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호

정몽준·김황식 캠프 좌장의 誌上 혈투

“김황식, 의사와 짠 건 아니겠지만 軍면제 신기” vs “정몽준, ‘친박’ 팻말 들고 박근혜 조롱”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14-04-16 16: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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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몽준 캠프 이사철 “김황식, 의사와 짠 건 아니겠지만 軍면제 신기”
    • “호남 업고 어디로 튈지 예측불허”
    • “남 일 평가만 하는 박원순 캐릭터”
    • 김황식 캠프 이성헌 “정몽준, ‘친박’ 팻말 들고 박근혜 조롱
    • “신뢰할 수 없는 인성 가져”
    • “선거철마다 금권선거 의혹”
    정몽준·김황식 캠프 좌장의 誌上 혈투
    새정치민주연합의 서울시장 후보는 박원순 시장으로 굳어졌다. 다소 싱겁긴 하다. 그러나 안철수-민주당 합당으로 야권 후보가 자동 단일화된 건 박 시장에게 이만저만 다행이 아니다.

    반면 ‘서울 수복’을 내건 새누리당에선 정몽준 의원과 김황식 전 총리가 피 말리는 접전을 벌인다. 4월 30일 누가 새누리당 후보가 될지 알 수 없는 분위기다. 이에 대한 언론과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신동아’는 두 후보 캠프의 좌장인 이사철·이성헌 총괄본부장을 각각 1시간여 동안 심층 인터뷰했다.

    이들은 각자의 관점으로 자기 후보와 상대 후보의 자질을 비교 평가했다. 상대 후보에 대해 같은 당이라고 봐주는 것이 없었다.

    정몽준 후보 캠프

    이사철 총괄본부장



    이사철 본부장은 정 후보의 TV토론 예행연습을 참관하느라 약속시간 20분이 지나도록 오지 않았다. 매우 바빠 보였는데, 박호진 대변인은 기다리는 기자에게 “이 본부장이 인터뷰 시간을 내주던가요?”라고 했다. 이 본부장은 한나라당 대변인을 지낸 재선 의원 출신이다. 이윽고 그가 왔다.

    ▼ 좌장이시니까 편하게 말씀을….

    “좌장이라는 직은 없고 총괄본부장으로 교통정리 좀 하고 있어요.”

    ▼ 정몽준 후보와는 어떤 인연인가요?

    “전 서울대 법대 나왔고 후보님은 서울대 상대 나왔는데 저의 1년 선배이자 친구의 친구쯤 되요. 학교 다닐 때부터 가끔 만났고요. 후보님이 한나라당 대표할 때 제가 대표 특보단장으로 도왔습니다.”

    ▼ 정 후보는 대학생 시절 어떠했나요?

    “재벌 아들치고 꽤 소탈했어요. 혁대도 다 떨어져가는 거 매고 신발도 만날 똑같은 거 신고. 밑창을 두 번 갈았다나.”

    ▼ TV토론 준비는 잘되나요?

    “후보님이 꼼꼼해요. 말 한마디, 토씨, 수치 하나까지 확인하려고 해요.”

    ▼ 그러나 과거에 ‘버스요금 70원’이라고 하셨죠.

    “2008년 당 대표 뽑을 때, 한 후보가 ‘버스 값 아느냐’고 공격하더래요. 후보님은 잘 몰랐지만 그래도 ‘700원’이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얼떨결에 ‘70원’이라고 했대요. 상당수 의원이 세세한 수치를 질문 받으면 당황할 거예요.”

    정 후보는 이후 ‘70원 트라우마’를 겪은 듯하다. 이번 경선에서 그는 돼지고기 한 근 값, 배추 한 포기 값을 열심히 외우고 있다. 최근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가 박원순 시장을 앞서는 결과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 본부장은 “붕 떠 있는 뜬 구름 인기가 아니다. 대중정치인으로 착근했다”고 말했다.

    “명재상, 그걸 믿고 나왔는데…”

    ▼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고무된 분위기네요.

