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위협적인 건, 급격히 발전하는 속도보다는 그 넓고 깊은 실체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1996∼98년에 이어 2003년부터 올해 3월까지 중국대사관 총영사, 중국 광저우 총영사로 일한 저자는 “특정 분야나 일정한 지역에 국한한 전문가는 있겠지만 중국이 워낙 넓고 복잡하기 때문에 중국 사정을 모두 꿰뚫는 전문가는 없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저자가 외교관으로서 중국 현지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중국을 분석한 대(對)중국 전략 지침서. 중국 공산당과 군사력, 전방위 외교, 전자통신과 자동차 산업, 부동산 투기 열풍, 통상 분쟁, 한국·일본과의 관계 등을 다루고 있다. 일빛/600쪽/2만4000원
▼ 논두렁 밭두렁에도 명당이 있다 김두규 지음
풍수학자 김두규 교수(우석대)는 풍수의 술사(術士)적인 면을 철저히 배격한 채 몇날 며칠이고 현장을 꼼꼼히 살피며 그 땅이 내뿜는 기운을 호흡하고, 마침내 땅이 들려주는 길흉의 이야기를 듣고 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땅이 들려준 60여 개 에피소드를 정리했다. 땅에 영향을 끼치는 산과 물길, 바람, 그 땅을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중에는 현대의 유명한 정치인도 있고, 백제와 신라, 고려와 조선의 왕과 신하, 이름 없는 백성도 있다. 터를 잘 잡아 정승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는가 하면, 번창하던 가문이 묘를 잘못 써 풍비박산 나기도 했다는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랜덤하우스/296쪽/1만2000원
▼ 환멸의 문학, 배반의 민주주의 김명인 지음
문학평론가인 김명인 인하대 교수가 2000년부터 정치와 문학을 주제로 신문과 잡지 등에 기고한 글을 묶은 책. 200자 원고지 10장 안팎의 분량의 짧은 글들엔 제목처럼 ‘환멸’과 ‘배반’으로 정리될 수 있는 이 시대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이 담겨 있다. 2004년을 전후로 이른바 ‘친노(親盧)에서 비노(批盧) 혹은 반노(反盧)로 선회했다’고 밝힌 김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과 그 언저리에서 한자리씩 차지한 왕년의 ‘진보’ 인사들이 자부하는 민주주의가 “형식적 민주주의이지 결코 민중의 생존권이나 공공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일 수 없다”고 비판한다. ‘쇼핑의 대상으로 전락’한 문학에 대해서도 ‘희망의 근거’를 발견하지 못한다고 토로한다. 후마니타스/372쪽/1만원
▼ 가족 부활이냐 몰락이냐 프랑크 쉬르마허 지음, 장혜경 옮김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각종 정책이 쏟아지지만 절실하게 다가오지 않는 건,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고,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인식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일 게다. 그러나 이 책은 실질적인 사례들을 통해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걸 입증해 보인다.
1844년 10월부터 6개월간 미국 돈너 계곡에 갇혀 사투를 벌여야 했던 70여 명의 서부개척민이 있었다. 40명의 희생자를 낳은 이 사건에서 가장 높은 생존율을 기록한 그룹은 독신 남성이 아니라 노약자가 포함된 대가족이었다. 15명의 독신남 중 단 3명이 살아남았다. 사망자와 생존자를 비교·분석한 결과 생존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조건은 가족이었다. 가족과 함께 있었느냐, 혼자 있었느냐가 생존을 좌우한 유일한 이유였던 것이다. 더욱이 대가족일수록 가족 구성원의 생존 기간도 길었다. 가족의 힘은 1973년 서머랜드 호텔 화재사건에서도 확인된다. 사망 51명, 부상 400여 명을 기록한 이 화재에서 가족 구성원의 67%가 서로를 찾기 위해 움직인 반면 친구 사이인 사람들은 75%가 자기 살길을 찾아 나섰다.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발행인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가족 해체 및 붕괴 위기에 직면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타주의를 가르칠 아이이며, 아이는 형제자매를 통해 타인에 대한 배려를 배운다고 강조한다. 나무생각/206쪽/1만2000원
▼ 지구시민사회와 한국 NGO 박재창 지음
NGO(비정부기구)에 의한 국제교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NGO학회장인 숙명여대 박재창 교수는 한국 NGO에 의한 국제교류가 지구시민사회 형성을 선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쓴 이 책의 목표는 한국 NGO의 국제교류 실태를 체계적으로 조사·분석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한국NGO의 국제교류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 대안을 찾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 NGO가 교류의 방향성 내지 목적가치 정립 없이 교류를 확대할 경우 문제가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한국 NGO의 국제교류 활성화를 위해서 ‘NGO 국제화 교류재단’이나 ‘NGO 상근자 교육기금’ 등을 마련하자고 제안한다. 오름/336쪽/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