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호

“아버지가 저지른 잘못까지 내가 뒤집어썼다”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

줄줄이 法 심판대 오른 조용기 목사 가족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3-07-22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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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는 재벌 총수, 난 계열사 사장”
    • “아버지가 ‘정권 바뀔 때까지 나가서 놀고 먹으라’ 출국 지시”
    • 조 목사 3부자와 부인까지 訟事 얽혀
    • 고발 장로들 “사회개혁 차원 고발…엄중히 심판해달라”
    “조용기 목사는 단순한 목회자가 아니다. 국민일보와 그 외 다수 법인을 설립해 직접 대표나 주주로 운영했다. 친인척과 신뢰하는 장로 등을 대표, 이사, 감사 등으로 세우며 그들을 통해 해당업체를 현재까지 장악해 운영하고 있다. 조용기 목사와 피고인(조희준)은 단순한 부자 관계인 동시에 재벌총수와 계열사 사장에 불과하다.”

    ‘신동아’가 입수한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의 6월 4일 법정 진술 가운데 일부다.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 자금을 유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 전 회장은 6월 20일 항소심 선고 공판을 앞둔 최후 진술에서 갖가지 사연을 소상하게 털어놓았다.

    “아버지의 책임”

    “조용기 목사의 부름으로 국민일보 운영을 위해 한국에 들어와 2년 동안 대표이사로 있으면서 김영삼 정부에서 언론사를 세무조사한 뒤 약하게 내린 시정명령을 조용기 목사 지시대로 정리하고 사임했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에서 다시 언론사 세무조사를 하고, 국민일보가 매출을 누락하고 비자금을 조성해 이를 선교비 등으로 조용기 목사가 사용한 것이 밝혀지면서 피고인이 모두 책임을 지기로 하고 횡령 처벌을 받았다. 조 목사와 피고인의 다른 거래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증여받은 것으로 자백하고 증여세 포탈 혐의까지 떠안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억 원 판결을 받았다….”

    조 전 회장은 자신이 일본에 장기 체류한 것도 아버지의 지시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용기 목사로부터 모든 권한을 박탈당하고 해외로 추방됐다. 조 목사는 당시 ‘내가 모든 것을 책임지겠으니 정권 바뀔 때까지 나가서 놀고 먹어라. 한국에서 고생 많았다. 아버지로서 약속한다. 논현동 집과 OO빌딩은 네게 물려주겠다’고 했다. 빌딩은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하니 ‘나를 핫바지로 아느냐, 약속 지킬 테니 나가라’고 했다. 이를 믿고 10년 동안 입을 닫았고, 세상과 가족에 의해 패륜아가 됐어도 참고 살았다.”

    조 전 회장의 이 같은 법정 진술이 나온 지 며칠 만에 검찰은 조용기 목사를 교회에 재산상 손해를 끼치고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아버지의 책임’을 주장한 아들의 법정 진술이 나왔다는 점에서 조 목사에 대한 향후 재판 과정에 부자 간의 치열한 진실 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순복음교회 장로들이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에는 조용기-조희준 부자가 공모해 교회에 손해를 끼친 것으로 돼 있다.

    조 목사는 2002년 12월 재단법인 영산기독문화원이 보유한 아이서비스 주식 25만 주를 시가보다 훨씬 비싼 주당 8만6984원, 총 217억4600만 원에 순복음교회가 매수하게 함으로써 공정가액인 주당 2만4032원과의 차액인 157억3800만원 상당의 재산상 손실을 교회에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이 같은 주식 거래에 교회 당회장이던 조 목사와 조희준 당시 영산기독문화원 이사장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게 검찰이 소를 제기한 이유다.

    지난해 12월 4일 조희준 전 회장에 대한 공소장에서 검찰은 “(조용기 목사는) 교회의 자산을 취득함에 있어 그 취득하는 자산의 적정가액이 어떠한지 평가해 교회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그 임무를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조 목사 등을 고발한 장로들은 올해 초 검찰총장에게 보낸 탄원서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비리의 규모와 몰상식적인 방식에 경악을 금할 길이 없다”면서 “더 이상 묵과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에 사회개혁 차원에서 고발했다”며 엄중한 심판을 호소했다.

    일가 덮친 ‘訟事 쓰나미’

    “아버지가 저지른 잘못까지 내가 뒤집어썼다”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

    조용기 목사 가족에게 6월은 ‘고난의 달’이었다. 장남 조희준 전 회장은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차남 민제 씨도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목사도 기소돼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조 목사 일가를 덮친 ‘송사 쓰나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조 전 회장은 이미 선고된 항소심 판결과 별도로 조 목사가 기소된 사건에 연루돼 있어 추가 송사가 불가피한 상황. 여기에 조 목사의 부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 역시 교회로부터 대학이 지원받은 기금을 전용한 의혹 등으로 검찰에 고발장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목사 3부자(父子)에 이어 부인까지 법의 심판대에 오르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3남 승제 씨는 가족 중 유일하게 법적 분쟁에 휘말리지 않았지만, 2003년부터 맡아오던 CCMM빌딩 12층 서울클럽 대표에서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등록 교인수가 80만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교회다. 목사와 전도사 등 사역자 수가 400여 명에 달하고, 장로급 인사는 1200여 명이나 된다. 교인이 내는 헌금과 교회 재산에서 나오는 이익금 등으로 이 교회가 1년에 집행하는 예산 규모는 1000억 원이 넘는다.

