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나라 때 제작된 봉황 장식품. 거란은 한국과 친연성이 강한 종족이었다.
기자는 한국에 동북공정(東北工程)이 전혀 알려져 있지 않던 2003년 여름, 동북공정의 속내를 드러낸 중국 ‘광명일보’의 시론(試論) ‘고구려 역사 연구의 몇 가지 문제점’을 입수 번역해, 신동아 2003년 9월호에 보도함으로써 한국의 반(反)동북공정 운동을 촉발시킨 바 있다.
중국은 고구려사만 가져가려고 하지 않는다. 고구려의 모태인 고조선부터 몽땅 가져가려는 것이 동북공정의 목표다. 이를 위해 중국은 정교한 논리를 만들었다. 중국은 한국이 ‘단군조선을 신화 속의 나라로 여긴다’는 데 착안해, 단군조선의 실재를 간단히 부인한다. 그리고 중국 고대국가인 상(商)나라 사람 기자(箕子)가 세운 기자조선에서 고조선이 시작한다고 정리한다.
이러한 기자조선을 중국 연(燕)나라 사람인 위만(衛滿)이 뒤집고 위만조선을 여는데, 이 위만조선을 멸망시키고 그곳에 4개 군(郡)을 설치한 이가 중국 한(漢)나라 무제다. 한 무제가 세웠다는 한4군 가운데 하나인 현도군에 고구려족이 많이 사는 ‘고구려현’이 있었다고 하는데, 고구려족 세운 나라가 바로 고구려이니, 고구려는 중국의 고대 변방국가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 동북공정의 핵심 논리다.

적봉 중앙을 가로지르는 시라무렌 강. 홍산문화의 젖줄이었다. 멀리 보이는 산은 대흥안령 산맥의 지류이다. 이곳은 비가 적은 고원이라 여름에만 겨우 풀이 자란다.
협의의 홍산문화, 광의의 홍산문화
이러한 보도와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우리 사회에 제법 알려진 것이 ‘홍산문화(紅山文化)’와 ‘하가점 하층문화(夏家店 下層文化)’라는 말이다. 홍산문화는 중국 내몽고자치구 적봉(赤峰)시 홍산(紅山)구에서 발견된 서기전 4000년 전후의 신석기문화인 동시에 적봉시와 그 주변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되는 후기 신석기문화 전체를 일컫는 통칭이다.
통칭으로서의 홍산문화는 서기전 7000년쯤의 것으로 보이는 ‘소하서문화’, 서기전 6000년 무렵의 ‘흥륭와문화’, 서기전 5000년경 일어난 ‘조보구문화’, 서기전 4000년 앞뒤의 ‘홍산문화’, 그리고 서기전 3000년 전후에 꽃핀 ‘소하연문화’ 등을 포괄한다. 물론 소하서 이전에 있었던 신석기문화도 포함한다.
하가점 하층문화는 적봉시 오한기(敖漢旗) 살력파향(薩力巴鄕)의 하가점이라는 마을에서 발견된, 이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청동기문화다. 여기서 ‘이 지역’이란 통칭으로서의 홍산과 같은 곳을 말한다. 그 후 유사한 청동기 유물이 적봉시 경내 여러 곳에서 발견되면서, 하가점 하층문화는 홍산문화의 뒤를 이어 이 지역에서 크게 일어난 초기 청동기문명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