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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홍성욱의 과학에세이

‘잡종형’ 과학자의 사회현실 진단

  • 이상욱 한양대 교수·철학 dappled@hanyang.ac.kr

홍성욱의 과학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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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위험사회

특히 이 책에서 두드러진 테마는 과학기술과 관련된 위험(risk)이다. 우리에게 위험 개념 자체는 낯설지 않다. 얼마 전 우리나라를 방문한 독일의 사회학자 율리히 벡은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문제는 마르크스가 강조했던 ‘자원의 관리와 분배’만이 아니라 ‘위험의 관리와 분배’라는 점을 역설했다. 구소련에서 일어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여파가 인접지역만이 아니라, 방사능 분진이 기류를 타고 실려가면서 유럽 전역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처럼 현대사회는 위험을 국소화하거나 통제하는 일이 쉽지 않다.

게다가 위험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는 거대한 규모의 사회·산업 시스템은 그 복잡도가 인간의 관리 능력 범위에 있는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래서 등장한 개념이 ‘일상적 사고(normal accident)’다. 즉, 아무리 이중삼중으로 안전장치를 하고 사고 발생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도 중간 규모 이하의 사고는 복잡한 거대산업 시스템에서 항상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체르노빌 사고처럼 파국적인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일반적으로 파국적 사고의 확률은 매우 낮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홍 교수는 과학기술 위험사회의 위험관리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항을 강조한다. 즉, 위험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위험에 붙여진 확률 숫자의 크기만이 아니라, 그 확률과 연관된 사건의 심리적 파급효과, 사건의 위험이 알려지거나 관리되는 방식 등에 모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간단히 말하면 사람들은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 특별히 끔찍하거나(비행기 사고로 죽을 위험), 자발적으로 동의하지 않은 상황에 대한 위험(수혈을 통해 에이즈를 옮겨받을 위험)을 사고 상황이 일상적이거나(교통사고로 죽을 위험), 충분한 정보에 근거하고 자발적으로 동의한 상황에 대한 위험(어렵고 위험한 수술에 동의하는 위험)보다 더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과학기술 사회의 위기관리 측면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낮은 수치의 확률만을 강조하는 지극히 초보적인 오류를 저질렀다고 할 수 있다.



홍 교수는 위험관리에서 충분한 정보를 근거로 한 사회적 공감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시민사회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래서 그는 미래의 기술개발이 공공복지에 크게 기여하고 파국적 효과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기술영향평가나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과학기술 연구에 대해 시민의 의견을 묻는 합의회의 등 시민참여 제도를 소개하고 있다.

좀 더 차분한 논의 필요

그러나 필자는 홍 교수의 결론에 동의하면서도 그가 논의를 조금 더 차근차근 진행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갖는다. 왜냐하면 위험 자체가 아니라 위험에 대한 대중의 ‘무지한(?)’ 공포를 감안해서 정책 대응을 하는 것은 무지몽매한 대중에게 이끌려가는 비과학적인 대응이라고 주장할 사람들도 우리 사회에는 꽤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은 홍 교수도 책의 다른 곳에서 비판하고 있는 과학주의의 문제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확률이 매우 낮은 위험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은 문제가 있다. 위험에 부여된 확률은 미래의 연구에 의해 변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 광우병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깊어지면 음식물을 통해 전염될 확률은 높아질 수도, 낮아질 수도 있다. 전문가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아는 정보를 근거’로 할 때 이러저러한 확률 값이 나온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의 정책은 과학적으로 얻어진 확률 값을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비록 낮은 확률이라도 연관된 위험이 가져올 파국적 효과가 너무 끔찍하다면 더 신중한 접근을 선택할 충분한 정치적 정당성이 확보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이 구체화된 것이 파국적 위기관리 상황에서 자주 등장하는 예방원리(Precautionary Principle)다. 그러므로 대중의 위험 인식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것은 우민(愚民)정치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사려 깊게 대응하는 것이다.

신동아 2008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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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욱 한양대 교수·철학 dappled@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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