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호

2020 달 탐사 꿈이 아니다 과학 아닌 ‘산업의 눈’으로 우주 봐야

나로호 발사 책임자의 담대한 비전

  • 김승조│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seungjok@kari.re.kr

    입력2014-04-23 11: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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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주벤처기업 스페이스-X의 발상 전환
    • 대형 로켓 대신 대량생산 가능한 소형 로켓
    • 양산 가격 낮출 수 있는 개발 이뤄내야
    • 연 1조 매출 상업위성 발사국의 꿈
    제1부 스페이스-X사의 ‘창조경제’, 패러다임 시프트

    2020 달 탐사 꿈이 아니다 과학 아닌 ‘산업의 눈’으로 우주 봐야

    1월 6일 팰컨-9 발사 장면.

    지난해 12월 3일, 전 세계 우주 산업계는 미국 플로리다 주의 케이프커내버럴우주센터를 주목했다. 우주벤처기업인 스페이스-X사의 ‘팰컨(Falcon)-9’ 발사체가 위성통신용 정지궤도위성 발사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는 민간회사가 자체 개발한 발사체로 상업용 정지궤도위성을 쏘아 올려 성공시킨 첫 사례였다.

    올 1월 6일, 이 회사가 또 다른 정지궤도 위성(TAICOM-6) 발사에 성공했다. 발사 이력이 붙은 기존 대기업도 한 달 만에는 다음 발사가 쉽지 않은데, 신생 기업이 해낸 것. 이는 팰컨-9의 ‘8연속 성공’이었다. 앞의 6번은 시험용 발사이거나 우주정거장용 화물 운송이었고, 뒤의 2번은 상업 발사였다. 팰컨-9의 등장으로 대기업들은 우주개발 패러다임이 확 바뀔 것이라는 섬뜩한 예감을 했을 것이다.

    10년 전 스페이스-X사가 등장했을 때 위성 상업 발사 시장 진입에 실패한 일본은 논외로 하더라도, 미국의 보잉과 록히드마틴, 유럽의 아리안스페이스, 그리고 러시아의 발사체 회사들은 이 기업의 실패를 ‘예측’하고 ‘기대’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급해졌다. 스페이스-X사가, 쫓아갈 수 없는 초저가로 ‘위성 발사 대(大)바겐세일’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사의 성공은 이제 우주개발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이 많다. 이 회사의 성공을 부러운 눈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배워야 할 점을 찾아야 한다.



    자기 동기부여로 충만했던 톰 뮐러

    스페이스-X사의 대표는 창업자인 앨런 머스크다. 하지만 필자는 팰컨 발사체의 엔진인 ‘멀린(Merlin)’을 개발한 톰 뮐러에 주목한다. 그가 스페이스-X의 성공을 가져온 제1 인물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퇴근 후나 주말에 동호인들과 자비로 로켓 엔진을 만들어 날리던 로켓 마니아였다. 난관에 봉착하면 밤을 새워서라도 해결하던 야심만만한 엔지니어였다. 그런 그가 야심 찬 꿈을 가진 머스크를 만나면서 무서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됐다.

    아이다호에서 벌목트럭 운전기사의 아들로 태어난 뮐러는 그때의 많은 미국 아이처럼 모형 로켓을 만들어 날리며 성장했다. 가정 형편 때문에 학비가 싼 아이다호대학에 들어가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방학 때면 학비를 벌기 위해 벌목공으로 일하면서 벌목기계나 아버지의 트럭을 수리했다. 그러다보니 금속의 절단과 가공, 용접에 능숙해졌다. 훗날 그가 자기 집 작업실에서 엔진을 만들 생각까지 한 것도 이때 쌓은 실력 덕분이다.

    2020 달 탐사 꿈이 아니다 과학 아닌 ‘산업의 눈’으로 우주 봐야

    ‘팰컨’ 신화를 만든 톰 뮐러.

    로욜라 마운틴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그는 미국 최고 유명 기업인 HP 하드디스크 사업부로부터 입사 제안을 받았지만, “하드디스크나 만들면서 인생을 보낼 수는 없다”며 거절했다. 벌목 일을 해주길 바라는 아버지의 바람도 외면했다. 그리고 항공우주산업의 본거지인 캘리포니아로 떠나 유명 항공우주업체인 TRW의 에어로스페이스에 들어갔다.

    뮐러는 아폴로 우주선의 달 착륙에 사용된 ‘핀틀 인젝터’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액체수소엔진 개발에 참여했다. 그러나 그곳은 ‘이미 시스템화한’ 주어진 일만 하는 곳이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그는 ‘TRW 너머’를 바라봤다. 퇴근 후 차고에 틀어박혀 자신이 설계한 로켓 엔진을 만들기 시작했다.

