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토크쇼는 ‘리얼’을 담기엔 태생적 한계가 있다. 우선 ‘현장’이 없다. ‘올 화이트’ 조명의 말쑥한 스튜디오에서는 ‘촬영 중’이라는 의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리얼’을 살릴 수 없다.
그래서 생각한 아이디어가 ‘집단체제’다. 사람이 많으면 산만하고 어수선한 ‘일상’의 느낌이 어느 정도 산다. 대화에도 속도가 붙는다. 그 속에서 패널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개성을 살린 캐릭터를 입게 된다. 공간적 핸디캡을 ‘쪽수’로 만회한다는 전략인 ‘집단체제’는 토크버라이어티가 리얼리티쇼를 소화하면서 체득한 최적의 모델인 셈이다.
관계를 주목하라
이렇게 토크버라이어티는 리얼리티쇼의 일부 속성을 갖게 됐다. 웃음의 미학도 자연히 리얼리티쇼를 따라갔다. 리얼리티쇼의 재미는 상당부분 캐릭터와 그들 간의 관계에서 나온다. ‘무한도전’의 유반장, 전스틴 브레이크, 거성, 돌아이, 음주CEO, 어색한 뚱보 등 모자란 여섯 남자, 그리고 흠집투성이인 그들의 인간관계가 시청자의 감정선을 자극한다.

1990년대를 주름잡던 1:1 토크쇼는 리얼리티쇼를 지향하는 토크버라이어티로 바뀌었다.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주병진쇼’ 의 한장면.
토크버라이어티쇼도 마찬가지. 출연진의 개성과 그들의 관계가 시청자의 공감대를 얼마나 끌어내느냐가 프로그램의 성패를 가른다. “이성진씨가 고정 패널로 나와서 박명수씨와 유재석씨를 견제하고 지적하는 콘셉트도 재미있겠네요”라는‘해피투게더’ 인터넷 게시판의 글은 시청자의 관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방영 중인 토크버라이어티 쇼는 셀 수 없이 많다. 그 가운데 인기 프로그램을 선정, ‘권력’을 키워드로 출연진 간 관계를 풀어봤다. 웃자고 보는 오락 프로그램인데, 해몽이 너무 거창하다고? 정색할 것 없이 그저 ‘토크버라이어티쇼’를 보듯이 따라와달라.
[정상회담-MBC ‘황금어장-무릎 팍 도사’] 수요일 23:05

MBC 황금어장 ‘무릎팍 도사’는 강호동의 힘과 열정의 이미지를 극대화한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강호동이 MC를 맡는 프로그램은 대부분 그와의 대결 구도로 진행된다. 게스트와 패널에게 강호동은 꺾어야 할 힘이자 넘어야 할 벽이다. 팔씨름부터 다리통 굵기까지, 개인전부터 단체전까지 종목과 종류도 다양하다. 그리고 그를 이긴 패널은 ‘또 다른 힘’으로 인정받는다.
MBC 황금어장 ‘무릎팍 도사’는 이런 강호동의 이미지를 극대화한 프로그램이다. 점집으로 꾸민 무대에서 도사 강호동이 게스트와 단독으로 대담한다. 점집은 서민들이 고민을 털어놓는 장소. 이런 배경은 강호동에게는‘도사로서 묻지 못할 질문이란 없다’는 절대 권력을, 게스트에게는 ‘도사와 마주 앉은 사람으로서 무엇이든 이실직고해야 한다’는 이상한 책임감을 부여한다.
그러나 게스트들도 만만치 않다. ‘무릎팍 도사’의 게스트는 A급, 그것도 ‘문제의’ 혹은 ‘화제의’ 인물이 주를 이룬다. 지금까지 최민수, 신해철, 이경규, 이승철, 최진실, 박해미, 작가 이외수·황석영, 역도선수 장미란,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 등이 다녀갔다. 예능 프로에서 좀체 보기 힘든 인물들이다.
그래서 ‘무릎팍 도사’는 ‘정상회담’ 격이다. 도사 복장을 한 기운 찬 강호동과 음지를 아는 성깔 있는 스타가 마주 앉아 설전을 벌인다. 기선 제압을 위한 강호동의 무기는 ‘센’ 질문. 이혼경력, 음주사고, 마약, 성격적 결함 등 잊고 싶은 인생의 실수들을 ‘무릎팍 정신’으로 가차 없이 들춰낸다.
스타들의 대응법은 다양하다. 박해미는 강호동의 질문에 “왜”라고 반문해 그를 당황케 했고, 고(故) 최진실은 여배우의 심적 고통을 솔직히 토로해 강호동을 숙연하게 했다. 탁재훈은 개그와 입담으로 강호동을 제압했으며, 이외수는 깊이 있는 인생 이야기로 감탄사를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