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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놀란 ‘대단한 실험’

잘린 손가락도 재생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 곧 현실로?

  • 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잘린 손가락도 재생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 곧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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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세포가 간세포로?

배아줄기세포는 200여 종류나 되는 몸의 모든 세포를 만들 수 있는 반면, 성체줄기세포는 만들어낼 수 있는 세포의 종류가 한정되어 있는 듯했다. 간에 있는 줄기세포는 주로 간세포를 만들고, 창자에 있는 줄기세포는 주로 창자 세포를 만든다. 성체줄기세포 중에서 능력이 가장 뛰어난 것은 조혈모세포인 것 같았다. 조혈모세포는 주로 골수에 들어 있지만 지라, 간, 림프절, 탯줄, 혈액 등에도 들어 있으며, 아홉 종류의 혈액 세포를 만든다.

조혈모세포보다 능력이 더 뛰어난 희귀한 형태의 줄기세포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미네소타 대학의 캐서린 버페이 연구진은 다능성체전구세포라는 것을 찾아냈다. 연구자들은 맵시(MAPC)라고도 하는 이 성체줄기세포가 배아줄기세포에 버금가는 잠재력을 지녔다고 주장한다. 최근에 국내 연구진도 맵시를 발견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이외에도 성체줄기세포가 의외의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계속 쏟아지고 있다. 가령 백혈구가 손상된 근육을 치료한다거나, 조혈모세포가 뉴런을 만든다거나, 피부에 있던 줄기세포가 골수 줄기세포로 바뀐다거나, 신경 줄기세포가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 세포로 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런 연구 결과들은 기존의 발생학 원리들을 무시하는 듯 여겨진다. 발생학적으로 보면 세포에도 계보가 있다. 배반포를 지난 뒤 배아의 세포들은 세 층으로 나뉜다. 내배엽, 중배엽, 외배엽이라는 세 세포층은 족보 맨 앞에 나오는 조상과 같으며, 각자 세포들의 계보를 형성한다.



중배엽에서 나온 세포끼리는 서로 같은 계보에 속하므로 한 세포가 다른 세포로 바뀐다고 해도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지만, 중배엽에서 유래한 세포가 외배엽에서 유래한 세포처럼 변한다는 것은 뜻밖의 일이다. 그런 변화를 전환분화라고 한다. 예를 들면 피부세포가 간세포로 바뀌는 식이다.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측은 성체줄기세포의 능력이 그만큼 뛰어나다거나, 성체줄기세포가 있는 지점의 환경이 중요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주변 환경이 바뀌면 전환분화도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반박하는 측은 연구자가 줄기세포를 혼동했거나 실험할 때 여러 줄기세포가 섞였을지 모르며, 혹은 세포융합이 일어난 결과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의 줄기세포 연구가 시작된 지 10년이 채 안 된 상황이니 어느 쪽이 옳은지 아직 확실히 알 수 없다. 어떤 결론을 내리기에는 시기상조다.

연구가 아직 미흡하다는 점은 현재 단계에서 줄기세포를 치료에 이용하는 것이 섣부르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새로운 치료법을 적용하려면 신뢰성과 안전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먼저 줄기세포의 능력이 과학적으로 검증돼야 한다. 다시 말해 줄기세포의 활동이 발생학적 및 분자생물학적으로 상세히 밝혀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아직 분화 과정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는 배아줄기세포는 더욱 더 그래야 한다.

조급증이 낳은 ‘황우석 사태’

그러나 반대쪽에서는 조혈모세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몰랐으면서도 골수 이식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거론한다. 구체적인 치료 과정은 몰라도 이러저러할 것이라는, 기본적으로 타당한 추론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현재 세계 각국의 연구자들은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을 내놓기 위해 앞다투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마도 신생 분야일수록 서둘렀을 때 선취권을 얻고 그에 따르는 이익을 향유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에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을 개발해 동물이나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 들어갔다는 뉴스만 살펴봐도 연구가 얼마나 다방면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있다. 뼈질환 치료, 심장질환 치료, 척추 손상 치료, 뇌졸중 치료, 파킨슨씨병 치료, 암 치료, 요실금 치료, 유방 조직 재생, 방광 배양 이식, 뇌질환 치료, 난청 치료, 시력 회복, 당뇨병 치료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임상실험에는 긴 시간이 걸리므로 실제로 검증된 치료법이 나오기까지는 오래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런 경쟁에 치중하다보면 안전성을 소홀히 할 우려가 있다. 거기에 법과 제도의 허점이 버무려지면 탄식을 내뱉던 사람들이 우려하던 일이 현실이 되기도 한다. 재현이 불가능한 일회성 치료 효과를 과장하는 사례도 나타난다.

어쨌거나 그런 조급증이 ‘황우석 사태’를 빚어낸 한 축이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연구자의 조급증에 정부와 대중의 조급증이 버무려져 상승 작용을 일으킨 셈이었다. 황우석 사건 이후로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소강 상태에 들어갔다. 그 사건이 반성하고 뒤돌아볼 시간적 여유를 준 셈이다. 그 시간이 아주 짧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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