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성에서는 강남과 강북의 차이가 없습니다.’
‘2006학년도 특목고 입시 150명 합격!’
전면의 헤르메스 기둥 8개가 인상적인 육중한 건물에 들어서기 전, 입구에 붙어 있는 광고 전단지에서 이 학원의 실적이 구체적인 숫자로 확인된다. 특히 특목고 합격생의 경우 출신학교와 합격한 학교, 학생의 얼굴을 공개한 대형 현수막을 정문과 마주한 내벽에 걸어놓아 자부심을 내비친다.
학원장을 만나기 위해 상담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책장에 꽂힌 자료들을 꺼내 살펴보았다. 중등부 안내 자료엔 엘리트센터, 내신센터, 입시센터 각각의 목표와 수강 자격조건, 수업내용이 체계적으로 설명돼 있다. 엘리트센터는 내신 성적이 최상위권이면서 특목고가 아닌 일반고를 선호하는 학생에게 적합하고, 내신센터는 학교 성적 평균 70점 이상인 중상위권 학생의 실력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입시센터는 민족사관고와 자립형사립고, 과학고·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를 목표로 한 학생이 대상인데, ‘입시센터 교과계획’을 보니 다시 과고민사반, 영재과고반, 민사토플반으로 나뉜다.
중등부는 대략 일주일에 4일, 17∼18시간 수업하고, 개별보충수업까지 포함해 0교시에서 5교시까지 시간표가 짜여 있다. 학생 수준과 목표에 따라 반이 세분되고, 수업방식 및 교과과정이 다르다보니 학원 안내자료만 10여 종, 각종 입시설명회 자료까지 포함하면 자료집이 수십 종으로 늘어난다.
한 중학생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명성학원을 ‘명성야간학교’라고 표현한 이유를 알 듯싶다. 학교 수업 후 다시 4∼5시간씩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 한다니. 아이들을 초·중학교 때부터 특목고, 궁극적으로는 명문대 입시에 대비시키기 위해 철두철미하게 전략을 세워놓은 이곳의 대표를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다.
그러나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생기게 마련이다. 고교평준화 이후 이른바 명문고 개념이 사라지면서 자녀를 특목고에 보내야 명문대에 합격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한 게 사실이다. 초등학교 6학년생 아들을 둔 한 아버지는 “여의도에 살면서 아이를 중계동에 있는 학원에 보낸다”고 말했다. 나중에 특목고에 보내려면 달리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명성학원의 특목고 합격생 배출 실적은 우리 교육 현실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관심을 끌 만한 대상이다. 한 해에도 무수히 많은 학원이 생겼다 사라지고, 학원끼리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어떻게든 대치동과 중계동에 발을 걸치려고 하는 마당에 은평구에서만 25년째 한 우물을 팠고, 특목고 재학생 300여 명이 이 학원에 다닌다면 뭔가 특별한 게 있을 것 같지 않은가.
1982년 7평에서 시작
명성학원 이덕희 이사장과 심은숙 원장은 부부이다. 1982년 4월, 은평초등학교 옆 건물 2층 7평 공간에서 처음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때만 해도 두 사람은 자신들이 교육사업에 매진하게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이덕희 이사장은 “10여 년간 레슬링 선수 생활을 했고, 결혼 후 새로운 일을 찾던 중 주위의 권유로 학원을 열었다”고 말했다. 크고 작은 학원들이 우후죽순 생겨날 때라 큰 기대나 뚜렷한 목적 없이 강사 한 명을 두고 주산교습소 간판을 내걸었다. 교육철학이나 경영마인드 같은 게 있을 리 없었다. 이 이사장은 “그냥 미쳐 있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