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출 하락세 전사적 긴축경영 돌입
- 총자산 1조8000억원, 매출 1조5622억원에 자본금은 고작 10억원
- 직원 노령화, 상위직 인력 과다 논란
- 1인당 인건비 8801만원, 15년차 연 9000만원 받아
- 야간근무 4교대, 과도한 시간외 근무수당
- 노조 방해에 기술본부장이 직접 자회사 가서 ‘핫라인’으로 사과방송
- 사측 관계자 “법원 민사소송 판결에 항소”
- 1월 보도국 간부 야구 방망이로 노조 현판 부숴
- DJ 때 MBC 자체 기업공개 통해 자본조달 방식 민영화 연구
- “애매한 기업지배구조 때문에 강력한 리더십 발현 어려워”
- “MBC 민영화, 아직 정해진 게 없다”-청와대 관계자
방통위 사과명령을 보도한 뉴스데스크 화면.
8월 초 기자와 만난 MBC 중견간부 A씨는 요즘 MBC 내부의 위기의식을 이렇게 전했다. 실제로 MBC의 시청률 하락이 본격화한 시점은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한 왜곡·과장 보도 의혹이 일기 시작한 시점(6월25일 이후)과 겹쳤다.
시청률 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MBC의 7월(1~10일) 평균 시청률이 4.5%(수도권)로 KBS1(5.6%), SBS(5.4%), KBS2(4.8%)에 이어 4위로 나타났다. MBC는 이에 대해 공영 프로그램 강화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물론 올림픽 특수로 인해 방송3사의 시청률이 모두 급격히 올랐지만, 올림픽 이후 상황에 대해선 낙관할 수 없다는 내부 시각도 있다.
내부 자료에 따르면 MBC는 올해 1/4분기에 영업이익과 세전이익에서 모두 하락세를 보여 전사적인 긴축경영에 돌입했다. 본부별로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신규사업을 억제하고, 저비용 자체제작 프로그램을 늘리라는 회사 차원의 주문이 있었고, 7월에는 본부별로 비용절감안을 제출토록 해 관련 예산 100억원대 이상을 절감키로 결정했다.
‘정부와 불편한 관계’
대내외적 환경도 만만찮다. 가장 먼저 짚을 수 있는 부분은 정부와의 불편한 관계다. 지난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최근의 ‘PD수첩’ 사태에 이르기까지 MBC는 줄곧 이명박(MB) 정권과 대립관계를 형성해왔다. 현재의 경영진 및 간부진도 최문순(민주당 의원) 전 사장 시절에 포진한 이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고, 외부 지원세력도 주로 좌파적 성향을 띠고 있다. 언론의 일차적 책무가 권력 견제와 감시인 것은 틀림없지만, 계속되는 마찰로 정부의 ‘MBC 장악론’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서는 경영진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는 MBC의 위상 문제다. 법적으로 MBC는 공영방송이다. 공영방송이란 ‘한국방송공사와 방송문화진흥회법에 의한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가 최다출자자인 방송사업자’(공직선거법 제8조7항)를 말하기 때문에 방문진이 주식의 70%를 갖고 있는 MBC는 공영방송이다. 그럼에도 MBC는 100% 광고수익에 의존하는 특이한 구조다.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강형철 교수는 “수익의 100%를 광고에 의존하는 공영방송 사례가 외국에 없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 채널4가 대표적인데, 이곳은 내부에서 기획만 하고 프로그램을 전부 외주제작하기 때문에 MBC와 성격이 조금 다르다. 어쨌든 공영방송은 시청료를 받아 운영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광고 비율이 높아질수록 상업적 측면이 강한 프로그램들이 제작되고, 부정적 기능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신동아’가 확보한 MBC내부 자료들. MBC는 최근 전사적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위기의식은 경영진도 느끼고 있다. 6월10일 엄기영 사장은 취임 100일 담화문에서 “안팎으로 커다란 도전에 처한 회사를 어떻게 이끌 것인가를 생각하며 지난 석 달을 보냈다”며 ▶ 민영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의 등장으로 방송광고공사의 독점이 깨질 경우 지방 계열사의 경영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 ▶ 민영화 논란 ▶ IPTV의 등장과 신문·방송 겸영 허용 가능성 등을 언급했다.
