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거돈 총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해양대 실습선 한바다호 브리지(艦橋)에서 교수, 학생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
▼ 해양대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지금도 매우 높은 수준인데 앞으로 취업률이 더 높아지리라 확신하는 것은 어떤 근거 때문입니까.
“일각에서는 아직도 해양대를 ‘배 타는 사람 만드는 곳’으로만 알고 있는데, 그건 옛날 얘깁니다. 해양대에는 선장, 항해사, 기관사, 도선사 등 직접 배 타는 사람을 키우는 해사대학뿐 아니라 해양과학기술대학, 공과대학, 국제대학 등 4개 단과대학에서 해양에 대해 종합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길러냅니다. 그러니 해양대 졸업생들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는 엄청나게 광범위하죠. 가령 요즘 한창 각광받고 있는 조선업 분야는 차치하고 해양물류 관련산업 하나만 보더라도 항만운영, 창고운영, 수송, 선박관리, 항만 배후부지 관련사업, 해운관련 금융업, 선용품 공급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합니다. 항만에 사람이 많이 몰려드니 관광업도 간접적으로 연관돼요. 졸업한 지 40년이 넘은 70대 노인들도 관련회사에서 일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을 정도입니다.

사진제공 한국해양대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양대를 지원하는 우수한 고교생도 급증세라고 한다. 특히 해사대학 지원자들의 성적은 서울 최상위권 대학 지원자들과 엇비슷한 수준이라는 게 인터뷰에 동석한 이홍찬 해사대학 부학장의 설명이다. 졸업 후 해기사(海技士) 자격증을 따면 대개 3등항해사로 출발하는데 초임연봉이 5000만원 가까이 된다. 졸업생들은 병역특례를 인정받아 산업기능요원으로 상선회사 등에서 최소 3년간 의무승선을 하게 되는데, 3년이면 1억원이 넘는 수입을 챙기게 되니 ‘대체복무’라기보다 ‘알짜배기 취업’이다.
▼ 지난 3월 부임한 후 ‘우리에게 바다는 땅입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제2의 창학’을 선언했습니다. 홍보 포스터를 보니 육지는 바다를 뜻하는 청색으로, 바다는 육지를 뜻하는 녹색으로 세계지도를 그려놨더군요.
“땅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바다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바다에서 구하는 게 땅에서 구하는 것보다 비싸게 먹히기 때문에 땅에서 구하고 있을 따름이죠. 하지만 육상의 석유 매장량이 30년분밖에 안 된다는데, 그 후엔 어떻게 할 겁니까. 바다에서 석유를 시추하든지 천연가스나 하이드레이트를 끌어올리는 수밖에요.
그런데 육상에서의 석유 시추비용은 점점 증가하는 데 반해 바다에서의 시추비용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해양과학기술(MT·Marine Technology) 덕분이죠. 그래서 우리가 해양과학기술대학에 정성을 쏟고 있는 겁니다. 육상과 해상의 자원획득 비용이 비슷해지는 날, 그래서 온 세계가 바다자원▼ 물류루트, 해양광물, 해양식량, 해양관광, 해양에너지, 해양공간 같은▼ 을 향할 수밖에 없는 날이 곧 옵니다. 그렇기에 우리 해양대엔 바다가 곧 땅입니다. 이 새로운 ‘땅’을 전문적으로 운용할 인력을 기르는 건 국가의 미래는 물론 졸업생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더없이 바람직한 일이죠.”
‘해운인력 3만 양성 프로젝트’
▼ 최근 해양대가 청사진을 제시한 ‘해운인력 3만 양성 프로젝트’도 그런 문제의식에서 비롯됐겠군요. 해양교육기관 통폐합 등 굵직굵직한 과제들이 포함돼 있던데 잘 추진되고 있습니까.
“조선 물량과 선복량(船腹量·선박에 실을 수 있는 화물 규모)은 전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데 비해 선박운용 전문인력인 해기사는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입니다. 국내 상황만 봐도 지금 추세라면 10년 후인 2018년엔 해기사 부족인원이 무려 1만1200명에 이를 전망이에요. 해양대 외엔 해기사를 체계적으로 길러내는 곳이 없기 때문이죠. ‘선원이 모자라면 동남아에서 수입해 오면 될 것 아니냐’고들 하는데, 이젠 동남아 국가들에서도 자국 선원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이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요즘은 선원을 구하느라 아프리카까지 날아가는 회사들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