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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막걸리 교실 ⑤

넉넉한 인심, 푸근한 손길 주모를 헹가래치련다!

전주 막걸리집 순례기

  • 허시명| 술 평론가 sultour@naver.com |

넉넉한 인심, 푸근한 손길 주모를 헹가래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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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인심, 푸근한 손길 주모를 헹가래치련다!

전주 한국관광음식축제장에서 펼친 막걸리 빚기 체험 행사.

첫 번째 조 15명이 들어간 음식점은 S막걸리집. 삼천동 골목에서 목도 좋고 공간도 넓어 소문난 집이었다. 그런데 S집으로 들어서니 좀 썰렁한 느낌이었다. 일반음식점처럼 식탁이 정연하거나 짜임새 있는 인테리어가 아니었다. 식탁을 이었다 붙였다 마음대로 끌고 다녀도 괜찮을 만큼 헐렁한 배치였다. 벽면엔 손님들이 휘갈긴 낙서가 가득했다. 우리는 1층 안쪽에 자리 잡고 막걸리를 시켰다.

2ℓ들이 한 주전자에 1만5000원 했다. 나는 한 주전자에 1만원하던 시절부터 출입했는데, 1만2000원을 거쳐 이제 1만5000원으로 오른 것이다. 그런데 첫 번째 주전자만 1만5000원이고, 두 번째 주전자부터는 1만2000원이라고 했다.

퇴근시간이 가까워서 그런지, 손님이 들어오자 바빠진 주모는 탁자 한쪽에 잔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돌아섰다. 알아서 잔을 돌리라는 주문이었다. 막걸리집에 오면 주모가 좀 거칠어도 당연한 듯 받아들여야 하고, 까다롭게 격식을 따질 것도 아니라는 전주 친구의 충고가 떠올랐다. 그래도 주모가 바쁜 저녁시간에 막걸리집엘 가야 전주 사람들과 어우러져 전주의 풍류를 맛볼 수 있다고 했다.

막걸리 달라는 주문에 가장 먼저 나온 것은 큰 접시에 담긴 채소류였다. 고구마, 오이, 당근, 마늘종, 고추, 옥수수. 주모가 오전에 나와서 미리 준비하기 좋은 간식 겸 안주였다.

그런데 S집의 문제는 손님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주모와 말 한마디 건넬 사이도 없고, 술주전자만 앞에 두고 안주 오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고, 소문난 집이라 좀 홀대받는 느낌이 들었다.



안주는 어획량이 결정?

두 번째 조는 술을 잘 못 마시는 여성 6명으로, 작은 규모의 C막걸리집에 들어갔다. 중년 아주머니 셋이서 막걸리집을 운영하는 모양이었다. 오후 5시쯤인데 이른 저녁을 먹고 있었다. 한 주전자의 막걸리가 나오고 안주는 금세 바닥을 보였지만 술주전자는 여전히 묵직했다. 애초에 전주 막걸리집의 안주를 맛보기 위해서 들어왔으므로 주모에게 술 세 주전자의 값을 치를 테니 안주를 내달라고 했다. 그래서 나온 안주의 구성이 이랬다.

1차 안주로 곤이, 닭모래집, 쪽파김치, 꼬막, 마늘종, 우렁무침, 꽁치조림, 삼합, 닭고기 미역국, 번데기, 고둥. 2차 안주로 꽃게찜, 옥수수, 데친 오징어, 꽃게무침, 생굴, 골뱅이, 나물. 3차 안주로는 조기구이, 오이, 포도, 밤, 방울토마토, 두릅, 참나물무침, 홍합탕, 산낙지, 마, 참소라가 나왔다.

가만히 보니 이 집 안주들에 특징이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밤, 방울토마토, 포도, 오이, 옥수수, 마, 꼬막, 고둥, 골뱅이, 다슬기, 참소라 등 겉껍질이 있어서 잘 마르지 않는 안주가 나온다는 점이었다. 보관성도 좋고, 별 요리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상차림의 종류를 늘리기에 손쉬운 것들이다. 두 번째 특징은 저렴하게 많은 분량을 구매할 수 있는 해산물이 많다는 것. 해산물은 어획량에 따라 값의 편차가 크다. 세 번째는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마늘종, 쪽파김치, 나물 등 채소류나 과일류. 안주로서의 비중은 좀 떨어지지만 구색을 맞추기 위한 배치로 여겨졌다. 네 번째 특징은 일정한 가격으로 거래되어 박리다매하기 어려운 육류는 찾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고작 삼합 속 돼지고기, 미역국 속 닭고기, 닭모래집이 C막걸리 주점에서 나온 육류였다.

이는 경남 통영의 통술집인 일명 다찌집의 속성과 비슷하다. 통영에 가면 소주건 맥주건 1병에 1만원을 받는데, 손님은 오로지 술을 시킬 수 있을 뿐이다. 주인이 내놓는 안주는 그날 가까운 포구에서 산 싱싱한 해산물로 구성되는데, 많이 잡혀 가격이 저렴한 안주들이 오른다. 안주의 격조가 어부들의 어획량에 따라 달라지는 셈. 서해가 멀지 않은 전주도 해산물의 유통이 원활한 편이라 술안주로 해산물이 많이 오른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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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시명| 술 평론가 sultour@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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