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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치매의 대가’ 서유헌 교수의 재미있는 腦 이야기

“인고(忍苦)하는 여성보다 바가지 긁는 여성 뇌가 더 건강”

  • 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치매의 대가’ 서유헌 교수의 재미있는 腦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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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인에게 스트레스가 좀 많습니까.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맞아요. 스트레스 받으면 뇌 호르몬 센터가 엄청 자극을 받지요. 그러면 스테로이드 호르몬과 아드레날린(에피네프린) 분비를 매우 증가시키죠. 스트레스 호르몬이 스테로이드 호르몬과 아드레날린 호르몬입니다. 스트레스 받는데 이 호르몬을 분비하지 않으면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방어할 능력을 잃어버려요. 그러면 혈압이 상승하고 위궤양에 걸리고 혈당이 올라가고 T-임파구 기능이 급격하게 떨어지죠. 뇌는 참 신비롭습니다. 스트레스 받아서 죽을 것 같을 때, 뇌에서 주인을 살리려고 마약을 분비하거든요. 스트레스를 견디게 하기 위해 모르핀을 분비하는 거죠. 엔도르핀(내인성 모르핀) 같은 호르몬이 모르핀 구실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거죠. 심한 육체적 고통이나 정신적 고통을 받을 때 뇌에서 통증을 없애주려고 그걸 분비하는 겁니다.”

▼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엔도르핀 혜택을 왜 못 받는 건가요.

“부정적이거나 우울증에 빠져 있는 사람한테는 이런 메커니즘이 소용이 없죠. 스트레스에 너무 오래 노출되면 스테로이드 호르몬 때문에 오히려 몸이 안 좋아지거든요. 그게 장기간 나오면 고혈압, 당뇨 같은 생활습관병(성인병)을 일으키는 나쁜 호르몬으로 작용합니다. 신념이 약한 사람이 스트레스에 더 취약해요. 예민하니까 스트레스가 장기화되고 스테로이드 호르몬 분비도 장기화될 수 있는 겁니다. 만성 스트레스는 뇌 조직을 엄청 파괴시킵니다.”

‘치매의 대가’ 서유헌 교수의 재미있는 腦 이야기

치매는 화투만 친다고 예방되는 게 아니다. 항상 새로운 뭔가에 도전해야 한다.

▼ 흔히 정신력이 강하면 암도 이길 수 있다고 하잖아요. 가능한 일인가요.



“그렇죠. 뇌가 건강한 사람은 면역력이 좋아요. 뇌가 건강하다는 건 곧 그 사람이 통제력이 좋고 긍정적인 사람이란 뜻입니다. 뇌는 면역기능을 원격 조절하는 중앙사령부입니다. 간단한 원리입니다. 기분이 좋을 땐 면역기능이 좋아져서 암 세포 진행도 늦출 수 있지만, (기분이) 나쁘고 우울하면 면역기능이 확 떨어져서 진행이 빨라져요. 평소 화(火)를 너무 억제하거나 소극적이고 완벽주의자이며 스트레스에 민감한 사람이 암에 잘 걸리고 전이가 빠릅니다.”

술은 남성을 여성화한다

▼ 적당한 스트레스는 긴장효과가 있어서 뇌 건강에 좋다고 하던데요.

“그렇습니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합니다. 우리의 생활이 곧 스트레스의 연속 아니겠습니까. 적당한 스트레스가 뇌를 더 건강하게 운동시키는 구실을 해요. 뇌 신경회로들은 생각하고 고민해야 활짝 열립니다. 생각을 안 하고 타인과 단절되면 회로가 폐쇄되고 기능이 사라져요. 그렇지 않아도 20세가 지나면서 하루에 5만개 이상씩 뇌세포가 사멸합니다. 뇌를 자꾸 써야 신경세포가 새로운 회로를 만들고 네크워크를 만들어요. 적당한 스트레스, 우리 뇌 입장에선 좋은 겁니다. 고민하고 생각하고 결정하는 일이 없으면 뇌가 퇴보해요. 뇌에 정보가 안 들어오면 퇴보되는 거죠. 아무리 좋은 도로라도 차가 안 다니고 사용하지 않으면 점점 황폐해지고 폐허가 되는 원리와 같아요.”

▼ 최고의 스트레스는 무엇인가요.

“혼자 되는 겁니다. 세상에 홀로 남는 ‘격리 스트레스’가 뇌에 치명적입니다. 뇌에 자극이 커요. 어떤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고 혼자만의 성을 쌓는데 이건 더 위험하죠. 사회로부터 격리되고 폐쇄되면 대뇌 신경세포가 전체적으로 활성화되지 않고 억제충주만 활성화됩니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거죠. 홀로 되면 거기서 죽어가고 미쳐가게 돼요. 우리 사회에 기러기아빠가 많아져서 큰일입니다. 싱글족이 늘어나는 건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닙니다.”

“진실씨도 술만 먹지 않았다면…”

▼ 스트레스를 푸는 데 술이 일조를 하나요.

“절대 아닙니다. 술 마시는 건 뇌 신경계에 마취제를 넣는 겁니다. 두어 잔 마시면 혈액순환이 잘되고 용기가 솟아나서 좋은 것 같지만, 아닙니다. 용기가 생기는 건 뇌의 억제성 신경계부터 마취가 되기 때문이지요. 평소 억제됐던 행동이 풀리는 겁니다. 예술가들이 포도주를 한 잔 마시면서 창작활동을 한다는 게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해방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술을 많이 마시면 안 돼요. 흥분성 신경계까지 마취시켜버립니다. 전쟁터에서 알코올을 마취제로 쓰는 이유가 흥분성 신경계를 마취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술을 잘 마시면 ‘남성적이다’ ‘호연지기가 있다’고 하는데 그 반대입니다. 술은 여성호르몬 생성을 촉진해 남성을 여성화하는 물질입니다.”

▼ 술이 뇌를 서서히 파괴한다는 얘기인가요.

“그럼요. 결국에는 그렇죠. 술이 몸에 들어가면 위와 장에서 흡수가 되고 간에서 처리가 됩니다. 많이 마시면 간 처리능력의 한계를 벗어나게 돼요. 남은 알코올이 혈액으로 들어가서 전신으로 퍼집니다. 뇌로도 들어가는 거죠. 알코올이 뇌 속에 들어가면 신경세포를 용해합니다. 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줘서 기억회로가 고장이 납니다. 필름이 끊겨버리는 거죠. 술을 너무 자주 마시면 기억중추인 해마와 소뇌의 앞 윗부분이 상해요. 알코올 중독자의 뇌를 열어보면 뇌가 오글오글 오그라들어 있고 골이 넓어지고 깊어져 있습니다. 젊은 사람의 뇌실은 작아야 하는데, 엄청 커져 있는 거죠. 반면에 뇌 무게는 가벼워져 있고요. 자주 필름이 끊길 만큼 술을 마신다면 뇌 신경세포가 손상되어 있고 몸도 망가져 있고 이성도 망가져 있을 겁니다. 흔히 감기에 걸렸을 때 술 한잔 마시면 낫는다고 하는데, 틀린 소리입니다. 알코올이 면역기능, 방어기능을 다 떨어뜨리고 백혈구 수도 감소시켜요. 스트레스를 술로 풀다간 큰일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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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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