이렇듯 기로에 선 MBC를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는 뭘까. A씨의 문제제기 이후 기자는 복수의 MBC 직원을 만나 사내 분위기를 취재했다. 물론 “MBC의 현재 위상에 큰 문제가 없고 언론을 장악하려는 정부가 더 큰 문제”라고 말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다수 직원이 내부에서 싹튼 위기의식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인정했다. 그들이 꼽은 위기의식의 진원지는 바로 일부 방송 프로그램들의 편파적 시각, 방만한 경영과 기강해이 논란, 민영화 논란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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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수첩’ 광우병 보도가 촉발한 공정성 논란
MBC 공정성 논란의 도화선이 된 ‘PD수첩’ 보도는 MBC가 8월12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시청자에 대한 사과’ 이행명령을 받아들이면서 새 국면을 맞이했다.
엄기영 사장은 이날 오후 확대간부회의에서 “MBC의 미래를 총체적으로 판단해 사과제재를 대승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며 “일부 오역과 실수, 과장된 표현을 작은 부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체 프로그램의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직시하지 않을 수 없다. 작은 잘못들이 모여 큰 진실의 진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을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엄 사장은 여기에 단서를 붙였다. “‘PD수첩’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PD수첩’의 문제제기는 결과적으로 국민 건강과 공공의 이익에 기여했다고 평가한다”는 것.
MBC의 이런 ‘전향적’ 대응은 4월29일 ‘PD수첩’의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는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1편이 방영된 지 106일 만에, 방통위가 7월16일 해당 프로그램에 ‘시청자에 대한 사과’를 결정한 지 28일 만에 나왔다. MBC 경영진은 ‘PD수첩’으로 인해 발목이 잡혀 MBC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는 것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실적으로 이번 방통위의 명령에 불복할 경우 재심 요청, 행정소송 등으로 길게는 2년 이상 시간을 끌게 될 수도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이번 사건과 관련, ‘PD수첩’의 조능희 CP와 진행자인 송일준 PD를 보직 해임했다.
6월1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OECD 장관회의 개회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엄기영 MBC 사장과 악수하고 있다.
MBC 노조는 12일 오후 생방송을 진행하는 주조정실과 뉴스센터로 사과방송 테이프가 반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통로를 봉쇄했으나, 기술본부장이 직접 사과용 방송테이프를 들고 자회사로 가 주조정실과 연결되는 ‘핫라인’을 통해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이에 대해 MBC방송기술인협회는 기술본부장이 방송운행규정을 어겼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사과방송 뒤에도 내홍(內訌)
이에 앞서 11일 오후 7시께 ‘PD수첩’ 제작진은 사내 e메일을 통해 사원들에게 법원의 판결과 방통위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방통위가 전체 심의위원 9명 가운데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추천한 위원이 6명이고, 민주당이 추천한 3명은 내용과 절차를 문제 삼아 심의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방통위의 결정 자체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비난했다. 다음은 e메일의 일부 내용이다.
“도대체 공정하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선거 방송에서 두 명의 후보에게 동일한 시간을 배분하는 것은 공정한 것입니다. 그리고 토론프로그램에서 찬반 동수의 패널을 불러 같은 발언 기회를 주는 것 역시 공정한 것이구요. 하지만 그런 기준을 ‘PD수첩’ 같은 시사고발 프로그램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일까요?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경우 굳이 공정성을 따진다면 기계적인 균형보단 시의적절한 문제제기였는지, 공익을 위해 바람직한 내용이었는지가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사과 결정에는 그런 고민이 보이지 않습니다.”
