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현지 취재

국제 금융 허브 런던 ‘더 시티’

열린 문화, 유연한 금융규제로 세계 ‘큰손’ 흡인

  • 김상운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sukim@donga.com

국제 금융 허브 런던 ‘더 시티’

2/4
국제 금융 허브  런던 ‘더 시티’

이미 고층 건물이 빽빽이 들어섰지만 ‘더 시티(The City)’에는 세계의 금융기관들이 계속 몰려들고 있다.

다음으로 토사토 부회장은 우수한 금융인력을 양성하는 교육제도를 꼽았다. 그는 영국 최고의 명문대학인 옥스브리지(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대) 졸업생들이 높은 보수와 사회적 명예가 보상으로 주어지는 금융업종 취업을 가장 선망한다고 했다. 예컨대 존 메이어 전 총리 등 상당수의 정재계 실력자들이 퇴임 후 더 시티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이 영국에서는 일반적이다. 문득 한국에서 전임 대통령이 은행이나 증권사의 임원으로 일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봤다. 당장 ‘정경유착’이라는 비판 여론이 벌떼처럼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는 합리적인 금융규제를 런던의 강점으로 들었다. 세계 각국의 금융회사들을 유치하려면 이들을 규율하는 금융규제의 성격이 중요한데, 런던의 금융규제는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투명하다는 것. 토사토 부회장은 사업차 미국을 방문할 때마다 공항에서 보안검색으로 30~40분을 허비해야 하는 상황을 비판하며 금융규제가 생산성과 직결된다는 점을 거듭 역설했다.

규제 유연해도 투자자 보호 철저

지하철을 타고 ‘뱅크’ 역을 나서자 멀찍이 서 있는 회색 성냥개비 같은 ‘타워 42’가 눈에 들어왔다. 이 건물은 더 시티에서 가장 높은 업무용 건물로 한국은행, 삼성증권, 대우증권 등 한국 금융기관도 상당수 입주해 있다. 현재 런던에 법인을 둔 한국 증권사는 모두 6개. 이들의 핵심업무는 대부분 현지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하는 브로커리지(주식 매매를 중개하는 것) 영업이다. 이곳에서 만난 국내 증권사 런던법인장들도 런던이 세계 금융 허브에 오른 핵심적인 배경으로 비교적 유연한 금융규제를 지목했다.

대우증권 김홍욱 런던법인장은 “미국은 2002년 엔론 회계부정 사태 이후 상장 심사나 기업공시 규정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한다. 그러나 영국은 상대적으로 관련 규제를 느슨하게 운용해 런던 증시에 기업들이 몰리게 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런던 증시의 지난해 기업공개(IPO·주식을 상장하기 위해 공모를 받는 것) 규모는 369억달러로 뉴욕(262억달러)을 여유있게 따돌리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김 법인장은 코스닥에 상장하지 않고 런던의 AIM(Alternative Investment Market)에 직접 상장하려고 준비하는 한국의 중소기업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국내에서 코스닥 시장의 자금조달 규모가 코스피 등에 비해 미미한 데다 일일이 상장심사 규제를 거쳐야 하는 것에 대해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AIM은 런던증권거래소(LSE)가 1995년 6월 개설한 소규모 증권시장으로 한국으로 치면 코스닥 시장과 비슷하다. 2007년 10월말 기준으로 AIM에는 영국 기업 1344개, 외국 기업 334개가 상장돼 거래되고 있다. 다양한 신규 금융상품에 대한 승인절차도 비교적 간단해 금융기관들에도 런던은 인기가 높은 편이다.

그렇다고 영국의 금융규제가 물러터진 것만은 아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처벌은 매우 엄격한 편이다. 예컨대 한국의 금융감독원 격인 영국 금융감독청(FSA)은 투자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07년 1월 미국 GE캐피털에 61만파운드(한화 약 11억6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헤지펀드를 잡아라!’

“미스터 리명박 윌 비(Mr. Lee Myung Bak will be)….”

대우증권 사무실을 막 나서려던 차에 낯익은 한국 이름을 우연히 들었다. 고개를 돌려 보니 한 한국인 직원이 고객에게 전화로 무언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나중에 전화내용을 물어보니 한 헤지펀드 트레이더가 한국 대통령선거 상황을 거론하면서 이명박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묻더라는 것. 국내에서는 아직 베일에 가려진 헤지펀드가 한국의 유력 대선후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상황이 신기했다. 유력 대선후보의 경제 정책에 따라 한국 증시의 향방이 달라진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2/4
김상운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sukim@donga.com
목록 닫기

국제 금융 허브 런던 ‘더 시티’

댓글 창 닫기

2019/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