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씨는 “정책기획위원장은 무보수, 비상근”이라고 했다. 필자는 청와대 측에 정책기획위원장에게 나간 예산 명세를 요구했으나 청와대는 무응답이었다. 정부의 2004년도 세입세출예산 각목명세서에는 2004년 한 해 동안 정부는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장에게 장관급 월정직책급 1230만원, 위원장실 업무경비 6000만원 등 793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돼 있다. 대통령자문위원회는 회의 참석자에게 회의수당을 지급하므로 이씨도 이를 받은 것으로 추정할 수는 있지만 청와대측은 아직도 이씨의 수입 명세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소송과정에서 이정우씨는 직책급은 보수가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직책급은 위원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소요되는 경비를 책정하여 지급한 것이고, 직무수행의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라고 할 수 없다. 보수라고 함은 직무수행의 대가로서 직무수행자에게 최종적으로 귀속되는 금전적 이익을 말하는 바 직책급은 직무를 수행하면서 지출되는 것이고 직무수행자에게 귀속되는 것은 아니므로 보수라고 할 수는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정우씨가 필자를 상대로 무리하게 소송을 벌인 이유는 그로부터 한참 후 알 수 있었다. 소송이 진행되던 2006년 7월경 필자의 사건을 담당한 변호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정우씨 변호인측이 “소송을 취하하고 싶으니 소(訴) 취하에 동의를 해달라”고 요청해왔다는 것이다. 민사소송법상 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소송을 취하하고 싶을 때는 반드시 피고측 동의를 구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소송을 당한 사람의 처지에서는 원고가 소송을 취하하겠다고 하면 골치 아픈 송사에서 해방되는 것이므로 얼른 취하에 동의한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달랐다.
“마음껏 때렸으니 그만 싸우자”?
필자의 문제 제기는 ‘정부 예산 집행(대통령자문기구의 용역 발주)에 대한 감시’라는 국회의원의 정상적 의정활동이었다. 또한 그 내용도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한 의견표명이었다. 특히 필자가 이정우씨의 용역수주의 부당성을 제기한 자리는 국회 회의석상이었다.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한 발언에 대해서는 헌법상 면책특권이 인정된다. 국회의원이 권력의 부당한 압력에 굴하지 않고 독립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헌법상 보장한 것이다. 유성환 전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한민국은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 국시다”라고 발언하여 문제가 된 이른바 ‘국시(國是) 발언’ 사건 이후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발언하면서 이를 보도자료로 배포하는 경우에도 면책특권이 광범하게 인정된다’는 것은 대법원의 확고한 판례로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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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급의 대통령 최측근 자문위원장을 지낸 인사가 이런 국회의원의 공무 활동에 대해서까지 책임을 물어 거액의 소송을 제기하고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는 내용으로 공개리에 공격하다가 사건이 잠잠해지자 소송을 취하할 테니 동의해 달라면서 ‘이제 나는 마음껏 때렸으니 그만 싸우자’는 식으로 나오는 것은 무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판결을 받아보겠다”며 소 취하 동의를 거부했다. 법원에 재판을 계속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법원은 원고(이정우) 패소 판결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공무와 관련된 일이고 어느 정도의 타당성 있는 문제 제기라면 수용하고 포용하는 것이 공직자의 바른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