공정성의 의미를 두고 이렇게 의견이 갈릴 수도 있을까. 방통위는 사과결정문에서 ‘PD수첩’이 명백하게 공정성과 객관성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사과 결정문에는 ‘PD수첩’ 프로그램과 관련해 6가지 오역을 한 것, 주저앉은 소를 광우병 걸린 소로 표현한 것, 한국인이 인간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4%라고 보도한 것,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을 다루면서 일방의 견해만 방송한 사실 등을 사과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PD수첩’ 광우병 보도 논란과 관련, 눈에 띄는 현상은 프로그램 제작의 공정성 문제가 MBC 내부에서도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PD수첩’의 제작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게이트키핑 기능이나 자체 검증기능이 부실해 이런 상황이 초래됐기 때문에 사회고발성 프로그램이나 사회에 영향을 끼칠 만한 다른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사전 심의 기능과 체크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중견간부 B씨의 말이다.
허술한 게이트키핑 기능 논란
“시사교양국 내에 게이트키핑(gate keeping· 언론의 가치 판단 및 사실 확인 절차) 기능, 즉 위계에 의한 필터링이 잘 통하지 않는 시스템이 문제라고 보는 이가 많습니다. 보도국 쪽은 기사에 대해 차장, 데스크가 원고를 검토하는 등 여러 가지 필터링 장치가 있어요. 그런데 시사교양국 쪽 제작물들은 작가와 PD가 대부분을 관할합니다. 경영진 등이 간섭할 경우 제작자 자율권, 편집권 침해를 들먹입니다. 그래서 내부에선 시사교양국 쪽을 ‘해방구’라고 불러요. 물론 ‘PD수첩’의 경우 생방송이다 보니 한번 더 거를 수 있는 방법이 없긴 합니다. 또 PD들이 자주 사용하는 몽타주 기법에 대해서도 재고해봐야 합니다. 목적을 미리 정해두고 그쪽으로 영상 편집을 몰고 가는 방식 말입니다. 다큐멘터리는 팩트 위주로 제작돼야 하는데, PD들은 곧잘 이 몽타주 기법을 동원해 시청률을 높이려고 합니다.”
MBC ‘생방송 오늘 아침’의 전·의경 인터뷰 사건도 그런 경우다. 7월29일, 의경에서 육군으로 복무변경을 신청한 이길준 이경을 소개하는 방송에서 전경 어머니인 김모씨가 “내 아들이 군복무하기 위해 갔지, 정권의 허수아비가 되기 위해 간 것은 아니잖아요”라고 말한 부분을 삽입했는데, 이 말은 20여 일 전 제작진이 전·의경들의 인권을 취재한다며 부모들과 인터뷰한 내용 중 한 부분이었다.
다만 ‘생방송 오늘 아침’은 ‘PD수첩’과 달리 출연자들의 항의를 받고 며칠 만에 잘못된 점을 시인했고, 8일 회사 차원에서 사과방송을 하기로 결정했다. MBC 내부에는 이 사례가 ‘PD수첩’ 사태 해결방식에 영향을 주기를 바라는 이들도 있었다. 이 일이 있은 지 4일 뒤 ‘PD수첩’ 사과방송이 이어져 그 연관성을 거론하는 이도 있었다.
MBC 프로그램의 공정성 문제가 이념적 차원에서 시작됐다고 보는 직원도 있었다. 경영본부 C씨의 말이다.
“저는 좌우 어느 편도 아닙니다. 다만 엄청난 힘을 갖고 있는 방송이 한쪽으로 편향된 시각을 벗고 공정성을 되찾아 이 사회가 좀 더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길로 가기를 바랍니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옳다는 게 아닙니다. 그러나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방송이 좌파 쪽으로 많이 기울었던 게 사실입니다.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PD수첩’ 등 시사 프로그램들에서 좌파적 편향 보도가 많았습니다. MBC 내부에서도 많은 사람이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엄기영 사장도 8월1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보도 및 시사 프로그램의 정확성, 공정성,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이른 시일 안에 한층 강화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며 “데스크 기능을 강화하고 법률 전문가의 사전 검증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덧붙였다.
MBC의 방송강령에는 뉴스 보도 프로그램과 기타 시사성 있는 다큐멘터리, 정보 프로그램에 대해 ‘정확성’ ‘공정성’을 우선 항목에 올려놓았다. 정확성과 관련, ‘객관적인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제목이나 자막은 내용을 축소, 과장되거나 왜곡되어 전달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며, 영상도 객관적인 사실에 부합하도록 내용과 길이를 적절하게 구성한다’고 정해놓았다. 공정성과 관련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를 다룰 경우에는 대립된 견해를 균형있게 다뤄야 한다’는 균형보도 부분도 특히 강조하고 있다.
