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시티 ‘잃어버린 도시의 궁전’ 호텔과 카지노 남아공 전역에 분포돼 있는 카지노
남아공의 악명 높은 인종차별정책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분리)는 1994년 넬슨 만델라가 집권하면서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일상적인 삶의 ‘분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봄꽃이 만개한 프리토리아 거리를 걷는 사람 100명 중 99명은 흑인이었다. 창문을 모두 닫은 채 달리는 고급 승용차 안에는 대부분 백인이 타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과 세계 각국의 대사관이 모여 있는 프리토리아 거리를 쉼 없이 청소하는 이들은 모두 흑인, 낡은 트럭 짐칸에 앉아 이른 봄 더위를 온몸으로 느끼며 이동하는 이들 역시 흑인이었다.
남아공 통계청은 올 1분기 실업률이 약 25%라고 밝혔다. 흑인의 실업률은 통계에 따라 최대 40%에 달한다. 백인의 평균 소득이 흑인의 8배가 넘는 상황에서, 남아공 국민의 43%는 하루 2달러(약 2250원) 미만의 돈으로 살아가고 있다.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흑인들은 프리토리아 같은 백인 거주 지역에 아예 들어오지 못했다. 통행의 자유를 얻은 지금은 그곳에서 허드렛일을 하거나 구걸을 한다. 낮 동안 잘 정비된 백인들의 땅에 머무르다 밤이 되면 전기도, 수도도 들어오지 않는 자신의 양철집으로 돌아간다. 자유와 평등이 회복된 지 16년, 새로운 모습으로 자리 잡은 아파르트헤이트는 남아공의 깊은 고민거리다.
잠재적인 만병통치약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선택한 수단 중 하나가 카지노라는 건 이색적이다. 기독교에 기반을 둔 백인 정권이 집권하던 시절, 남아공에서 도박은 불법이었다. 그러나 넬슨 만델라 정부 출범 무렵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약 15만대에 달하는 슬롯머신이 음성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새 정부는 출범 후 곧 도박 합법화를 논의하는 위원회를 구성했고, 1996년 ‘국가도박법(the National Gambling Act)’을 제정해 복권·경마 등 다른 사행산업과 더불어 카지노 영업을 허용했다. 미국 UC버클리대 제프리 살라즈 교수는 ‘개발과 도박(gambling with development)’이라는 논문에서 “집권 세력은 곧 도래할 수 있는 국가 금융위기를 막을 잠재적인 만병통치약으로 카지노 합법화를 활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왜 카지노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요하네스버그로 향한다. 남아공 최대의 금융 도시 요하네스버그가 속한 가우텡 주에는 카지노가 7개 있다. 최근 10주년을 맞은 몬테카지노(montecasino)도 그중 하나다. 푸른 나무와 붉은 꽃이 어우러진 정원, 잔잔한 호수 너머 보이는 황금빛 석조 건물. 몬테카지노의 첫인상은 우아했다. 시간이 멈춘 듯 평화로운 풍경 속을 걷고 있으니 서유럽의 어느 고풍스러운 도시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착각이 든다. 몬테카지노의 제너럴 매니저 스티브 호웰(53)은 “당신이 지금 떠올리는 곳이 아마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한 마을일 것”이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리 카지노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건축 양식으로 만들었어요. 누구든 이곳에서 그 아름다운 도시를 만날 수 있도록 세계 유수의 건축가와 예술가들이 공을 들였지요. 정원의 나무 한 그루, 건축 자재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남아공 선시티 리조트는 화려하고 다양한 시설로 유명하다. 리조트내 거리와 호텔 내부, 바다를 본뜬 수영장 등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