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 막걸리집에서 주모가 게장백반을 비벼주고 있다.
막걸리 막걸리 우리나라 술 /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 술
언젯적 노래인지 알 수 없으나 술자리에서 더러 듣는 노래다.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 술 막걸리가 있다는 건 얼추 맞는 얘기다. 1980년 전국에 양조장이 1564개 있을 때 그중 막걸리 제조장이 1461개였다. 1990년대 들어 막걸리 양조장이 줄어들어 2007년 총 양조장 수 1425개일 때도 막걸리 양조장이 778개였다. 많이 줄었지만 지금도 양조장의 절반 이상이 막걸리 양조장이고, 전국에 가장 골고루 분포한 식품회사 또한 막걸리 양조장이다.
그 막걸리 중에서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곳이 두 곳이다. 포천 막걸리와 전주 막걸리다. 그런데 포천 막걸리는 양조장의 이름이 높아서 유명하지만, 전주 막걸리는 막걸리 주점이 많아서 유명하다. 전주 시내에 막걸리집들이 즐비하게 모여 있는 곳으로 삼천동 골목이 있다. 삼천동 막걸리 지도에는 33곳의 막걸리집이 등장한다. 풍남중 건너편에 10곳, 삼천2동 우체국 골목에 20곳, 그리고 모퉁이공원 쪽에 3곳이 있다. 이 집들은 모두 간판에 막걸리를 크게 내세웠다. 그리고 다른 지방의 막걸리집에서는 엄두를 못낼 만큼 푸짐한 안주를 내놓는다.
전주 막걸리집은 애주가들의 순례지다. 전주 사람들도 자주 찾지만 외지 사람들도 많이 찾아온다. 막걸리집이 밀집한 삼천동 골목길에 서 있자니, 차를 세운 운전자가 다가와서 우리 일행에게 묻는다.
“어느 집이 맛있어요?”
“저 건넛집에 생선요리가 푸짐하게 나온다는데요.”
그 집에 가보라고 넌지시 훈수한다. 실은 우리도 어디로 들어갈까 망설이던 차에 먼저 들어가보라는 심사로 추천한 것이다. 막걸리학교 동문들이 버스 2대에 나눠 타고 온 전주 막걸리 여행길이었다. 막걸리학교 개교 1주년 행사차 전주 관광음식축제장에서 양조미로 술 빚기 체험 행사를 한 뒤 전주 막걸리를 맛보기 위해 삼천동 골목으로 몰려온 참이었다.
나는 여러 차례 전주 막걸리집을 들렀지만 최후까지 ‘달리지’ 못했다. 그 집에서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안주까지 맛보질 못했다는 얘기다. 전주 막걸리집의 특징은 막걸리 한 주전자를 시키면 안주가 그냥 따라 나온다는 것. 그런데 어느 집은 세 주전자, 어느 집은 네 주전자까지 추가될 때마다 새로운 안주가 나온다. 그 새로운 안주의 면면을 확인하기 위해 끝까지 달려보려는 게 주당들의 목표이기도 하다.
주모가 바쁠 때 가라
자, 어느 집에 들어갈 것인가. 막상 막걸리집들 앞에 서니 망설여졌다. 간판을 봐서는 가늠이 되지 않았다. 전체가 한 집에 들어갈까도 싶었지만, 이름난 Y막걸리집에서는 “좌석이 48석밖에 안되고, 단골손님을 받아야 한다”면서 단체손님 받기를 거절했다. 주모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한 번 왔다 가는 손님들을 받기 위해 단골손님의 편안한 술자리를 빼앗는 것은 도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주 막걸리집은 단골집을 만들어서 가면 좋겠지만, 전주에 살지 않는 한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세 주전자까지 마시려면 술 잘 마시는 ‘선수’를 한두 명 대동하고 가야 한다. 그래야 2ℓ들이 주전자 3개를 비울 수 있다. 그런데 세 주전자를 비우려면 사실 4명도 적다. 8명이 1조로 묶여야 도전해볼 만하다. 여럿이 무리를 지어야 수다도 떨고 악도 써가면서 그 많은 막걸리와 안주를 소화시킬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10명 안팎으로 무리를 지어 술집에 들어가기로 했다. 무리를 지을 때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은 역시 술 잘 마시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