MBC가 사과방송 이후에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농림수산식품부가 제기한 민사소송과 명예훼손 검찰수사의뢰 사건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언론에는 MBC가 정정 반론보도를 주문한 서울남부지법의 민사소송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포기하는 분위기로 보도됐지만, 회사 관계자 J씨는 13일 기자와 만나 “민사소송 판결에 대해선 항소할 계획이다. 정정 반론보도 내용이 방통위 사과문과 비슷하지만 항소를 포기할 경우 검찰수사에서 불리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사과방송을 하기까지 MBC가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사건에 대해 한 번도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것. 일반적으로 한 회사의 작은 부서에서 문제가 생기면 회사 전체 차원에서 일을 처리하는 게 상식적이다. 그러나 ‘PD수첩’ 차원에서 6월24일, 7월15일 두 차례의 해명방송만 있었을 뿐이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PD수첩’ 탄생 배경
이에 대해 한 부장급 간부는 “그것은 임원들과 ‘PD수첩’ 제작진이 의견 통일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시사교양국의 한 간부도 “‘PD수첩’ 제작진과 경영진 간에 해결방법을 두고 분명한 갈등이 있었다. MBC 내부에 말없는 다수가 이 문제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회사가 일사불란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직원 G씨는 “과연 106일씩이나 시간을 끌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국가적으로 얼마나 낭비인가. 사과를 하는데도 시원하지가 않다. 이마저 노사 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사과방송 당일 직원들이 송출실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것이 지금 MBC의 현실이며 한계다. MBC 경영진에 리더십이 있는지 궁금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MBC 내부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이렇듯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PD수첩’은 과연 어떤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을까. ‘PD수첩’은 그동안 ‘PD 저널리즘’이라는 언론의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며 많은 성과를 거둔 게 사실이다. PD들은 기자들이 파헤치지 못한 사회문제를 많은 시간을 들여 시청자가 이해하기 쉽게 해설하며 인기를 누려왔다. ‘PD수첩’이 내세우는 PD 저널리즘이라는 말도 우리나라에서 탄생한 용어라는 게 정설이다.
그 시작은 1983년 KBS PD들이 제작한‘추적 60분’이다. 이 프로그램은 당시 기자들이 잘 다루지 못했던 ‘기도원 밀착 취재’ 등 사회 고발 성격의 내용을 다뤄 인기를 끌었다. 심층 취재 보도를 통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정권을 미화하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방영해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후 MBC가 이를 본떠 1990년 5월8일 ‘PD수첩’ 첫 방송을 내보냈다. PD수첩 역시 인기를 끌자 SBS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내놓았고, KBS는 1986년 막을 내린 ‘추적 60분’을 부활시켜 PD 저널리즘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올해 초 ‘PD 저널리즘’이란 책을 펴낸 서강대 원용진 교수(신문방송학)는 “PD저널리즘이 대중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저널리즘의 객관성 신화를 넘어 대중과 함께한다는 전통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PD들은 기자와 취재방식이나 프로그램 제작에서 서로 차이를 보인다. 한 중견 PD는 “기자들이 특정 사안에 대해 논리적이고 과학적이며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우선 덕목으로 삼고 있다면, PD는 비논리적이지는 않지만 감성적 접근을 선호한다. 그것은 PD들의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출입처가 따로 없어 현장에서 바로 부딪쳐야 하기 때문에 생기는 습성이다”라고 설명했다.
정치적·오락적 성향 논란
이런 PD저널리즘이 MBC에서 꽃핀 이유는 MBC의 역사와 무관치 않다. 즉, 김우룡 교수가 지적한 정치지향적 성향 때문이다.