    “박원순 시장의 모토가 일을 벌이지 않는 시장, 아무것도 안 해 칭찬받는 시장이죠. 이에 대한 시민의 평가가 제대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정 후보는 축구협회장으로서 2002월드컵의 성공적 개최와 4강 신화에 크게 일조했고 기업가로서 근로자들과 함께 현대중공업을 세계1위 조선소로 일궜죠. 그가 경영에서 손 뗀 뒤에도 현대중공업이 잘 굴러갑니다. 유능한 CEO를 발탁하는 걸 보면 사람 보는 안목도 있어요.”

    ▼ 우선 경선부터 통과해야 하는데요. 김황식 후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요?

    “김 후보는 ‘명재상’, 그걸 믿고 나왔는데 역시 정 후보가 시민에게 더 어필한다고 봐요.”

    ▼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가 뭐죠?

    “박원순과 김황식은 똑같은 캐릭터예요. 두 분 다 남이 해놓은 일을 평가하고 비판하는 법조인 출신이죠. 머리 구조가 그렇게 돼 있어요. 박원순은 오세훈이 해놓은 것 다 중단하고 토목사업 같은 시끄러운 것 안 해요. 김황식은 법관 출신이어서 더해요. 원고와 피고가 밥상 차려놓으면 조용히 듣다 판단만 내려요. 지금 서울시민들은 창의적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시장을 원합니다.”

    ▼ 김 후보는 호남 출신이어서 호남 출신 유권자 표를 끌어올 수 있다고 하는데요.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호남 출신 유권자가 김 후보 측에 기울어져 있습니다. 그게 다예요. 절대 다수의 호남 출신 유권자는 결국 새정연으로 가게 돼 있어요. 되레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다수의 영남 출신 유권자가 호남 출신 새누리당 후보에게 방관적 자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요. 현재의 박원순-김황식 간 격차가 끝까지 갈 겁니다.”

    ▼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내심 김 후보를 선호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박 대통령이 걱정하는 건, ‘서울시장이 2017년 대권 출마를 염두에 두고 대통령과 각을 세우지 않을까’ 하는 거죠. 이런 면에서 정 후보가 박 대통령에겐 더 편하죠. 정 후보는 ‘서울시장이 되면 2017년 대선에 안 나오겠다’고 명백히 밝히잖아요. 정몽준은 새누리당을 떠나 존재할 수 없어요. 반면 김 후보는 달라요. 총리까지 한 분이 장관급 서울시장을 왜 하시려 하겠어요. 대권 욕심이 있다고 봅니다. 당과의 관계설정도 예측불허죠. 분명하게 나타난 게 이번 칩거 사태, 경선 보이콧 움직임 아닙니까. 김 후보는 시장이 되면 ‘호남을 업었다’고 주장하면서 언제 어디로 갈지 몰라요. 제가 좀 심한가요?”

    “공이 왔다갔다 할 게 아닙니까?”

    이 본부장은 김 후보의 부동시(좌우 눈의 굴절이 다른 상태)로 인한 병역면제에 의문을 제기했다. 아무래도 정-김 후보 양측의 공방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 김 후보의 병역 문제가 또 쟁점이 될까요?

    “안보 상황이 엄중해지지 않습니까? 4차 핵실험하겠다고 하고 무인기, 폭격기가 될 수 있는 것도 시내에 날아다니고. 그래서 걱정이 돼요. 요즘 젊은이들이 외국 영주권, 시민권까지 포기하면서 입대해요. 저희가 쭉 알아보니까 어떤 친구는 시력교정수술까지 받고 군대 가더라고요. 그런데 부동시라는 게, 그분이 광주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배드민턴 선수를 했대요.”

    ▼ 김 후보가 총리 시절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한 적 있죠.

