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 위싱턴에 들어선 연면적 1만㎡가 넘는 중국대사관의 건설공사 당시 모습. 해외 중국대사관 중 최대 규모인 이 건물은 ‘중국이 슈퍼파워로 부상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워싱턴의 염려를 자극하는 아이콘이다.
이렇듯 미국은, 냉전종식 이후 구가해온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가 서서히 종언(終焉)을 고할 기미가 보이자 잠재적 경쟁자인 중국의 부상을 은근히 신경 쓰는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무한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발도상국에 머물러 있는 중국에 대해 10여 년 전부터 견제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은 일종의 현대판 ‘황화론(黃禍論)’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1842년 아편전쟁에서 패배한 뒤 ‘아시아의 병자(sick man)’라는 조롱을 받아왔던 중국이 새로운 강자로 다시 태어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더욱 고조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풀리지 않는 숙제
우선 부정적인 견해부터 살펴보자. 스탠퍼드대 정치학과 앨리스 밀러 교수는 중국이 이른 시일 내에 슈퍼파워가 되기는 어렵다고 분석한다. “중국의 경제력, 군사력, 정치력 및 소프트파워를 종합해 볼 때 현재 슈퍼파워가 아닌 것은 물론이고 조만간 슈퍼파워로 떠오를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는 것. 밀러 교수는 슈퍼파워에 대한 정의를 “지구상 어느 곳에서나 그 존재를 인정받고 때때로 한 지역 이상에서 동시에 압도적인 힘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전세계 패권국(hegemon)의 지위에 도달한 국가”라고 규정하며 대영제국이나 구(舊)소련, 미국을 예로 들었다. 이러한 정의에 비추어 볼 때, 중국은 “전세계적 이슈의 영역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역내(regional) 파워’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중국 역시 (미국 중심의) 기존 질서에 대한 협력이 국익에 더 부합함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하는 존 아이켄베리 프린스턴대 우드로윌슨스쿨 석좌교수.
다른 한편 중국이 조만간 슈퍼파워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우선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존 태식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10년 안에 적어도 군사분야에서만큼은 미국에 필적할 만한 유일한 슈퍼파워의 반열에 오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구매력지수(PPP·Purchasing Power Parity)로 비교해볼 경우 중국의 실제적인 군사비 지출은 미국의 지출에 맞먹는 4500억달러 수준”이라는 것이다.
‘뉴스위크’의 국제뉴스 담당 편집인 파리드 자카리아의 견해는 아예 중국의 슈퍼파워 등극을 기정사실화하는 등 더욱 적극적이다. “중국의 ‘전세계적 파워(global power)’ 등극은 이미 예측의 영역이 아닌 현실”이며,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은 물론 수단의 다르푸르 사태, 이란 핵 위기 등 국제분쟁에서 중국은 서서히 책임 있는 이해당사자(stake holder)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그는 평가했다.
이렇듯 워싱턴 내부에서는 중국의 슈퍼파워 부상과 관련해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분명한 것은, 미국인의 입장에서 볼 때 슈퍼파워 미국의 지위에 도전할 수 있는 가장 큰 잠재력을 갖춘 나라가 중국이라고 평가하는 데 있어 큰 이의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