MBC는 5공화국 때 밤 9시 뉴스가 시작하자마자 전두환 전 대통령을 첫머리에 등장시켜서‘땡전 뉴스’라는 굴욕적인 말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1987년 민주화 물결을 타고 MBC 내부에 노조가 탄생하면서 ‘방송 민주화’를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5번의 방송파업과 2번의 제작거부 등의 파행을 거치며 MBC는 노동계 또는 좌파적 성향의 단체 중 리더 격으로 부상했다.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이후 이를 옹호하는 집회(오른쪽)와 비난하는 집회가 MBC 앞에서 연일 열렸다.
특히 민주노총, 민노당 등에서는 MBC를 부추기면서 적절히 우군으로 활용하고 있다. 보도국의 K씨는 “MBC는 이용당하는 줄도 모르고 개혁적 기수라는 착각에 빠져 있다. 특히 노조 간부 등이 외부 시민단체들과 어울리면서 이들과 가까워져 이들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거나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경우도 있다. ‘PD수첩’을 비롯한 몇 개의 사회 비평 프로그램 제작진은 그동안의 업적과 전통을 이어가려는 속성과 열사적인 의식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분석은 최근 다시 불거진 민영화 기도를 사전에 봉쇄하기 위해 MBC가 전략적으로 더욱 좌파적 성향을 띤다는 것이다. 또 민주노총 등 재야단체들과 결속을 강화해 앞으로 민영화를 두고 정부와 격렬하게 대립할 경우 우군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MBC의 프로그램 편성내용을 보면 일부 시사 보도 프로그램을 빼면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 오락물 편성이 두드러지고, 국제 교양 문화 예술 정보 소외계층을 위한 프로그램이 부족하다. 주말과 주시청 시간대는 예능물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Y교수는 “방송 편성에서도 공익적 프로그램이 늘어나야 하고, 광고주의 압력에서도 벗어나야 공영방송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방만 경영 및 기강해이 논란
공정성 논란 못지않게 이목을 끄는 부분이 있다. 방만한 인력 운영하에서 방만 경영과 기강 해이로 논란이 될 만한 사례들이 드러난다. 조직이 방만하다는 것은 인력이 많고 고비용에다 단위노동생산성 수치가 그만큼 낮다는 말이다. 최근 임득수 한국기업평가원 부원장은 방송 3사 재무상태와 부가가치를 비교한 결과 1인당 매출액은 SBS(6억6044만원), MBC(4억3937만원), KBS(2억5203만원) 순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1인당 부가가치는 MBC(2억4398만원)가 SBS(2억3783만원)를 조금 앞섰다.
요즘 MBC 프로그램 가운데 외주 제작비율은 47% 정도. 그러나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전에 외주제작을 하지 않을 때보다 인력은 오히려 더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 PD가 70명 가까이 되는데, 1년에 직접 제작하는 프로그램이 전체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2007년의 경우 23개 프로그램 가운데 10여 개를 자체 제작했으며, 올해는 16개 가운데 4개를 자체 제작했거나, 제작 중이다. TV제작본부의 E씨는 “드라마국 인원을 재배치하거나 자체 제작 편수를 늘리는 등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한다. 시사교양국도 ‘PD수첩’ 등 민감한 프로그램 외에는 외주제작이 많으며 외부 프리랜서들이 핵심적인 작업을 하고 있다.
몽골 현지법인 사건
야간근무 4교대, 과도한 시간외 근무수당 지출 등도 방만 경영의 사례로 지목된다. 서울 여의도에 사옥이 두 곳, 일산에 한 곳 등 사옥이 3원화돼 있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MBC는 요즘 상암DMC에 3만4148㎡(1만348평) 규모의 부지에 통합신사옥을 건설하기 위해 보유 부동산 처리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MBC의 기강 해이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검찰이 수사 중인 팬텀엔터테인먼트 로비사건의 경우 두 명의 PD가 연루돼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적 역공이라는 외부 시선이 있는 반면, 몇 년마다 불거지는 PD 비리라는 인식이 강해서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는 이도 많았다. PD들 가운데는 “‘PD수첩’ 사건 때문에 다시 터졌다”며 “정치적 의도가 있는 수사다”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최근 MBC는 연간 시간외수당 총액이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과도하게 나오자 직원들에게 실제 근무시간만 정확히 기재토록 독려하고, 휴일 근무수당을 낮추기 위해 대휴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경영본부 F씨에 따르면, 과거 시간외수당을 부당하게 청구한 사례들도 있었다.
