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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법대 출신 골프교수 김성수의 ‘골프 심리학’ 특강

“스윙 메커니즘은 잊어라, 무의식으로 스윙하라!”

  • 이형삼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ans@donga.com

서울법대 출신 골프교수 김성수의 ‘골프 심리학’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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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오면 엄청나게 넓은 지역의 제설작업을 싸리 빗자루 하나 들고 하는데, 서울 출신인 제겐 그런 고역이 없었어요. 힘이 들어 팔을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쓸어도 눈은 줄어들지 않았죠. 그때 충청도 출신 고참이 ‘빗자루질은 팔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거여’ 하더니 허리를 돌리며 눈을 쓰는 시범을 보여준 겁니다. 팔에 힘을 빼고 고정시킨 상태에서 몸을 틀면 빗자루는 힘을 안 들여도 따라옵니다. 골프 스윙도 이처럼 자연스럽고 편한 동작으로 몸에 배게 하면 돼요.”

스윙을 하면서 팔, 다리, 머리, 허리 등 구체적인 신체부위를 생각하면 그 부분을 구속하게 돼 부자연스러운 동작이 나온다. 반면 ‘하나-’에 백스윙, ‘두-울’에 다운스윙을 하는 것처럼 추상적인 언어를 사용하면 몸 전체가 자유롭고 조화롭게 협동해 좋은 스윙이 만들어진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뛰어났던 톰 퍼처는 “백스윙 때는 바지 벨트의 버클을 오른쪽으로 회전시키고, 다운스윙 때는 벨트 버클을 타깃 방향으로 회전시킨다는 생각에 집중하면 스윙 타이밍이 잘 맞는다”고 명쾌하게 정리한 바 있다.

‘나무’ 대신 ‘잎사귀’

김씨는 골프 레슨에서 테이크어웨이, 백스윙, 톱 포지션, 다운스윙 동작을 구분해 가르치고 이를 조합하는 식으로 설명하는 것은 잘못된 학습법이라고 주장한다. 골프 스윙은 하나의 동작으로, 인체 각 부분이 연쇄적으로 움직이며 순간적으로 이뤄지기에 무의식적으로 수행될 때 가장 자연스럽다는 것. 동작을 나눠 배우면 스윙을 ‘느낌’이 아닌 ‘메커니즘’으로 익히게 돼 스윙 과정에서 생각할 것, 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진 나머지 흐름이 깨진다고 한다. 이는 골프 심리학에서 가장 경계하는 자신감 결여, 집중력 감퇴로 이어진다.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항상 크다’는 것은 골프에서도 통용되는 진리다.



이 대목에서 드는 의문 하나. 단계별 스윙 메커니즘을 생각하지 않고 한번에 스윙하려다 보면 스윙이 빨라지지 않을까? 다리와 몸통이 돌기 전에 팔이 먼저 밀고 나오진 않을까? 김씨는 이 질문에 대해 두 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스윙이 빨라지는 것은 대부분 그립을 너무 꽉 쥐기 때문입니다. 그립은 치약을 눌러 짜는 정도의 힘으로 잡는 게 최선이죠. 느슨하게 잡으면 채가 돌거나 빠져나갈 것 같다고들 하는데, 왼손 중지·약지·새끼손가락 3개로 빈 공간이 안 생기게 쥐고 있으면 채는 꼼짝하지 않아요. 이렇게 그립에서만 힘을 빼도 온몸에서 힘이 빠지고 스윙이 부드러워집니다.

클럽헤드에 도넛 모양의 쇠붙이를 끼워서 연습하는 것도 좋아요. 이렇게 하면 헤드 부분의 무게가 늘어나 백스윙 스피드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다운스윙도 완만하게 가속되어 스윙의 원리-가속도와 원심력-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스윙 궤도도 정확하게 유지되고요.”

모든 스포츠는 타깃(target) 게임이다. 구기종목은 골대가, 사격이나 양궁은 과녁이 타깃이다. 그런데 골프에서는 타깃을 잡기가 쉽지 않다. 골프 코스는 사방이 트여 있어 시각 정보가 많은 반면 각각의 정보 내용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잔디와 나무, 숲 등이 초록빛 일색이라 지형지물이 잘 식별되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초보자는 대개 드라이버 샷이나 아이언 샷의 타깃을 매우 넓게 설정한다. ‘페어웨이 좌우 나무 사이’ 또는 그린 전체를 타깃으로 삼곤 한다. 캐디에게 물어봐도 “벙커 오른쪽으로요” “그냥 깃대 보고 치세요” 하는 식의 막연한 대답을 듣기 일쑤다.

복식호흡의 힘

김씨는 “뇌는 작은 물체를 타깃으로 삼을 때, 즉 주의가 집중될 때 가장 잘 반응하므로 샷을 할 때는 가능한 한 가장 작은 타깃을 선택하라”고 강조한다. 눈을 뜨고 있으면 시각 정보는 일시에 여러 개씩 계속 입력된다. 아무 생각 없이 타깃을 바라보면 그린 깃대, 주변의 벙커, 워터 해저드 등이 한눈에 들어와 각각 같은 비중으로 신경마디를 활성화시킨다. 따라서 특정 타깃을 더 크게 활성화하려면 그것에 주의를 집중해야 한다.

“야구에서 내야수가 1루수에게 송구할 때 그저 1루수를 보고 던지는 게 아니라 1루수가 내밀고 있는 글러브를 보고 던집니다. 축구 페널티킥에서도 그냥 ‘골대 구석’보다는 그물의 특정 매듭 등 아주 작은 부분을 타깃으로 하면 심리적 간섭 없이 골을 성공시킬 확률이 높아지죠. 골프에서도 가령 ‘나무’가 아니라 ‘잎사귀’, ‘깃대’가 아니라 ‘깃대 끝부분’을 타깃으로 잡아야 합니다. 롱 퍼팅을 할 때도 ‘홀 1m 주위’ 대신 ‘홀 중앙에 삐죽 튀어나온 잔디자락’에 주의를 집중해야 잡념이 끼어들지 않아요. 최상호 프로는 평소 벽에다 점 하나를 찍어놓고 1시간씩 바라보는 훈련을 하며 집중력을 키운다고 합니다.”

그런데 타깃을 잡은 뒤 어드레스에 들어가면 볼에 집중한 나머지 타깃이 ‘단기 기억’에서 밀려나 일시적으로 타깃 정보가 차단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려면 타깃 확인 후 시선을 볼에 맞추자마자 지체 없이 스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타깃 정보는 다른 간섭이 없으면 20여 초 동안 유지된다고 한다. 모든 샷은 타깃에 대한 기억이 가장 활성화해 있을 때 해야 한다.

벤 호건은 강한 집중력으로 유명했다. 그가 클라우드 하먼과 같은 조로 플레이할 때였다. 하먼이 홀인원을 했으나 호건은 늘 그렇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음 홀로 이동한 호건이 막 꿈에서 깨어난 듯한 표정으로 캐디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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