    주말이면 로켓 마니아 클럽인 ‘RRS(Reaction Research Society)’ 멤버들과 함께 모하비 사막으로 향했다. RRS는 1943년 만들어진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 로켓기술 동호회로, 모하비 사막에 소형 로켓 시험 및 발사 시설을 갖고 있었다. 로켓 마니아들이 모하비 사막에서 직접 만든 로켓을 날린다는 소문이 머스크의 귀에 들어갔다. 어느 날 뮐러를 찾아간 머스크가 물었다. “좀 더 큰 놈도 만들 수 있겠소?”

    회사 설립 6년 만에 발사 성공

    뮐러는 바로 세계 최초의 우주벤처기업인 스페이스-X의 창업 멤버가 됐다. 뮐러가 처음 만난 머스크에게 보여줘 감탄사가 나오게 했던 로켓 엔진의 추력은 6t이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한국형발사체 3단용으로 개발하는 엔진의 추력이 7t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개인이 취미로 만든 것치고는 엄청난 수준이 아닐 수 없었다.

    뮐러를 만난 후 머스크의 사업은 가속도가 붙었다. 2002년 6월 스페이스-X사를 설립하고, 2003년 3월 텍사스 주 맥그리거 시험장에서 최초로 만든 멀린 엔진 테스트에 들어간 것. 이어 팰컨-1 발사체 2단에 사용될 케스트렐 엔진도 시험했다.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일만 해야 이룰 수 있는 초스피드였다. 2003년 12월엔 엔진을 장착한 실물을 워싱턴의 연방항공청(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 FAA) 빌딩 앞에 세워놓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그리고 소소한 문제를 수정해 2005년 1월 멀린 엔진을 완성하고, 4월에는 ‘팰컨-1’ 1호기 제작을 완료했다. 그는 이것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발사하려고 했으나 미 공군이 쏘려고 하는 ‘타이탄-4’의 발사 스케줄 때문에 여의치 않자, 남태평양의 마셜 군도로 옮겨가 2006년 초 발사했다. 그러나 처음 개발한 발사체가 그러하듯, 실패했다.

    점화 직후 터보펌프의 조그만 알루미늄 너트에서 균열이 발생하면서 발사체가 터져버린 것. 2차와 3차도 실패했지만, 2008년 9월 4차 발사에서 성공했다. 회사 설립 6년 만에 이룬 것인데, 이는 어떤 나라도 이루지 못한 초단기 성공이었다. 속도를 높인 스페이스-X사는 2009년 300kg급 위성의 궤도 진입을 성공시키면서 팰컨-1 개발을 종료하고, 본격적인 발사체인 ‘팰컨-9’ 개발에 나섰다.

    좀 더 큰 놈을 만들기 위해

    팰컨-9는 4~5t 무게의 정지궤도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수준이니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빠른 도전이었다. 이때 팰컨-1의 세 번에 걸친 실패가 ‘특효약’이 됐다. ‘멀린-1C형’ 엔진 9개를 묶어 1단, 1개의 멀린 엔진으로 2단을 구성한 팰컨-9는 다섯 차례 연속으로 발사에 성공했다.

    그리고 국제우주정거장까지 화물을 수송해 미 항공우주국(NASA)으로부터 거액의 화물 수송료를 받으면서, 스페이스-X사는 단번에 흑자로 돌아섰다. 그러나 뮐러는 만족하지 않고, 더욱 강력해진 세계 최고 효율의 ‘멀린-1D’ 엔진 개발에 성공했다. 멀린-1D의 ‘무게비(比) 추력’은 150인데, 그때까지 세계 최고는 러시아산(産)인 NK-33의 130이었다.

    멀린-1D 9개를 묶은 팰컨-9이 바로 ‘버전 1.1’인데, 이것으로 스페이스-X사는 2013년 말과 2014년 초 연속으로 상업용 정지궤도위성 발사에 성공했다. 그리고 올해 안에 27개의 멀린 엔진을, 9개씩 모듈로 묶은 ‘팰컨-헤비’를 발사하려고 한다. 팰컨-헤비는 15t 무게의 정지궤도위성을 쏘아 올리게 된다. 이 팰컨-헤비의 신뢰도를 높여, 머스크의 꿈인 ‘인류의 화성 착륙’에 사용하려 한다.