2007년 3월엔 상암동 DMC 토지를 매입한 뒤 취득세 납부 시기를 놓쳐 2억4000만원의 가산세를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MBC는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관련자 3명에게 근신 징계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조사에 방문한다고 허위 보고한 뒤 조퇴한 카메라맨이 술에 취해 회사에 들어와 운전기사가 배속된 회사 자동차를 배차받아 사적으로 사용한 사건, 기자와 PD의 성추행 사건 등도 발생했다.
2007년 2월 6자회담 특보 방송 도중 현장화면 제공 지연으로 다른 내용의 화면이 방송된 사고, 2008년 8월 올림픽 전야제 자막 사고(아프리카 가나를 예수가 기적을 행한 가나로, 벨로루시를 아프리카 국가로 잘못 기재) 등 크고 작은 방송사고도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 7월엔 몽골 현지의 B 그룹과 지상파방송 합작법인을 설립해 자본금 10억원을 투자하고 부국장급 지사장을 선임해 현지에 보냈다. 그러나 현지 사정이 계약된 내용과 달라 1주일 만에 지사장이 급거 귀국해 합작법인 설립건이 흐지부지된 사건이 발생했다.
내부 징계의 형평성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 최문순 전 사장 시절 그의 고교 후배인 모 PD는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PPL(프로그램 내 간접광고)과 관련, 업체로부터 휴대전화기와 현금 500만원을 받았다고 시인했음에도 감봉 3개월에 그쳤지만, 미주지사에서 비디오 총판업자로부터 100만원을 받은 모 PD는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또 식사 대접과 장뇌삼을 받은 직원 4명은 해고처분을 받았는데, 이후 재판 등을 통해 모두 복직됐다. 최 전 사장 재직 당시 부장 이상 일부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두바이, 상하이 연수에 대해서도 사내에서 비난 여론이 일기도 했다.
▼ MBC 민영화 논란
이처럼 공정성과 방만 경영, 기강해이 논란이 일고 있는 MBC에 대해 공영방송에 걸맞은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MBC 개혁의 한 방법으로 거론되는 민영화에 대해 MBC 내부에선 대체로 거부하는 정서가 강하다. 라디오국의 한 중견 간부 PD는 “민영화가 된다면 사원들의 극렬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며 “그 이유는 크게 개인의 이해관계와 공영언론 사수 두 가지 명목이다”라고 말했다. 민영화 다음엔 인력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사원들이 경계하는 것이며, 이윤 추구에 집착하다 보면 방송의 공익적 성격이 크게 약화될 것이기 때문에 이를 두고 볼 수 없다는 것. 그는 또 “공적 성격이 강한 지상파 방송을 민영화해 자유경쟁 원리를 적용하려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는 의문도 제기했다.
엄기영 사장도 취임 100일 담화문에서 “방송의 민영화는 외국의 사례가 보여주듯 사영화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프랑스 TF1이 민영화된 뒤 어떻게 변질됐는지 모두 잘 알고 있다. 시청률 경쟁에만 매달려 외화와 상업주의가 범람하고 시청자의 권익은 훼손됐다”라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현 상황에서 민영화론은 내·외부에서 계속 불거져 나오고 있다. 7월29일에는 뉴라이트 방송통신정책센터 주최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민영화 방안을 모색하는 ‘MBC 위상 정립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김춘식 전 방송위원회 방송정책실장은 “방문진이 소유한 주식(70%)을 매각하면 MBC는 민영방송이 되며, 주식 30%를 소유하고 있는 정수장학회도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으나 소유 주체에 대한 논란이 있는 만큼 자진 매각해서 최대주주가 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내부에 민영화 찬성 의견도
지난 대선 때부터 MB 정부의 강력한 지원세력으로 활동해온 뉴라이트전국연합 김진홍 상임의장은 지난 4월‘이명박 정부의 방송통신정책 대토론회’에서 “이제 대통령도, 국회도 바뀌었다. 그렇지만 방송에서는 아직도 좌파 성향으로 국민 여론을 그릇되게 이끌고 있어(우리의) 정권교체 사명이 다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한다”라고 말했다.