    “이 배드민턴 공(셔틀콕)이 날아오는데 부동시면 이게 어떻게 되나요? 이게 공이 왔다갔다 할 게 아닙니까? 어지러우면 두 개로 보이고 그러잖아요. 어떻게 이런 분이 징병검사 때 부동시가 됐다가 사법연수원 들어갈 때, 2년 뒤 법관 임용될 때 신체검사에선 아무 문제없다고 나왔어요. 이게 우선 신기해요. 그렇지만 저로서는 솔직히 그분이 군대를 안 가기 위해 의사들과 뭐 짜고 그렇게까지는 생각하진 않는데…. 아마 본인도 총리까지 되실지 몰랐을지 모르죠. 더군다나 선출직으로 출마하는 것까진 염두에 두지 못했을 수 있죠. 다만 검사든 판사든 변호사든 우리사회의 지도적 인물 아닙니까. 그럼 요즘 젊은이들처럼 일부러라도 군대 가는 게 필요했다고 보는데 좀 아쉽습니다.”

    용산 개발은 박 시장과 정 후보 간 첫 교전(交戰)이 발생한 선거 이슈다. 정 후보가 “중단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을 재추진하겠다”고 하자 박 시장은 “5개월 전 파탄 난 용산지구 얘기를 하면서 철 지난 레코드판을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후보 측은 용산 개발과 관련해서도 박 시장과 김 후보를 싸잡아 공격한다. 이어지는 이 본부장과의 대화다.

    ▼ 용산을 나눠 개발하겠다면서요?

    “원래는 코레일이 자사 소유 철도기지창만 개발하려다 오세훈 전 시장이 한강변 서부이촌동 아파트단지도 포함시켜 함께 개발하자고 해 일이 커졌죠. 그런데 보상 문제가 여간 복잡한 게 아니었어요. 용산 사업이 무산될 때 코레일 사장이 정창영 씨였어요. 정씨는 김황식 후보가 감사원장일 때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있던 김 후보의 최측근이고 지금도 김 후보 캠프에 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용산 개발 실패의 장본인을 참모로 쓰는 김 후보가 시장이 되면 용산 개발이 잘 될 리 없다고 봐요. 박원순 시장은 무조건 ‘안 하겠다’ 위주니 용산 개발도 당연히 안 하죠. 우리는 철도기지창 부지만 먼저 개발하고 이 땅도 덩치가 크니 몇 단계로 나눠 하면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봐요.”

    ▼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정 후보는 노원구 창동 차량기지에 삼성동 코엑스에 버금가는 공항터미널을 만들겠다고 공약했어요. 강북을 발전시키기 위해선 이런 대규모 사업이 필요해요. 용산 개발은 강북 차원이 아닌 서울 전체의 국제경쟁력을 끌어올릴 기회입니다. 개발방법상의 문제로 한번 실패했지만 입지는 여전히 탁월해요. 이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현실화해야 해요.”

    ▼ 오 시장이 추진했다 박 시장이 중단한 중국-서울 뱃길도 재추진하겠다면서요?

    “서울-칭다오, 서울-상하이 뱃길을 염두에 두고 있어요. 500명 정도 타는 2000~3000t 배가 서해에서 인천항을 거쳐 아라뱃길(경인운하)과 한강을 따라 여의도 선착장으로 들어오고 나가도록….”

    ▼ 야당은 경제성이 떨어진다, 현실성이 없다고 주장하는데요.

    “그들은 해보지도 않고 항상 안 된다고 하죠. 배 타고 인천항까지 와서 버스로 갈아타고 서울로 오는 중국 분이 많은데 배로 바로 여의도까지 오면 더 좋아하지 않을까요? 중국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하는 관광자원이 될 수 있고 뱃길을 따라 한강변도 더 멋있게 바뀔 것 같은데요.”

    “몇 개 없잖습니까?”

    정몽준·김황식 캠프 좌장의 誌上 혈투

    정몽준 후보.

    ▼ 김황식 후보의 공약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몇 개 없잖습니까? ‘강남과 은평을 10분 안에 오가도록 하겠다’는 공약도 다 나온 이야기라고 하더라고요. 저분은 주어진 밥상 분석하는 데에만 선수시라니까요.”