    팰컨-헤비가 성공하면, 스페이스-X사는 아폴로 발사에 동원된 ‘새턴-5’ 발사체 이후 미국에서 최대 성능의 발사체를 개발했다는 명예를 얻게 된다. 스페이스-X사의 야망은 멈추지 않는다. 이 회사는 우주수송기로도 쓰이는 우주선 ‘드래곤’도 개발해놓았다. 2012년 팰컨-9에 실려 발사된 드래곤은 국제우주정거장과 만나 화물을 전달하고 지구로 돌아왔다. 스페이스-X사는 이 드래곤을 유인 우주선으로 활용하려 한다.

    그래서 우주에서 이 우주선을 제어할 추력기를 개발했다. 이름은‘드라코’로 지었다. 발사에 실패했을 때, 사람이 탄 드래곤을 안전하게 지구로 데려올 수 있는 ‘슈퍼 드라코’도 만들고 있다. 멀린-1의 차세대 엔진인 ‘랩터’의 개발도 시작했다. 랩터는 액체수소를 연료로 쓸 것으로 알려졌으나, 액체메탄과 액체수소의 조합으로 결정됐다. 추력은 멀린-1D의 4배인 300t급이 될 전망이다.

    가히 화성에 거주지를 건설할만한 꿈을 현실화한 것이다. 뮐러는 말한다. “로켓 개발은 정말 힘든 일이다.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서 밤낮없이 일에 매달려야 한다. 실패했을 때의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은 견뎌낸 어려움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 이 성취감은 TRW와 같은 큰 조직에서는 도저히 맛볼 수 없다.”

    남아공 소년의 거침없는 도전

    2020 달 탐사 꿈이 아니다 과학 아닌 ‘산업의 눈’으로 우주 봐야

    눕혀놓은 ‘팰컨-9’ 앞에 선 앨런 머스크.

    스페이스-X사의 창업자인 앨런 머스크도 주목해야 한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세상을 변화시키는 꿈을 꿨다고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기술로 첫째 인터넷, 둘째 대체에너지, 셋째 우주탐사를 꼽았다고 한다. 그리고 꿈을 실현하려는 노력을 펼쳤다.

    ‘태생적 모험가’인 그는 통장 잔고가 200달러밖에 없을 때 인터넷 사업을 시작했다. 자동차 한 대, 컴퓨터 한 대로 세운 첫 기업이 ‘ZIP2’였다. 이 회사를 팔아 남은 수익금으로 엑스닷컴(X.com)을 세우고, 인수합병으로 ‘페이팔(PayPal)’을 세워 거금에 팔았다.

    억만장자가 된 그는 ‘화성에 거주지 건설’ 꿈을 실현할 회사를 만들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스페이스-X사다. 이듬해인 2003년 전기자동차 회사인 ‘테슬라’ 설립에 공동 투자 형태로 참여하고, 2006년에는 태양광 발전기를 가정에 설치하는 솔라시티(Solar City)사를 만들어 현재 회장으로 있다.

    머스크는 로켓을 개발할 생각까지는 없었다고 한다. 그는 우주탐사에 필요한 발사체로 러시아 발사체를 염두에 뒀다. 그런데 러시아를 방문해 살펴본 결과 일반인이 우주탐사를 하기 위해서는 발사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점을 깨닫고 직접 개발로 돌아섰다.

    그는 군살을 제거하고 혁신적인 설계를 해, 발사 비용을 10분의 1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개발 비용이 적게 들고 실패 위험이 낮은 ‘작은 추력의 엔진’을 만들고, 이것을 여러 개로 묶는 클러스터링 기술로 대형 로켓을 구현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작은 추력의 엔진을 대량생산할 수 있으니 ‘당연히’ 가격이 낮아진다. 이를 팰컨용 멀린 엔진 개발을 통해 성사시켰다.

    1971년 남아공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과학기술에 큰 흥미를 보였다. 당시 막 보급되기 시작한 PC를 갖고 독학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중학교 컴퓨터 수업시간엔 선생님보다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 12세에 비디오 게임을 만들어 팔아 기업가의 자질도 보였다. 그리고 꿈을 실현할 공간으로 미국을 꼽았다. 이를 위해 17세 때, 어머니의 노력으로 이민이 쉬운 캐나다로 건너가 국적을 바꿨다.

    당시 남아공에서 성년이 된 청년은 의무적으로 군 복무를 해야 했다. 군인의 주된 임무인 ‘흑인 탄압’이나 하면서 세월을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도 캐나다 이민을 서두르게 한 이유였다고 한다. 머스크는 캐나다의 퀸스대학과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각각 경영학과 물리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물리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했으나 이틀 만에 포기하고 사업가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그 이유를 “세상을 바꿀 정도의 일은 스탠퍼드대학에서는 없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ZIP2와 페이팔을 성공시켜 얻은 2억 달러를 손에 쥔 그는 우주탐사 사업에 들어갔다. 회사 이름을, 우주탐사인 Space Exploration을 뜻하는 스페이스-X라고 정한 그는 ‘민간 우주사업’을 주된 아이템으로 정했다. 그리고 뮐러를 설득해 저렴한 가격의 로켓 엔진을 만들게 했다.