물론 MBC 내부에도 민영화에 찬성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시사교양국의 중견 간부 PD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방송 정책이나 아이덴티티가 바뀌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정부의 철학을 잘 아는 이가 경영진으로 들어오는 것은 좋을 수도 있다. 민영화는 누구도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어려운 문제이지만, 그게 대세라면 그 길을 따르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 초기인 1998년에는 MBC도 자체적으로 민영화 방안을 면밀하게 검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현재의 경영진이 민영화론에 대해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기도라고 맞서는 것과는 대조적이어서 눈길을 끈다.
당시 MBC는 세계적인 미디어그룹을 목표로 ▶ 새로운 매체를 통한 네트워크 확장 ▶ 디지털방송 효율성 확보 ▶ 프로그램 경쟁력 강화 등을 추구하는 전략을 짜고, 자본 조달을 위해 기업공개(IPO) 방안까지 수립했다. 종합미디어 그룹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데다, 외국 거대 미디어의 자본 침투에 대응하며,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최적의 방안은 상장뿐이라고 파악했던 것. 당시 경영진은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증권거래법, 상법 등 관련 법규상 큰 어려움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현재 방문진(70%)과 정수장학회(30%)가 양분하고 있는 지분구조에서 양측의 지분율을 낮추고 대신 일반주주 및 우리사주가 떠맡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 이런 방안이 확정되면 사내직원 및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거쳐 사내외 컨센서스를 확보하고,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정관을 바꾸는 등 기업공개에 필요한 정지작업을 해나갈 계획이었다.
1999년 2월말 방송개혁위원회는 “2001년 7월 출범하는 통합방송위원회가 MBC 민영화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당시 민영화 방안은 ▶방송문화진흥회의 정수장학회 지분 인수 ▶지방 MBC 민영화 ▶본사 민영화 등의 단계를 거치되 대기업·언론사·외국자본의 참여를 금지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공영적 기능강화를 위해 통합방송법이 통과된 뒤 매출액의 최대 7%(현재 방송광고 매출액의 4.75%)까지를 공적 기여금으로 내야 한다는 단서도 붙였다. 그러나 3월 노성대 사장이 취임하면서 민영화가 아닌, 현체제 유지로 결론을 내렸다.
“사회적 실익 먼저 따져야”
MBC 내부 상황을 잘 알고 있는 S 교수는 “MBC의 기업지배구조가 가장 큰 문제이며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민영화다”라고 말했다. 그의 논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방송문화진흥회나 정수장학회는 모두 공익재단이어서 MBC 경영에 구체적으로 관여하지 않고 있다. 즉 MBC는 뚜렷한 주인이 없는 회사다. KBS 경영은 감사원이 감사하지만, MBC는 안진회계법인이 외부감사인으로서 재무보고의 적정성만 감사하고 있다. 이렇게 다소 애매한 기업지배구조의 성격은 MBC의 경영전략에도 영향을 미쳐서 공영성을 추구하는 프로그램과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모두 제작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즉 100% 공영방송도 아니고 그렇다고 SBS처럼 민영사도 아닌 모호한 성격이다. 결과적으로 수익률(영업이익률, 총자산수익률, 자기자본수익률 등)이 KBS보다는 높지만 SBS보다 대체로 낮다.
또 MBC의 애매한 기업지배구조는 강력한 리더십의 발현을 어렵게 하고 있다. 예컨대 임원들의 인센티브를 강화할 수 있는 과감한 성과보상체계를 도입하려면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데, 그것이 불가능해 임원들에게 적절한 인센티브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MBC의 민영화, 궁극적으로는 기업공개(IPO)가 경영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이며, 명실 공히 또 하나의 민방을 만들어 SBS와 경쟁체제를 구축한다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해 보인다.’