    “아버지가 저지른 잘못까지 내가 뒤집어썼다”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

    김성혜 한세대 총장.

    당회장은 단체장, 사역자와 장로는 공무원, 신도는 일반 시민, 헌금은 세금에 비유할 수 있다. 교회가 출연한 각종 회사는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산하 공기업쯤으로 볼 수 있다. 교회가 자치단체와 다른 점은 교회가 ‘믿음’을 매개로 거주지와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모여 일체감이 높다는 것, 강제성이 비교적 약한 헌금을 기반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자치단체는 개인의 호불호와 상관없이 주민등록상 거주지에 따라 일방적으로 소속이 정해지고 세금도 법에 근거해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한다. 또한 단체장은 4년에 한 번씩 유권자의 선택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순복음교회 주변에서는 조 목사가 2008년 공식 은퇴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다 교회 내부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비극’이 시작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교회 한 장로의 얘기다.

    “조 목사는 2008년 당회장에서 은퇴했다. 최고책임자가 바뀐 것이다. 그런데 교회와 관련 재단, 자회사들은 여전히 조 목사와 가족의 입김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교회 관련 회사의 경영권을 놓고 불협화음을 내기도 했다. 교회와 교회 자금이 들어간 회사를 자신들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교회를 설립하고 성장시키는 데 조 목사의 공이 컸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조 목사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 지금의 교회가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수십 년 동안 교회를 물심양면으로 후원해온 많은 성도의 땀과 노력이 보태졌기에 가능했다. 특정인 몇몇이 교회와 교회 재산을 사유화하려는 시도를 더는 묵과할 수 없다.”

    2010년 조 목사의 두 아들이 국민일보 경영권을 두고 벌인 이른바 ‘왕자의 난’을 계기로 조 목사 일가는 각종 송사에 휘말리게 된다. 국민문화재단 이사 선임을 둘러싼 가족 간 갈등이 증폭되면서 갖가지 의혹이 쏟아져 나온 것. 이들 자료 등을 근거로 순복음교회 일부 장로들이 조 목사 가족 등을 검찰에 고발했고, 그에 따른 사법적 판단이 속속 이뤄지고 있는 것.

    순복음교회의 한 전직 장로는 “조 원로목사 일가의 불행은 교회 재산을 개인 재산처럼 사용한 데서 비롯됐다”며 “교회가 목사 개인의 것이 아니듯, 교회 재산 역시 목사와 그 가족이 함부로 손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법정으로 간 가족 갈등

    “아버지가 저지른 잘못까지 내가 뒤집어썼다”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

    조용기 목사(왼쪽)와 장남 희준 씨.

    조희준 전 회장은 1997년 11월부터 2년간 국민일보 대표이사를 지냈고, 이후 2002년까지 넥스트미디어그룹 회장으로 재직하며 16개 계열사를 경영했다. 김대중 정부 때 실시한 언론사 세무조사 직후 횡령,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억 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항소심 판결 이후 출국해 2009년까지 일본에 체류했다.

    그가 일본에 체류하던 2006년 재단법인 국민문화재단이 출범했다. 국민일보를 지배하는 1대 주주이자 유일 주주인 이 재단의 출범은 조 목사의 차남 조민제 당시 국민일보 부사장의 장인 노승숙 장로가 주도했다. 재단 출범 이후 노 장로는 국민일보 회장, 조 부사장은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국민일보 경영권이 사실상 차남에게 넘어간 것이다.

    2007년 12월 초 조희준 전 회장은 한국에서 미납한 벌금 50억 원이 문제가 돼 일본 경찰에 체포됐고, 조 목사가 벌금을 대납해 석방됐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08년 8·15 특사로 사면복권된 조 전 회장은 7년간의 일본 생활을 마치고 2009년 귀국한다.

    2010년 8월 조 목사의 매제 설상화 장로 등 8인 장로가 노승숙 회장을 서울서부지검에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하는 것을 기화로 ‘왕자의 난’은 본격화했다. 조 전 회장은 동생의 장인 노승숙 회장이 사임한 사랑과행복나눔 상임이사에 오르면서 재기에 나섰다. 같은 해 9월 노 회장이 사퇴하자 조용기 목사는 국민문화재단 임시 이사회를 열어 부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을 노 회장의 후임으로 선임하려다 이사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어머니와 큰형이 손잡고 국민일보 경영권 확보에 나선 것으로 판단한 차남 민제 씨는 그해 8월 국민일보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해 형에 대한 견제에 들어갔다. 비대위는 같은 해 10월 노사가 함께 참여한 노사공동비대위로 확대 개편됐다. 노사공동비대위는 특별취재팀을 가동해 조희준 전 회장 등과 관련한 비리 의혹을 집중 조사했다.

    이들은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조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다. 이로 인해 조 전 회장은 지난 1월 1심 재판에서 법정구속됐다가 6월 20일 항소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동생의 승인 아래 구성돼 활동한 비대위로부터 고발을 당한 끝에 구속되고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그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순복음교회 관계자들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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