    하지만 그가 투입할 수 있는 돈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는 전 재산의 절반인 1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고, 이 돈을 다 쓸 때까지 성공하지 못하면 접겠다고 마음먹었다. 새로운 로켓 개발에는 수십억 달러의 개발비와 십수 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안다면 이는 무모한 생각이었다. 그런 그도 장벽에 직면했었다.

    “나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2008년 8월 스페이스-X사는 세 번째로 팰컨-1을 쏘게 됐다. 직원들은 기도하는 심정으로 화면으로 발사 장면을 지켜봤다. 1단 연소는 성공이었다. 그러나 2단 분리, 2단 점화에서 화면이 끊겼다. 알 수 없는 이유로 1단과 2단 로켓이 충돌한 것이다. 350여 명의 직원은 숨을 죽인 채 다시 영상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실패라는 결론이 나면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한다. 모두 실직자가 되는 것이다.

    그때 침통한 얼굴의 머스크가 나타나 연설했다. “여러분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오늘 발사는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로켓 개발이라는 일이 늘 이렇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1단 로켓은 제대로 비행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현재 발사체를 운용하는 6~7개 국가도 처음에는 모두 실패를 경험했죠. 마침 에인절 투자가 이루어져 두 번 더 발사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외쳤다. “저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습니다. 절대로!”

    이 감동적인 연설로 직원들은 다시 고난의 행군을 감수했다. 그리고 4차, 5차의 팰컨-1 발사에 성공하고, 2010년 6월에는 창업 8년 만에 1단 추력 500t의 발사체(팰컨-9)를 만들어냈다. 우주개발의 새 역사를 쓴 것이다. 이 성공은 여러 가지 면에서 획기적이었다. 개발 비용과 기간을 대폭 축소했다. NASA는 500t 추력의 발사체 개발에는 최소 36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예측했는데, 머스크는 단돈(?) 3억여 달러로 성공했다.

    가격경쟁에서 자신이 있기에 스페이스-X사는 위성 발사 비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그러나 좋은 면만 있을 수는 없는 법. 스티브 잡스가 그랬던 것처럼 40대 초반에 인생의 꿈을 다 이룬 머스크지만, 아직도 자신을 채찍질한다. 그러니 주위 사람들이 불편해진다. 머스크와 일해본 사람들은 그와 일하려면 그가 ‘불편하게(discomfort) 구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반갑잖은 소식도 들려온다. 의뢰가 쇄도하자 팰컨-9의 발사 비용을 올린다는 것이다. 그래도 다른 업체의 30~50% 수준이라지만, 그의 공언과는 다른 방향이다. 발사 비용을 현재의 10%대로 낮추겠다고 분명히 공언했는데…. 초심을 지키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인가 보다.

    스페이스-X의 성공은 미국의 기업 풍토 덕분에 가능했다. 미국 대기업은 가능성이 있는 벤처기업에도 대규모 투자를 한다. 투자를 받아 일어선 벤처기업가들은 거액을 받고 회사를 팔아 새로운 도전을 한다. 아이디어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새 아이디어를 펼치는 ‘선순환 구조’가 안착돼 있는 것이다.

    미국 우주산업의 번영과 위기

    미국에서 우주산업에 투자한 기업가는 머스크만이 아니다. IT 열풍으로 돈을 번 사업가들이 우주벤처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대표적 인물이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다. 그는 머스크보다 앞선 2000년 우주관광을 꿈꾸며 재사용이 가능한 발사체를 개발하는 ‘블루 오리진’사를 창립했다. 이 회사는 NASA가 하는 유인 우주탐사 ‘CCDev(Commercial Crew Development)’ 사업에 스페이스-X사와 함께 참여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자인 폴 앨런은 ‘스페이스십-2’ 개발에 참여한다. 그는 ‘버진 갤럭틱’사의 리처드 브랜슨과 준(準)궤도 우주관광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와 래리 페이지, 영화감독 제임스 캐머런 등은 소행성 탐사 후 원광석을 캐오는 비즈니스에 관심을 쏟는다.

    1940년대 시작한 미국의 로켓 기술은 1969년 달 착륙에 성공하면서 엄청나게 발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당시의 로켓 기술이 현재의 기술 수준보다 부분적으로는 앞섰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그때 개발된 많은 기술이 ‘스핀 오프(spin off)’돼 여러 산업 분야에서 활용된다.

