렌지족에 해당)가 복용하는 것으로 들었다고 했다. “약을 누가 제조하느냐”고 묻자 정부기관 차원에서 해외에 밀수하는 약은 각 지방 제약회사에서 만들고, 개인 차원의 밀매품은 제약회사에서 기술을 배운 개인이 제조한다고 했다.

정부기관은 주로 공해상에서 일본쪽 조직들과 거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예전에 마약을 제조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던 함경남도 나진의 한 제약공장은 국제적인 문제가 되어 폐쇄됐다고 한다. 하지만 그 공장 출신들이 개인적으로 기계를 설치해 다시 약을 제조하고 있다는 것. ‘정부도 하는데 왜 개인은 안 되나’ 하는 것이 약장수(마약밀매업자)들 생각이라고 그는 말했다. 혜산에만 가도 마약을 구입하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고, 다만 중국측에서 구매자를 찾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이번에 자신이 찾은 거래자도 6개월 이상 수소문한 끝에 비로소 만났다고 했다.

버스 안에서도 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의 가정 이야기며 직업과 군경력까지 구구절절한 사연을 들었다. “이제라도 다른 길을 찾아볼 생각은 없냐”고 묻자 그는 그럼 자신이 한국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엄청난 빚 때문에 어차피 북한으로 돌아갈 수는 없게 됐고 중국에서는 달리 할 일도 없으니, 차라리 한국에 가서 새 삶을 찾아보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에게 한국에서의 삶도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고, 특히 그러자면 어떤 일이 있어도 마약 장사만은 그만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마약범죄에 대해 단호하기는 미국, 일본뿐 아니라 중국이나 한국도 마찬가지며 특히 중국 정부는 마약사범에 대해 총살을 원칙으로 할 만큼 강경하고, 한국 정부도 마약범죄 전과가 있는 탈북자라면 망명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도 해주었다. ‘총살’이라는 말이 내 입에서 나오자 그의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보였다. 그는 분명 이런 일을 처음 하는 사람이었다.

한국에 드리운 북한산 마약의 그림자

어느새 버스는 쑹장허(宋江河) 기차역에 도착했다. 기차표를 산 다음 그에게 다시 한번 마약장사를 그만두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내겐 그에게 새로운 선택을 제공할 힘이 없었다. 안타까웠다. 최종 구매자라는 한국인을 만나보고 싶었지만, 위험할 것 같아 그와의 동행을 이쯤에서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때마침 도착한 기차를 타면서 그와 작별했다.

그와의 만남을 뒤로하고 퉁화(通化)를 거쳐 지린성 지안시 소재 광개토왕릉을 관광하는 것을 끝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원래는 압록강 하류인 단둥까지 돌아보고자 했지만 문득 빨리 서울로 돌아가고 싶었다. 북한에 흘러들기 시작한 자본주의의 물결, 먹고 살 것을 찾아 국경을 넘은 사람들이 마약장사에까지 손대게 된 현실을 전하고 싶었다. 북한산 마약이 국경을 넘고 중국 전역을 흘러다니는 현실에서, 한국 역시 안전지대일 수 없음을 한시라도 빨리 전하고 싶어서였다.

신동아 2006년 11월호

3/3
김형덕 남북문제 평론가
목록 닫기

북중 국경지대에서 만난 북한 마약상

댓글 창 닫기

2023/0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