    정 후보 측은 정몽준과 김황식의 아킬레스건을 다룬 지난달 신동아(4월호) 보도 내용에 신경을 쓰는 눈치였다. 2002년 정 후보의 자서전 대필을 주장하는 사람이 신동아 인터뷰에서 “곁에서 보니 정몽준은 연산군 같았다”고 말한 것에 대해 정 후보 측 관계자는 “당시 어떤 작가가 (통째로 대필해준 게 아니라) 윤색 작업을 도와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어지는 이 본부장과의 대화다.

    ▼ ‘재벌인 정 후보도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제왕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기업에선 전무와 상무가 오너에게 꼼짝 못 해요. 그러나 정치권은 어디 그런가요? 정두언 보세요, 자기 계파 대통령에게도 ‘똑바로 하라’고 말해요. 정 후보는 이런 데에서 비판과 견제를 많이 받았고 이를 통해 소통과 민주주의를 단련했어요.”

    ▼ 서울시장과 현대중공업 대주주 자리가 양립할 수 있다고 보나요?

    “고위 공직을 맡으면 어떻게 하라고 연락이 옵니다. 하라는 대로 하실 겁니다.”

    ▼ 현대중공업 주식을 모두 처분하게 되는 상황이라면?

    “법이 그러라고 하면 해야죠, 시장을 택한 이상.”

    정 후보가 시장이 되면 그가 현대중공업 주식을 처분할지, 방위산업체인 이 회사가 외국으로 넘어갈지, 현대자동차 같은 현대가(家)나 다른 재벌이 이 회사를 인수할지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이혜훈 후보와 거래한 건 없나요?

    “이 후보가 정 후보의 지역구인 동작구로 주소를 옮긴 건 경솔했다고 봐요. 저희도 놀랐어요. 정 후보가 시장이 되어 의원직을 사퇴하면 이 후보가 보궐선거 공천 받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 있죠. 아마 공천 받는 데 오히려 문제가 있을 겁니다. 여의도에선 김문수 지사가 거기로 온다는 이야기가 돌죠.”

    ▼ 현대중공업이 100억 광고 풀어 정 후보에 호의적인 보도를 유도했다는 의혹도 있는데.

    “2년 전에도 이계안 후보가 광고 못 하게 가처분 신청 냈다가 기각됐고 선관위도 문제없다고 했어요. 기업이 광고하는 게 무슨 잘못인가요? 정 후보가 1월 말 출마를 결심했는데 현대중공업 광고는 1월 이후 굉장히 줄어들었어요. 정 후보는 광고 집행을 전혀 몰랐어요.”

    ▼ 정 후보는 실제로 아랫사람을 함부로 대하나요? 이런 인물평이 왜 자꾸 나오나요?

    “오늘도 민주당이 ‘아버지뻘 되는 사람 조인트 깠다’는 논평 내던데 사실이 아닙니다. 로펌 대표 변호사인 저도 직원에게 가끔 야단을 칩니다. 정 후보도 ‘왜 이렇게 준비를 제대로 안 했느냐’고 직원을 나무라기도 하죠. 그러나 정 후보는 나보다 훨씬 살살 질책해요. 부자라서 침소봉대되는 측면이 있어요.”

    “돈 쓰는 데 인색하진 않지만…”

    ▼ 재벌이지만 인색하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사실인가요?

    “사람들은 부자 친구에게 은근히 기대하지 않습니까. 정 후보는 돈 쓰는 데 전혀 인색하진 않으시지만, 일본말로 기마이라고 하나요, (한턱 거하게 내는) 이런 성격도 아니시죠. 그러나 ‘2만 원짜리 정식 먹느니 5000원짜리 짜장면 먹자’ 이런 식으론 안 하세요.”

    ▼ 혁대와 신발도 해질 때까지 쓴다는 근검절약형이니까. 서울시장 월급은 정말 기부하기로 한 건가요?

    “어떤 기자가 ‘당신이 블룸버그 뉴욕시장 만났다는데 그 사람은 1달러만 받았다는데 당신도 1만 원만 받을 생각 있느냐’고 물으니까 ‘뭐 그렇게 해보겠다’ 이런 건데. 거기서 ‘나는 다 받아가겠다’고 할 순 없잖아요. 월급에 연연하는 분이 절대 아니에요.”

