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자전거의 효용성은 뛰어난 건강 효과다. 자신의 체력에 맞게 운동 강도와 운동량을 조절하면서 무리 없이 지속할 수 있는 최상의 피트니스(fitness)요 웰니스(wellness)이기 때문이다. 1992년, 세계 주요 도시에 자전거 정책을 조언하고 자전거 이용 캠페인을 벌이는 비정부기구(NGO)로 ‘세계자전거협회’가 발족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자전거 타기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심폐기능이 강화돼 최대 산소 섭취량이 증대되며 혈압과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근력 증강, 면역력 강화, 혈당 및 당뇨병 개선, 칼로리 소모에 의한 비만 방지, 스트레스 해소 도우미 등은 이미 잘 알려진 유산소 운동 효과다.
그러나 자전거 인프라 시설이 선행되지 않으면 이 같은 자전거의 건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자전거 전용 녹색도로를 개설, 확대하고 자전거 이용자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도로 교통 관련 법규의 제정이 선결돼야 한다. 자전거 타기 대중화를 도모해 인간 환경을 보호하는 ‘Bicology(Bicycle ecology)’를 실현하고 외화 낭비를 줄여 국고(國庫)의 내실을 기하고자 하는 국가적 배려가 필수다.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은 자전거의 자유로운 도심 이동을 보장하는 전용 기반시설을 구축해 자전거 천국이라는 지위를 부여받았다.
현재 서울시에는 보행로를 겸비한 자전거 도로 648㎞ 가운데 자전거 전용 도로는 55㎞에 불과하다. 2010년까지 전체 자전거 도로를 870여 km로 확충하고 360km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확보할 계획이라니 일단 고무적인 일이긴 하다. 하지만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지하자원 최빈국의 수도정책치곤 아직 멀기만 하다. 자전거가 출퇴근용 교통수단으로 정착하기에는 요원하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자전거 타기가 ‘무해백익(無害百益)’한 것은 아니다. 자전거의 구조적 특성상 회음부의 물리적 자극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스턴 의과대학의 골드스틴 교수는 일찍이 자전거 타기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남자의 발기부전과 여자의 성 흥분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장기간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나 직업적인 사이클 레이서의 50~70%, 아마추어 사이클리스트(cyclist)의 20%가 회음부 통증을 경험한다. 회음부(會陰部)의 해부학적 위치는 남자의 불알주머니와 항문 사이, 그리고 여자의 음열(陰裂)과 항문 간(間). 이 부위의 아픔이나 뻐근한 불쾌감을 회음부 통증(perineal pain or discomfort)이라고 하며 전립선염 환자들이 흔히 호소하는 증상이다.
회음부 통증의 실체는 ‘음부 신경 압박 증후군(pudendal nerve compression syndrome)’이다. 성기와 골반 장기에 분포한 음부 신경은 남녀 성기능의 핵심 케이블이다. 자전거를 타면 필연적으로 회음부가 압박되고 골반 뼈 인대와 근육 사이를 주행하는 음부 신경이 자전거 안장과 체중에 사이에 끼인 채 억눌리게 된다. 처음에는 ‘멍하다’ ‘저리다’ ‘뻐근하다’ 같은 회음부 및 항문의 불쾌감을 호소하지만 나중에는 회음부 감각 저하, 발기부전, 극치감 장애, 배변 장애, 배뇨 장애, 요실금, 만성 전립선염, 만성 통증으로 정착되기도 한다.
자전거 안장과 밀착된 회음부에 체중이 실려 음부 신경이 압박되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잘못 타면 ‘평생 올라타기’를 포기해야 할 판이다. 평생 ‘올라타기’의 포인트는 자전거 타는 자세와 시간을 조절하는 요령에 있다. 자전거 안장 코를 약간 전방으로 기울이고 핸들 바와 안장의 높이 차이를 줄여 안장에 대한 체중 부하를 줄여야 한다. 또한 페달이 지면에 가장 가까운 상태에서 150~160도의 슬관절 각도, 즉 무릎이 약간 굽혀질 정도가 바람직하다. 요철이 심한 도로 구간을 주행할 때는 엉덩이를 들어 안장과 분리시킨 자세를 취한다.
회음부 통증이나 불쾌감이 느껴지면 잠시 자전거 타기를 쉬어야 한다. 장거리를 주행한 경우라도 대부분 1주일이면 증상이 사라진다. 최근에는 회음부 압박을 피할 수 있는 발기력 보호 안장이 ‘전립선 안장’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물건의 안장(安葬)을 피할 수 있는 훌륭한 자전거 안장이다.
남자는 ‘물짱’을 갈망한다. 하포(荷包)의 흡착이나 목 조르기에도 약동(躍動)을 멈추지 않는 끈기. 공방이 치열한 경합에도 물러서지 않고 최후의 흔적까지 소진시킬 수 있는 위대한 걸물을 꿈꾼다. 암흑으로 채워진 질퍽한 구멍에 초월적이고 우주적인 감각을 포화시켜 여인의 환호와 갈채를 끌어내고자 하는 ‘달린’ 사내들, 그러나 정작 육교(肉橋)의 초석(礎石)이 훼손된다면 심신의 건강을 확보한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제대로 타야 평생 올라타기가 보장된다. 특히 실효적 지배마저 위태로운 30~40대 남자들은 자전거의 함정을 피해야만 사변(思辨) 없는 여체의 치외권역(治外圈域)을 완전 장악할 수 있다. ‘졸속은 또 다른 졸속을 부른다’는 것이 보편적 이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