이런 의견에 대해 MBC 관계자는 “내부 감사와 방문진의 경영평가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실제로 MBC가 민영화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공영방송이었다가 1980년대 초 민영화된 프랑스 TF1의 경우 대표 프로그램인 종합뉴스 시청률이 미미한 수준이었다가 민영화 뒤 40%에 이를 정도로 큰 변화를 보였다. 숙명여대 강형철 교수는 “MBC의 경우도 비슷한 변화가 가능할 수 있다.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는 MBC가 민영화되면 기존 미디어 시장을 완전히 재편할 정도의 폭발력을 지닐 것이다. 즉 MBC를 차지하는 기업이 미디어 시장의 새 강자로 떠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강 교수는 민영화 무용론을 주장했다.
5월14일 국민행동본부 등 회원과 시민들이 KBS와 MBC가 ‘광우병괴담’을 선동한다며 감사청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MBC 민영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8월 중순 현재 MBC 민영화와 관련해선 어떠한 구체적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에 따르면 “MBC 민영화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5공 청산 위해 소유구조 개편”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에는 ‘언론의 자율성과 공정성 확대’ 부문이 포함돼 있고, 경쟁력 있는 자본과 콘텐츠 사업자의 진입을 통해 방송의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기본 입장이다. 또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4월25일 제주 서귀포에서 한국언론학회 방송학회 등이 주관한 학술세미나에서 현 정부의 언론정책 방향을 언급한 적이 있어 그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듯하다.
“1980년 5공화국 정권이 들어선 이후 KBS 2TV가 생기는 등 언론 통폐합이 있었다. (방송문화진흥회가 대주주인) 현재 MBC의 소유구조도 5공 때 탄생했다. MBC 문제는 구성원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의견, 전문가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결정해야 한다. 반드시 민영화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공영방송을 원한다면 공사 형태로 가서 광고를 줄이고 공영성을 강화해야 하며, 민영방송을 원한다면 확실하게 시장으로 가야 한다. 5공 청산의 차원에서 MBC의 소유구조는 정상화해야 한다.”
‘신동아’는 위에서 제기한 다양한 내용에 대해 MBC의 의견을 듣기 위해 8월11일 사측에 연락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기획조정실의 한 간부에게는 엄기영 사장 인터뷰를 주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해외의 공영방송 개혁
미디어 환경이 급격히 변하면서 세계의 공영방송들에도 개혁 바람이 불고 있다. 영국 BBC, 일본 NHK, 프랑스 TF 등도 경영효율화를 위해 과감한 개혁을 단행했다.
영국 BBC는 2005년 3월 3780명을 감원했고, 2006년에도 10년마다 갱신하는 방송허가장인 칙허장(Royal Charter) 갱신과정에서 다시 6000여 명을 해고하거나 외주인력으로 전환했다. 2007년 10월 마크 톰슨 사장은 영국의 시청자를 대표해 BBC 경영과 정책을 감독하는 기구 ‘BBC트러스트’에 앞으로 1800명의 인원을 추가로 감축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개혁 전인 2004년 2만7632명이던 BBC 인력은 감원과 신규 증원 등을 통해 2007년 2만3037명으로 줄어들었다.
일본 NHK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간 전 직원의 10%에 해당하는 1200여 명을 감원할 예정이다. 2004년 7월 PD의 제작비 착복 사건을 시작으로, 지난해 4~6월에는 직원들의 성적학대·아동 성매매·치한·절도사건 등 6건의 추문이 잇따라 발생해 개혁의 빌미를 제공했다.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은 2012년까지 F2와 F3의 통합을 유도해 공영방송 TF 전체 직원의 10%인 900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두 채널이 통합되면 TF 예산의 3~4%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TF의 경우 2008년 9월부터 저녁 8시 이후엔 광고가 없어지고, 2012년부터는 전면적으로 금지된다.
이렇듯 해외 각국에서도 공영방송 개혁은 국가적 과제다. 공정성 논란, 사내 내홍, 기강해이, 방만경영, 불안정한 위상으로 민영화 논란에 휩싸인 공영방송 MBC는 앞으로 어떤 길을 갈 것인가. 투명경영과 정보공개, 지속적인 경영효율화, 경영혁신을 위한 자구 노력이 국민이 바라는 공영방송의 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