    ▼ 정 후보는 기초단체장 공천 배제를 주장했죠.

    “그 정신이 옳다고 이야기했죠.”

    ▼ 공천하기로 한 당에 왜 아무 말도 않나요?

    “자기 생각만을 위해 당과 다른 후보들의 요구와 열망을 저버리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본 거죠. 대신 본인 지역구인 동작구의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공천에 개입하지 않고 클린 경선을 시행하고 있어요.”

    ▼ 뉴타운 허위 공약으로 기소된 적도 있죠?

    “선거 전략상 이용됐다는 점이 유죄판결 났기 때문에…. 시장이 되면 뉴타운 추진을 적극 돕겠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어요.”

    ▼ 여기자가 자꾸 질문하자 볼을 만져 성희롱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요.

    “딸 같아서 ‘아이 나 이제 좀 봐주라, 그만 그렇게 해달라’는 취지에서 자기도 모르게 그런 거지 어떤 성적 의미를 담아서 그런 건 절대 아닙니다.”

    ▼ 그 일 이후 조심하시나요?

    “그렇겠죠. 그땐 그 의미였어요.”

    ▼ 정 후보는 2011년 박근혜 당시 대표의 기고문을 “대학교수가 대신 써준 것”이라고 말했다가 항의를 받았는데요. 정 후보의 이런 점 때문에 박 대통령이 정 후보를 신뢰하지 않는 건 아닐까요?

    “대신 써줬다기보다 의견을 많이 들었을 것 아닙니까? 그 의견을 줬다는 사람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비판하기 위해 그런 말을 한 것으로 압니다. 그 사람이 엉터리 말을 박 대통령에게 했는데 그런 말은 잘못된 것이다…. 사소한 일로 사이가 나빠지진 않았으리라고 봅니다.”

    이 본부장은 “박 대통령이 잘돼야 정 후보와 주변 사람들의 미래도 존재한다. 정 후보는 박 대통령에 대항해 활로를 열 생각이 없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도 절대 그렇게 못 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황식 후보 캠프

    이성헌 총괄본부장

    김황식 후보 경선준비위원회의 이성헌 총괄본부장도, 마치 이사철 본부장과 약속이나 한 듯 인터뷰 자리에 늦게 왔다. 이 본부장을 면담하려고 많은 사람이 대기했다. 경선 일정과 관련된 당 사무총장 주재 회의가 예정보다 훨씬 길어졌다고 한다. 이 본부장은 16· 18대 의원을 역임했으며 2007년 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 조직총괄단장을 지낸 서울지역의 대표적 친박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무례한 행동 셀 수도 없어”

    정몽준 후보가 TV토론에서 ‘친박’ 팻말을 든 점이 대화의 첫 화제로 올랐다. 이 본부장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본인이 ‘친박’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겠습니까만…”이라고 했다.

    ▼ 정 후보가 친박인지 아닌지가 고차방정식 같네요.

    “모름지기 사람은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해요. 얼마 전 김황식 후보가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통화 한 번 했다고 하니까 그쪽 대변인이 김기춘 실장 거취를 밝히라고 말하지 않았나요? ‘박심을 이용한다’고 공격하고. 아니, 전화 한번 한 걸 갖고 비서실장을 그렇게 몰아세울 정도의 사람들이면 나중에 자기 입지를 위해서라면 그 이상의 어떤 일도 할 수 있다고 봐야 하지 않겠어요?”

    ▼ 정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살던 서울 신당동 집을 최근 방문하기도 했죠.

    “지금 와서 대통령 지지율이 높다고 그 표심을 자기 쪽으로 끌어오기 위해 대통령과 초등학교 동기였다느니 신당동 집을 갔다 왔다느니 하는 건 작위적 제스처 아닌가요?”

    이어 정 후보 측에게 한 것과 같은 질문을 던졌는데, 예상대로 정반대 대답이 나왔다.

    ▼ 일전에 ‘대학교수가 박 대통령 기고문을 대신 써줬다’고 정 후보가….

