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수능 한파? 과학 아닌 ‘미신’!

8년 동안 영하 추위는 단 2일… ‘무책임 보도’ 집단최면 탓

  • 공항진 SBS 기상전문기자 zero@sbs.co.kr

수능 한파? 과학 아닌 ‘미신’!

2/3
먼저 과연 수능일 날씨가 어땠는지를 알아보도록 하자. 표에서 서울 지방의 수능일 날씨를 살펴보면 1998년부터 8년 동안 날씨가 무척 맑았음을 알 수 있다. 여덟 번 가운데 단 한 차례도 비가 내리지 않았다는 것은 11월이 1년 가운데 가장 비가 적은 달이라는 계절적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매우 특이한 기상현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대전과 대구, 전주 지방의 경우에는 2000년에 한 차례 비가 내린 적이 있고 광주는 1998년과 2000년, 부산과 제주는 2000년과 2003년 각각 두 차례씩 비가 온 것으로 기록됐다. 이 정도면 전국적으로 수능시험을 보는 날 날씨는 상당히 좋았다고 말할 수 있다. 속설과는 정반대로 수험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하늘에서 도와준 것이 아닌가 하는 엉뚱한 착각이 들 정도다.

날씨가 좋았던 것만이 아니다. 기온도 비교적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수능 한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아침 최저기온을 보면 여덟 차례의 수능일 가운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경우는 단 두 차례에 불과하다. 영하의 추위가 찾아온 입시가 확률적으로 25% 정도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기온이 영상 1℃에 머물러 조금 쌀쌀했던 1999년을 포함한다고 해도 ‘수능 한파’의 가능성은 절반을 크게 밑돈다고 할 수 있다. 그나마 2001년에는 아침에만 반짝 추위가 나타났을 뿐 낮 기온은 영상 12℃를 웃돌면서 오후 들어 추위가 바로 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은 다른 주요 도시도 마찬가지였지만, 대전의 경우에는 2005년에도 영하 0.5℃의 반짝 추위가 나타났다.

체감온도의 비밀

여기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또 하나 있다. 기온을 ‘느끼는’ 체감도다. 사람은 같은 기온일지라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낀다. 예를 들어 긴 겨울 혹한이 지나간 후 3월의 바람 없고 맑은 날 기온이 20℃라면 사람들은 아주 기분 좋게 느낄 것이다. 그러나 바람이 세게 부는 여름 오후 기온이 20℃라면 사람들은 불안할 정도로 신선함을 느낀다. 이것은 사람의 몸이 열에너지를 환경과 조화시키는 과정 때문이다.

체감기온은 피부표면에서 느끼는 체온의 변화가 좌우한다. 인체는 섭취한 음식을 주로 열로 전환(신진대사)시킴으로써 체온을 안정시키는데,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체에서 생성, 흡수된 열이 주위에 빼앗긴 열과 같아야 한다. 따라서 피부 표면에서 인체와 주변환경 사이의 열 교환이 끊임없이 진행된다.



이 열 교환 과정에 가장 많이 작용하는 것이 바람이다. 추운 날에는 따뜻한 공기분자로 이뤄진 얇은 층이 피부 가까이에 형성되어 주변의 찬 공기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주며 몸에서 열이 급속도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막아준다. 하지만 일단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따뜻한 공기분자의 단열막이 흩어지고 찬 공기가 피부에 닿음으로써 피부에서 열이 급속도로 빠져나간다. 바람이 빨리 불수록 열의 상실이 많아져 점점 더 춥게 느끼는 것이다.

물론 이런 체감온도의 영향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또 지역에 따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객관적인 분석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도 무리가 따른다. 따라서 앞에서 살펴본 기상청 통계로 분석한 결과는 한마디로 “입시 때마다 날씨가 춥지는 않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입시 추위’ ‘수능 한파’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8년간 수능일의 주요 도시 날씨와 최저/최고기온(단위:℃)
1998년

11월18일
1999년

11월17일
2000년

11월15일
2001년

11월7일
2002년

11월6일
2003년

11월5일
2004년

11월17일
2005년

11월23일
서울맑음

-5.3/0.7
구름 많음

1.0/8.0
구름 많음

7.9/13.1
맑음

-0.3/12.3
구름 조금

5.0/15.7
구름 조금

8.1/19.8
맑음

4.9/15.1
구름 조금

3.5/13.3
강릉맑음

-2.5/4.0
구름 많음

2.7/9.7
흐림

6.3/15.5
맑음

2.8/13.7
맑음

1.0/13.1
구름 조금

9.4/19.6
구름 조금

9.2/17.6
구름 조금

6.5/13.8
대전구름 많음

-3.6/2.4
흐림

0.0/8.4


6.9/12.0
맑음

-2.0/12.1
구름 조금

2.4/18.4
구름 조금

4.4/21.1
구름 조금

2.5/15.1
구름 조금

-0.5/12.3
대구맑음

-1.0/6.2
구름 조금

2.1/10.3


8.8/11.8
맑음

-0.7/14.2
맑음

2.0/16.0
구름 조금

6.5/18.9
구름 조금

3.0/15.7
구름 조금

0.5/13.0
전주구름 많음

-0.3/4.4
구름 많음

1.1/8.7


8.2/12.5
맑음

0.5/12.3
맑음

6.4/19.5
구름 조금

6.7/21.8
구름 조금

4.9/16.4
구름 많음

0.6/13.7
광주

-0.8/6.1
흐림

2.5/9.9


8.0/10.7
구름 조금

0.6/12.5
맑음

3.4/19.2
구름 조금

7.7/19.9
구름 조금

4.0/15.9
구름 많음

1.1/12.0
부산구름 조금

0.7/9.1
구름 많음

5.1/12.2


11.5/18.6
구름 조금

4.7/18.2
맑음

6.5/17.9


12.8/16.8
구름 조금

7.2/15.5
구름 조금

5.5/13.2
제주구름 많음

6.1/9.3
소나기

8.9/11.9


12.5/16.0
맑음

6.8/14.4
맑음

11.8/18.8


20.3/18.4
구름 많음

9.4/16.7
구름 많음

8.8/15.1


2/3
공항진 SBS 기상전문기자 zero@sbs.co.kr
목록 닫기

수능 한파? 과학 아닌 ‘미신’!

댓글 창 닫기

2023/04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