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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네콩티 vs 페트뤼스

부르고뉴 벨벳 여인 vs 보르도 성골 백작

  • 조정용│와인평론가 고려대 강사 cliffcho@hanmail.net│

로마네콩티 vs 페트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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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네콩티 vs 페트뤼스

고급와인 ‘페트뤼스’를 생산하는 장 피에르 무엑스 사장.

로마네콩티의 와인 제조작업은 수작업 수확, 극심한 가지치기, 여름날의 열매 솎기 등을 통한 품질 향상이 특징적이다. 2007년 6월 필자가 로마네콩티를 찾았을 때 포도밭에서 일하는 젊은 일꾼을 보았다. 그는 나무 하나 하나를 살피며 꽃망울이 터진 송이의 개수를 세고 있었다. 계절이 가면 그중 상당 부분은 열매가 익기도 전에 잘려나간다. 남은 송이에 당분이 집중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포도열매가 좋아야 와인이 좋다. 양조장에서는 되도록이면 공정에 간섭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와인이 만들어지도록 한다. 자유방임형이라고 할까. 어찌 보면 하는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내버려두는 것이 가장 까다롭지만 가장 효과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로마네콩티만의 독특한 양조 방식은 있다. 이곳은 포도송이에서 포도알을 골라내지 않고 전체를 양조통에 집어넣는다. 그러면 가지에서 나오는 타닌을 확보할 수 있다. 로마네콩티는 품질이 좋지 않은 송이를 골라내기 위해 오래전부터 컨베이어 벨트를 사용했다.

양조장에 따라서 혹은 빈티지에 따라서 어떤 경우에는, 즉 포도알의 타닌이 충분하다면 가지를 제거하고 알만 골라 발효시키기도 한다. 발효 후에는 통 바닥에 침전된 효모 찌꺼기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는다. 한 번 정도만 빼내고 그대로 둔다. 그러면 효모 찌꺼기에서 비롯되는 아로마와 맛의 힘을 얻을 수 있다. 맑은 와인을 얻기 위해 여과작업은 수행하지 않지만, 달걀 흰자로 정제 작업을 한다. 오크통을 제작하는 것도 남다르다. 오크 널빤지는 3년 동안 건조해 사용한다. 와인에 과도한 오크 향취가 묻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로마네콩티 vs 페트뤼스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한 포도밭. 뒤쪽에 지롱드 강이 보인다.

로마네콩티에 쏠리는 관심은 사실 작명 방법 혹은 양조 특징에 있지 않다. 바로 가격에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이 로마네콩티다. 가격이 비싼 이유는 우선 공급을 휠씬 뛰어넘는 수요에 있다. 한때 코스닥에 벤처 열풍이 불었다. 어떤 투자자들은 벤처 주식 매입보다는 공모주에 기대를 걸었다. 소규모 회사의 기업 공개에 수조원이 몰리는 일도 다반사였다. 경쟁률이 수백 대 일에 이르니 고작 몇 주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로마네콩티도 마찬가지다. 매년 수천 병을 병입할 뿐인데, 전세계 와인 중개상들이 서로 사겠다고 아우성이니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경쟁이 치열한 발행시장인 셈이다.

병당 600만원 고가 와인



둘째 이유는 유통시장에서조차 매물을 발견하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투자 등급 와인을 구매한 애호가들은 일부는 소비하고 일부는 경매장에 내다 팔지만, 로마네콩티는 그렇지 않다. 소량이다 보니 재판매보다는 직접 음용을 목적으로 한다. 결론적으로 발행시장에서 한껏 부푼 가격은 매물 부족이란 매력을 지니고 유통시장에서 다시 천정부지로 상승한다.

로마네콩티는 와인의 지존으로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의 소재이기도 하다. 그 작가는 우연히 접한 그 와인 한 잔으로 심미안이 생긴 것일까. 그는 누이와 함께 진지한 작품 탐구의 길로 들어섰다. 이를 통해 프랑스인조차 흥미롭게 읽을 만화를 제작했다. 와인 애호가들이 넘치는 일본에서도 역시 로마네콩티는 꿈의 와인이다.

대부분의 와인은 빈티지에 따라 희비가 교차한다. 좋은 빈티지는 맛도 좋다. 가격이 비싸도 그 맛을 보려는 욕구로 인해 인기가 높다. 하지만 빈티지가 좋지 않으면 인기도 같이 시들해진다. 물론 가격도 내린다. 그러나 로마네콩티는 예외다. 중력의 법칙에서 벗어나 있는 물건이 있을 리 만무하지만, 로마네콩티만큼은 전혀 새로운 세상에 있는 존재 같다. 이처럼 귀한 로마네콩티가 30년 정도 잘 익으면 일본에서는 ‘신주(神酒)’라고 표현하며 이 세상 최고의 와인으로 인정한다. 신주라, 얼마나 귀해 또 얼마나 대단해서 그 말을 쓴단 말인가.

일반인이 로마네콩티를 만나는 유일한 방법은 경매장에 가는 것이다. 2006년 맨해튼에서의 일이다. 1999 빈티지 36병이 다양한 용기에 담겨서 출품됐다. 낙찰가는 21만1500달러. 병당 약 600만원이었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사뭇 다르다. 2005년 조선호텔에서 열린 아트옥션 와인경매에 로마네콩티 1999년산 1병이 출품됐다. 350만원부터 입찰을 받았다. 주위가 좀 소란해지면서 ‘너무 비싸다’는 말이 들리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이다. 로마네콩티 한 병이, 그것도 세기의 빈티지라 할 만한 게 350만원에 그쳤으니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다.

포도밭의 순례자들

그러나 경매에 임한 응찰자들은 이런 사실을 잘 몰랐던 것 같다. 입찰 경쟁은 시시했고, 결국 로마네콩티는 370만원을 제시한 중년의 신사 품으로 날아갔다. 와인 정보가 들쑥날쑥한 서울에서 가끔 있는 이런 해프닝은 눈 밝은 애호가들에게는 횡재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지난 11월 해외뉴스에서는 2005년 로마네콩티 한 병이 2만유로의 가격표를 붙이고 유명 와인가게에 진열되어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엄청난 부를 거머쥔 중국인들이 뒤늦게 와인에 눈을 떠서 특정 와인의 가격을 터무니없이 올려놓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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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용│와인평론가 고려대 강사 cliffc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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