    “외국 잡지에 외교정책에 대해 쓰신 건데. (정 후보가) 박 대통령에게 한 이런 (무례한) 행동들을 다 따지면 손가락으로 다 셀 수도 없어요. 친박이라고 이야기하려면 정권 창출 과정에서도 그렇고 정권 운영에서도 그렇고 신뢰를 주고받고 기여한 게 있어야 하지 않나요? 이 점에 대해 할 말이 많이 있지만 참모로서 이야기하는 게 적절치 않아 하지 않겠습니다. 사실 우리 새누리당이, 우리 당원들이 제일 피눈물 흘렸던 게 언제입니까?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로 정권 뺏겼지 않습니까? 그건 정 후보 본인이 어떻게 말해도 당원들이 잊지 않을 거예요. 이번 경선 앞두고 친박, 친박 이렇게 말하는 것은 오히려 (박 대통령, 친박, 당을) 조롱하는 태도가 아닌가 싶어요. 썩 좋은 언행은 아닌 것 같습니다.”

    ▼ 정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면 박 대통령과 대립할 것이라고 보나요?

    “내가 말씀드리지 않아도, 전화 통화한 것에 대한 반응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 정 후보는 2017년 대선에 안 나오고 박 대통령에 대항해 활로를 열겠다는 뜻도 없다고 말하는데요.

    “그분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1월까지만 해도 어떤 신문과 인터뷰하면서 ‘나는 (서울시장 선거에) 안 나갈 테니까 안 나간다고 써달라’고 했다고 해요. 그게 하루아침에 바뀌었는데…. 2002년 노무현 대통령과 후보 단일화할 때도 단일화해놓고 투표 전날 파기해버렸잖아요. 그런 인성(人性)을 가지고 계신데 앞으로 어떻게 하실지 어떻게 압니까?”

    ▼ 서울시장이 되면 이러이러하게 하겠다는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 힘들다?

    “어쨌든 그분의 지나온 과정을 보면 그분이 지금 하는 말을 100% 그대로 믿고 따르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지난달 ‘신동아’ 보니까…”

    이 본부장은 “훌륭한 장점을 가진 분이지만 자기감정 조절이 잘 안 되는 분으로 알려지기도 해 일각에선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 정 후보가 제왕적이라고 보나요?

    “지난달 ‘신동아’ 보니까 어떤 작가가 정 후보를 ‘연산군’으로 표현했던데요. ‘연산군 같은 사람’도 아니고 ‘연산군같은 왕’이라고. 이걸 보면서 ‘야 참 큰일이다’라고 생각했어요. (여기자 성희롱 논란 등 전반적인 언행 논란과 관련해) 그런 것에 대해 어떻게 일일이 다 논평하겠어요. 아랫사람을 어떻게 대한다든지. 저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젊은 나이 때부터 큰 부(副)를 가진 분이기 때문에 그런 힘을 발휘할 수 있었겠죠.”

    정 후보가 뉴타운 허위 공약으로 기소된 부분과 관련해선 “서울지역의 정책 부분이나 현안이 좀 복잡한데 거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고 했다.

    ▼ TV토론이 경선의 향배를 가를 변수일 텐데요. 김 후보가 잘하고 있나요?

    “1차 TV토론을 보니, 정 후보는 이혜훈 후보가 임대주택 10만 호 짓겠다는 것을 비판하더라고요. 나중에 본인도 임대주택 10만 호 공약하겠다고 이야기해요. 논리적으로 모순되지 않나요? 본인 공약을 잘 모르는 것 같더라고요. (정 의원이 ‘말을 잘 못 한다’는 지적과 관련해) 그게 그분의 인식 수준이겠죠. 어떻게 하겠어요? 할 말이 참 많지만 제가 이야기를 안 하는 거예요.”

    김 후보 측은 현대중공업 100억대 광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 본부장은 그럴만한 근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 문제 제기 경위가 어떠한가요? 누군가 제보를 해왔나요?

