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지사 선거는 최문순 현 지사의 연임을 저지할 새누리당 후보로 누가 나서느냐가 가장 큰 관심사다. 새누리당 강원지사 후보 경선은 이광준 전 춘천시장,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차관, 최흥집 전 강원도 정무부지사 간 3파전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강원도지사 선거 구도는 최 지사의 바람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최 지사에게 도전장을 던진 후보는 새누리당의 이광준(58) 전 춘천시장, 정창수(56) 전 국토해양부 차관, 최흥집(62) 전 강원도 정무부지사와 통합진보당 송단회(49) 강원도당 위원장 등 4명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세 후보 모두 관료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전 시장은 지난해 12월 재선의 시장직을 사퇴하고 체급을 올려 도지사 출마를 선언했고, 최 전 부지사 역시 도지사 출마를 위해 올 2월 하이원리조트(강원랜드)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가장 늦게 후보군에 합류한 정 전 차관은 막판까지 출마를 고심하다 3월 인천공항공사 사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출사표를 던졌다. 송 위원장은 3월 12일 강원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최 지사는 새정치민주연합에 단독으로 공천을 신청해 사실상 후보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강원도지사 선거는 새누리당 경선을 통해 확정되는 후보와 최 지사의 양강 체제로 진행될 전망이다. 통합진보당 송 위원장이 완주할 경우 진보 성향의 표를 일부 잠식하겠지만 파괴력은 크지 않으리라는 게 지역 정가의 관측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4월 11일 6·4전국동시지방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선거체제로 돌입했다.
이번 강원도지사 선거에 임하는 여야의 처지는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 새누리당은 2010년 지방선거와 2011년 보궐선거에서 이광재, 최문순 후보에게 연거푸 패한 터라 이번 선거에서마저 진다면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새누리당은 지난 두 차례 선거에서 지명도 높은 이계진 전 의원과 엄기영 전 MBC 사장을 내세우고도 초반 우위를 지키지 못한 채 역전패한 쓰라린 경험을 안고 있다.
새정치연합 역시 벼랑 끝에 선 심정이기는 마찬가지다. 2012년 19대 총선거에서 강원도 내 지역구 9석을 모두 새누리당에 내줬기 때문. 역대 총선거에서 한 당이 도내 지역구를 싹쓸이한 것은 처음이었다. 새정치연합으로선 도지사 수성이 마지막 자존심이다.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는 최 지사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YTN이 4월 1~3일 강원도민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 지사와 새누리당 후보들과의 일대일 가상 대결 조사 결과 16.9~21.9%포인트 차로 최 지사가 앞섰다. 이 전 시장과의 대결에서는 48.1% 대 31.2%, 정 전 차관과는 50% 대 28.5%, 최 전 부지사와는 50.4% 대 28.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오히려 흥미를 끄는 것은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새누리당 경선. 새누리당의 강원도지사 후보 경선은 대의원 20%, 당원 30%,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공모한 국민선거인 30%, 여론조사 20%로 결정된다. 당원 표심은 물론 비당원 유권자의 지지도 얻어야 하는 상항. 이 때문에 세 후보 모두 일찌감치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도내 곳곳을 누비며 얼굴 알리기에 바쁘다.
세 후보가 초접전 양상이지만 지역 구도를 감안하면 이 전 시장이 다소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 전 시장이 춘천 출신으로 영서 지역을 대표한다면 정 전 차관과 최 전 부지사는 강릉 출신으로 영동권에서 두 명의 후보가 나온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의 한 정당인은 “인구 150만여 명의 강원도지만 영동과 영서의 지역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 때문에 영동 출신 두 후보의 표가 분산됨으로써 이 전 시장이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이다”고 말했다.
고교 선후배 대결?
만약 이 전 시장이 경선을 거쳐 본선에 올라온다면 고교 선후배 간 대결이 펼쳐진다. 이 전 시장이 최 지사의 춘천고 1년 선배이기 때문. 두 후보는 도지사와 춘천시장으로서 여러 차례 현안을 놓고 충돌한 적이 있어 이번 선거에서도 첨예한 공방이 예고된다. 두 후보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책이 무상급식이다. 최 지사가 무상급식에 적극적인 반면 이 시장은 시기상조라며 반대한다. 도내에서는 이미 초·중학교 무상급식이 시행 중이고 올해 고교까지 확대 추진됐지만 춘천 등 일부 지역에서는 도의회의 제동으로 무산됐다.
정 전 차관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공직 초기 강원도 근무를 제외하곤 줄곧 중앙부처에서 근무했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점이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힌다. 정 전 차관도 이를 의식한 듯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강원도미래전략특별본부장을 지낸 인연을 강조하며 힘 있는 도지사론을 펼친다. 중앙 부처에서 오래 근무한 경력이 인맥 활용은 물론 국비 확보 등에서 유리하다는 논리다.
최 전 부지사가 최 지사의 결선 상대로 올라올 경우 ‘가문의 대결’이 펼쳐진다. 두 후보는 강원도에서 ‘대성(大姓)’으로 꼽히는 ‘강릉 최씨’ 종친. 올해 2월 강릉에서 열린 강릉 최씨 대종회 신년하례회에는 두 후보가 잇따라 방문해 눈도장을 찍기도 했다. 두 후보가 맞붙는다면 종친회는 중립을 지킬 수밖에 없다. 최 전 부지사는 2011년 보궐선거에 나섰다가 경선에서 엄기영 후보에게 패한 터라 이번 경선이 3년 만의 설욕전이다.
현 판세는 새정치연합이 유리하지만 새누리당은 경선을 통해 후보를 확정하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면 충분히 역전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단독 후보로 경선을 치르지 않는 새정치연합에 비해 경선을 통해 흥행몰이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또 도내 지역구 국회의원 9명이 자당 소속이라는 점은 강력한 무기다. 현역 의원들이 지역구에서 잘 정비된 조직을 풀가동해 선거운동을 펼친다면 영향력은 작지 않을 전망이다.
선거운동보다 도정(道政)을 챙겨야 하는 최 지사는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최 지사는 “도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고 5월 15~16일 공식 후보 등록을 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 지사는 재임 기간에 2018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 지정 등을 이끌어냈다. 또 무리 없이 도정을 이끌어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 지사의 최대 강점으로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친근한 스킨십이 꼽힌다. 시골 할머니를 만나든 도청에서 공식적인 손님을 만나든 먼저 허리를 굽히고 살갑게 손을 잡는다.
영동 대 영서?
새누리당 경선에서 최흥집 전 부지사나 정창수 전 차관이 승리하면 영동 대 영서의 지역 대결 구도가 형성된다. 강원도지사는 민선 1~4대까지 최각규 전 부총리, 김진선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장 등 영동 출신이 도맡아왔다. 반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낙마한 5대 이광재 전 지사(평창)와 보궐선거로 당선된 최 지사는 영서 출신이다.
민선 1~5대 강원도지사 선거는 다섯 차례 모두 야당 후보가 당선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때문에 도지사에서만큼 강원도는 ‘야도(野道)’다. 김영삼 정부(민주자유당) 시절이던 1995년 1대 선거 당선자는 자유민주연합의 최각규 후보였다. 2~4대에는 김진선 후보(당시 한나라당)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1998, 2002, 2006년 세 차례 연거푸 당선됐다. 이광재, 최문순 후보 역시 이명박 정부 때 당선돼 야권 후보 당선의 전통을 이어갔다. 이번 선거에서 이 같은 전통이 계속될지 지켜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