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미국으로 떠나기 하루전인 5월25일 그를 따르는 국회의원 등 100여명이 참석한 송별회에서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함께 내일로’ 모임을 주도한 열성 참여자들은 매주 화요일 아침에 모여 정치·경제·사회·국제관계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공부한다고 한다. 이 전 최고위원과 특히 가까운 인물이 많다고 한다.
당내 일각에선 “MB계의 실제 주인은 이명박 대통령인가, 이재오 전 최고위원인가”라는 얘기도 나온다. 다음은 MB계 한 핵심 인사의 말이다.
“지난해 대선 본선 당시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박근혜 전 대표 간의 갈등으로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위기 상황을 맞았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2선 후퇴가 시급한 시점이었지만 이 후보와 이상득 전 부의장은 이를 단행하지 못했다. 대선을 1, 2년 앞둔 시점에서 이명박은 국민적 지지를 갖고 있었고 이재오는 당내 조직을 얻고 있었다. 두 사람이 힘을 합치자 박근혜를 누르고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이명박▼ 이재오는 이처럼 처음부터 상하관계, 주종관계라기보다는 서로 필요에 의해 세력 대 세력으로 결합한 수평관계의 성격이 있었다.”
그러나 ‘함께 내일로’의 한 멤버는 “비례대표 의원 5~6명도 열심히 나오는데, 그들은 이재오계가 아니다”며 “화요 조찬 공부모임 참석자들을 이재오 친위부대로 보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라고 말했다.
이재오, ‘국제전화 정치’ 개시?
이처럼 권부 내에서 이재오계가 기지개를 켜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이 전 최고위원도 국내 정치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각종 현안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이 전 최고위원과 통화한 의원들은 그가 최근 상황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밝히고 있다고 전한다. 이 전 최고위원이 2006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나섰을 때 핵심 참모 역할을 했던 박창달 전 의원은 “국내 소식을 소상히 알고 있더라”며 “특히 정권창출 1등 공신으로서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온 데 대해 답답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고 소개했다.
핵심 측근인 진수희 의원도 7월4일쯤 이 전 최고위원과 통화한 내용과 관련, “(이 전 최고위원이) 국내 상황에 대해 굉장히 걱정하고 있더라. 미국에서 걱정한들 아무 소용이 없으니 우리가 어떻게 잘 좀 해보라고 당부하더라”고 했다.
진 의원이 이 전 최고위원과 통화를 한 시점은 이른바 ‘언니 게이트’에 이 전 최고위원의 이름이 오르내릴 시점이었다.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씨에게 공천 로비 자금으로 30억원을 전달한 김종원 서울버스운송조합 이사장과 이 전 최고위원이 친분이 있다는 의혹 제기였다.
진 의원에 따르면, 이 전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미국까지 와 있는 사람을 음해하느냐. 계속 허위 의혹을 제기할 경우 강력 대응 하겠다”고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김 이사장을 대선 선대본부의 교통수석부위원장으로 추천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 지난 3월12일 이 전 최고위원 홈페이지에 올려진 “김종원 이사장은 비례대표로 부적절하다”는 투서와 관련해서도 “전혀 아는 바 없다”고 일축했다.
이 전 최고위원과 그의 측근들이 정치적 보폭을 넓혀 나가자 그의 조기 귀국설이 대두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려움에서 여전히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친이’ 진영을 하나로 결집할 수 있는 그가 어떤 형태로든 정치에 복귀해 정국을 이끌어가려 할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