    “저희가 처음 이야기한 게 아니고요. 모 방송사 노조가 정몽준 후보에 편파보도를 한다고 성명을 냈어요. 이를 계기로 어떤 분이 좀 알아봤나봐요. 종편에 출연해 문제 제기도 했고요. 그래서 저희가 매월 100대 광고주를 공개하는 닐슨코리아 자료를 확인해봤는데 특이한 점을 발견했어요.”

    ▼ 현대중공업과 관련해서?

    “네. 2013년 1월부터 10월까지 언론 매체에 광고를 한 건도 안 하다가 11월, 12월, 올해 1월, 2월 이렇게 4개월여 동안 100억여 원어치를 여러 매체에 광고한 겁니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 시기와 맞물린 것 아닙니까? 그래서 과거 자료로 확대해서 보니 일관된 패턴이 발견됐어요.”

    “출마할 때마다 이미지 광고”

    정몽준·김황식 캠프 좌장의 誌上 혈투

    김황식 후보.

    ▼ 어떤 일관성인가요?

    “18대 총선, 19대 총선, 한나라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마다 수개월 전부터 현대중공업이 집중적으로 광고를 언론에 싣는다는 점이죠.”

    이 위원장은 이들 선거 시기와 현대중공업의 광고가 집중됐다는 시기를 정리한 도표를 보여주면서 말을 이었다.

    “여기 한번 보세요. 우연이라고 하기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고 조사해야 하지 않나 하게 된 거죠.”

    ▼ 현대중공업과 정 후보 측은 광고가 선거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하고 있는데요.

    “현대중공업 해명을 들어보면, 회사 이미지 개선을 위해 광고를 했다고 해요. 그렇죠. 이미지 개선해야 할 일이 생겼죠. 원전비리에 연루됐으니까요. 그러나 현대중공업 관계자가 구속된 건 올 1월인데 광고가 집중된 건 지난해 11월부터입니다. 구속될 걸 알고 미리 광고를 했다는 건지 잘 이해가 안 가요. 현대중공업은 소비재를 생산하지는 않죠. 그런데 대주주인 정 후보가 출마할 때마다 이미지 광고가 필요했다? 이건 아니죠. 우리 후보는 설사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말하지 말라고 해서 안 했어요. 그러나 더 세부적인 것도 알아요. 그 말씀까진 안 드리지만 자기들이 양심껏 해야죠.”

    정 후보는 4월 1일 현대중공업 광고 의혹과 관련해 “타이슨이 상대편 선수의 귀를 물어뜯는 것 같다”는 표현으로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이 본부장은 “누가 반칙을 하는 건지 국민에게 물어봐야 한다. 김 후보는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되지만 깨끗하게 하기 위해 애쓴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다섯 번 하면 가능”

    ▼ 정 후보는 64개 공약을 발표했더라고요.

    “서울시장을 다섯 번 하면 다 할 수 있을까요? 지역별로 빵 나눠주듯 골고루 쏟아 부어놓았더군요.”

    ▼ 정 후보 측에선 김 후보의 강남-은평 10분 공약이 재탕이라는데요.

    “내용을 바르게 읽지 않으니 그렇게 말하는 거죠. 서울시장은 임기와 재원이 제한돼 있어요. 꼭 필요한 일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재건축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줄이고 관련 규제도 완화하는 등 중산층과 서민 살림살이 펴드리는 일에 전념할 거예요.”

    ▼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정 후보는 가끔 박 시장에 앞서는 반면 김 후보는 박 시장에 9%포인트 안팎으로 뒤지는 것으로 나오는데요. 새누리당 지지자들로선 정 후보가 더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정 후보는 43~44% 선에서 지지율이 고착돼 있어요. 인지도도 95%에 달해 더 올라갈 여지도 없어요. 반면 김 후보는 13%에서 시작해 한 달 만에 39%까지 올라왔어요. 인지도는 60~70%에 불과해요. 아직 많은 서울시민이 김 후보를 몰라요. 인지도가 상승하면 지지율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요. 표의 확장성이 훨씬 많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조사결과에 전혀 개의치 않아요.”

    ▼ 김 후보는 역전을 기대할 텐데요. 후보선출 방식도 불리하지 않다고 보나요?

