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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근 기자의 세상 속으로 풍덩~ ③

말 많고 탈 많은 한약 믿고 먹어도 될까?

세 번째 르포 : 서울약령시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말 많고 탈 많은 한약 믿고 먹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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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은 한약 믿고 먹어도 될까?
서울약령시에서 한방병원을 운영하는 어떤 한의사는 “원용의 약효가 100이라면 엘크는 20쯤 된다”고 임상 경험을 소개했다. 엘크뿔을 한의원에 공급한 곳은 한의학계의 실력자가 모여 세운 약재회사다. 북미산 엘크는 사슴만성소모성 질병(CWD·광녹병) 때문에 수입할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광녹병에 걸린 사슴을 사람이 먹거나 가축 사료로 쓰지 말라고 권고한다. 엘크뿔을 판 이들은 “고르나이알타이공화국에도 엘크가 자란다. 사슴은 품종이 아니라 원산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유전자 검사도 벌였으나 진실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국회 국정감사 때도 갑론을박만 나왔을 뿐이다. 불신은 의심에서 비롯된다. 그들이 판 녹용의 진실은 모르겠으나 북미산 엘크가 중국에서 원산지 세탁을 거친 뒤 한국에 들어온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금은 엘크뿔과 러시아산 사슴뿔의 약효가 ‘같다’ ‘다르다’를 두고 논쟁이 벌어진다. 힘센 사람들의 입김 탓인지 한의사들의 임상 경험이 잘못됐다는 쪽으로 논의가 나아간다. 원용의 약효가 다른 녹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거다.

얼마 전 보약을 한 제 지어먹으려고 지인이 소개한 서울 강남구의 어떤 한의원에서 진찰을 받았다. 식사조절을 한 적도 없는데 80kg 넘던 체중이 63kg으로 준 뒤 오랫동안 게걸음해서다. 한의사가 진찰을 마친 뒤 “특별한 병은 없는데 양기가 허하다”면서 녹용 한 상자를 꺼내왔다.



“이게 으뜸 원자를 쓰는 ‘원용’이라는 건데 러시아에서 수입한 겁니다. 우리 병원은 다른 곳과 달리 이것만 써요. 그래서 약값이 비싼 겁니다. 다른 병원은 중국산 녹용을 씁니다. 잘 찾아오셨어요.”

한의사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스레 기분이 상했다. 그래서 약을 짓지 않았다. 모르는 게 약이다.

“선비가 하던 일”

경동시장 한약거리에 둥지 튼 업소의 업태는 다양하다. 한의원 한약국 한약방 약재소매상 약재도매상이 있다. 서울약령시 사람들은 ○○물산 ○○무역 같은 간판을 내건 곳은 피하라고 조언한다.

한의원은 대학에서 한방의학을 전공하고 한의학사 학위를 받은 이가 운영한다. 한약국은 대학에서 대통령령이 정한 관련 과목을 이수하고 졸업한 뒤 한약사국가시험에 합격한 이가 운영한다. 한약방은 한약업사가 주인이다.

금감원 출신의 이대서 할아버지는 한약업사다. 한약업사는 보약과 치료약을 지어 팔 수 있다. 약재를 파는 상인이 약을 지어 파는 건 불법이다. 하지만 모두 법을 지키는 건 아니다. 대학물 먹은 경험 없는 젊은 한의사보다 약을 더 잘 쓴다면서 ‘보사부’를 탓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대학에서 배우지 않았을 뿐 경험만 보면 한약업사가….”

할아버지도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한약업사는 동의보감 같은 의서에 나온 대로만 약을 짓는다. 그렇지 않으면 불법. 할아버지의 명함엔 ‘서울특별시한약협회 회장 이대서’라고 적혀 있다. 재무부, 금감원 경력 덕분에 한약업사 사회에서 존경받는다.

“33년 전 딴 자격증을 은퇴 후에 써먹네요. 1967년 10월일 거야. 자격을 얻은 게….”

전라도 정읍이 고향인 할아버지의 아버지는 ‘한의사’였다. 한약방은 시골의 ‘병원’이었다. 사람들은 한약업사를 ‘한의사’로 여겼다.

“한약방을 하던 아버지한테 배웠지. 아버지가 시험을 봐두면 나중에 도움이 될 거라고 하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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