    “1만1000명에 달하는 당원과 국민이 후보를 뽑죠.”

    ▼ 투표 해봐야 안다?

    “정당 생활 오래한 분이 막 입당한 분보단 당장은 좀 낫겠죠. 그쪽은 돈도 많잖아요. 그렇지만 시민, 당원, 위원장들은 김 후보가 서울을 더 잘 이끌 것이라고 봐요. 식자층 내부에선 ‘박원순을 확실하게 이길 후보는 김황식’이라는 공감대가 확실히 있고요. 이런 점이 여론에 반영되면 분위기가 달라질 겁니다.”

    ▼ 식자층이 왜 그렇게 생각한다고 보나요?

    “정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가 되면 필연적으로 ‘재벌 대 서민’ 구도로 가니까 불리하죠. 2011년 보궐선거에서 우리 당 나경원 후보가 1억 피부과 네거티브로 큰 곤욕을 치렀는데 김 후보는 청문회를 세 번이나 거쳐 그런 문제가 없는 반면 정 후보는 재벌이다보니 네거티브에 매우 취약할 거예요.”

    ▼ 당내 여론 주도 층인 서울시내 당협위원장들은 경선 중립을 요구받고 있지만 이들도 후보에 대한 개인적 선호도는 있을 것 같아요. 서울의 새누리당 당협위원장 중 김 후보를 좋아하는 분은 어느 정도인가요?

    “서울시내 당협 48곳 중 공석이 되는 10곳을 뺀 38곳에서 적어도 20곳 이상에서 위원장들이 김 후보를 좋아하지 않나 생각해요. 제가 19대 총선에서 낙선한 서울시내 원외 당협위원장 협의회 대표를 맡았는데 위원장들은 시장선거 놓치면 자기들 총선도 어려워진다는 걸 잘 알아요. 뭘 내걸어도 유권자들에게 잘 안 먹히니까요. 그래서 위원장들이 오래전부터 소주잔 기울이는 자리에서 ‘시장선거에 이길 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공통적으로 ‘김황식 전 총리가 적임’이라고 하더라고요.”

    ▼ 최형두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캠프에 합류했나요?

    “사표 내고 여기서 대변인으로 일합니다.”

    ▼ 그 좋은 직장 마다하고….

    “최 비서관은 2년 넘게 총리 공보실장으로서 김 후보(당시 총리)를 모셨죠. 김 후보가 요즘 고군분투하는 걸 보고만 있기 안타깝다고. 인간적으로 참 고맙다고 생각해요.”

    “의료기관에서 재검 받겠다”

    ▼ 김 후보와 박 시장은 비평만 하는 똑같은 캐릭터라는 견해도 있더군요.

    “김 후보는 ‘문민정부 이래 가장 오랫동안, 가장 성공적으로 국정을 이끈 총리’로 평가받는 게 사실입니다. 시민운동가도 사회에 필요하지만, 시민운동가 출신인 박 시장과는 살아온 궤적이 달라요. 또 연평도 사건 1주기 때 40분간 비 맞으며 돌아가신 분들 넋을 애도한 애국심을 갖고 있어요. ‘광화문 네거리에서 김일성 만세 불러도 상관없다’고 말하는 박 시장과는 국가관도 달라요. 탈북자 2만6000여 명 중 1만여 명이 서울에 사는데 박 시장은 이들에 대한 지원을 끊고 자기가 몸담았던 시민단체를 지원하죠. 두 분은 남자라는 점 외엔 비슷한 점이 없습니다.”

    ▼ 부동시로 병역면제 된 부분이 다시 거론되는데요.

    “야당이 문제없다고 해 총리 청문회 통과한 거잖아요. 얼마 전 우리가 ‘까만 테 안경 때문에 사진에서 눈이 잘려 나온다. 안경 바꾸라’고 김 후보에게 건의했어요. 그래서 안경점에 갔는데 주인이 깜짝 놀라더군요. ‘왜 이렇게 부동시가 심하냐’고.”

    이 의원은 “필요하면 의료기관에서 다시 검사를 받을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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