    대표적인 것이 ‘핀틀 인젝터’ 기술이다. 인젝터(injector)는 연료와 산화제를 적절히 뿜어줘 잘 탈 수 있게 해주는 부품이다. 자그마한 분무 노즐 수백 개를 사용하는 기존 인젝터는 가공비가 많이 들 뿐 아니라 제작도 어렵다. 그러나 핀틀 인젝터는 형상이 단순하고 연소 안정성이 좋으며 제작비도 싸다. 이를 스페이스-X사는 멀린 엔진 개발을 통해 증명해 보였다.

    핀틀 인젝터는 1950년대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가 연구하기 시작해 아폴로 프로그램에서 1차 사용했던 것이다. 이후로는 TRW사가 연구 개발해왔다. 뮐러도 TRW사 시절 핀틀 인젝터를 사용하는 300t 추력의 액체수소 엔진 ‘TR106’ 개발에 참여했다. 그 때문에 뮐러가 이 기술을 멀린 엔진에 적용하자, TRW사는 지적재산권 도용 시비를 걸기도 했다.

    미국의 항공우주·방위산업체들은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한다. 대부분이 개발비용과 이윤을 보장받는 ‘개발비용 플러스알파’ 형태로 계약을 체결한다. 개발 기간과 비용이 불어나면 발주기관이 곤혹스러워지는 제도다. 이것 때문에 NASA는 상당한 압박을 받는다. 화성 착륙을 목표로 개발에 들어갔던 발사체 ‘SLS(Space Launch System)’는 개발비가 계속 증가해 NASA 1년 예산의 30%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국방부와 달리 NASA의 연구개발비는 인플레를 고려하면 되레 줄고 있다. 그 때문에 우주왕복선을 퇴역시킨 다음에는 우주 공간에 사람을 보낼 수단이 없어 러시아의 소유즈 로켓에 매달리는 처지가 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주탐사 목표를 화성에서 소행성 탐사 식으로 자꾸 바꾼 것도 NASA의 발목을 잡았다.

    외부 요소도 미국을 압박한다. 미국 ULA사가 발사하는 ‘아틀라스-V’ 발사체는 러시아의 ‘에네르고마쉬(우리의 나로호 1단 엔진도 이 회사 제품인 RD-191이다)’사의 ‘RD-180’ 엔진을 100억 원 정도에 수입해서 탑재한다. 그런데 미국이 이 엔진을 장착한 발사체를 군용 목적에 사용한다는 이유로 러시아가 수출을 금지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수출이 금지되면 미국은 아틀라스-V의 발사 서비스를 접어야 한다.

    “우리는 우주개발 특공대”

    이렇게 열악해진 미국 우주산업 환경이 스페이스-X사를 주목하게 만들었다. 이를 반영하듯 스페이스-X의 사원 모집공고에는 자신감이 잔뜩 담겨 있다.

    “스페이스-X는 특공대(Special Forces)와 같다. 우리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임무를 수행한다. 말도 안 될 정도로 야심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인류의 미래에 믿기 힘든 변화를 가져다줄 것을 자신한다. 불가능해 보이고 또 미쳤다고 할 정도로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빡빡한 일정하에 능동적으로 해낼 수 있다면, 당신은 스페이스-X 특공대원이 될 자격이 있다.”

    제2부 ‘달나라를 향해’,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도전

    2020 달 탐사 꿈이 아니다 과학 아닌 ‘산업의 눈’으로 우주 봐야

    추력 75t 엔진 4기로 구성되는 1단, 고공용 75t 엔진 1기로 구성된 2단, 추력 7t 엔진으로 제작되는 3단, 그리고 위성을 탑재하는 페어링 부분으로 구성된 한국형발사체 기본형.

    우리의 발사체 개발 현황을 살펴보자.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둔 대한민국은 수천 억 달러의 시장으로 개화(開花)할 우주산업의 주역이 될 초석을 잘 다지고 있는가. 우리는 2조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발사체를 개발하는데, 이것이 끝나면 국제무대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공언한 대로 2020년 달 탐사를 해낼 수 있는가.

    한국형발사체 개발은 2010년 시작됐다. 초기에는 나로호의 발사 실패로 예산과 인력이 분산돼 더디게 진행되다 2012년부터 속도를 냈다. 올해 75t과 7t 엔진의 설계에 들어간다. 4400억 원을 들여 시험시설 인프라를 구축한다. 항우연과 나로우주센터 등에는 10개의 시험시설이 들어선다.

    한국형발사체는 1단에 75t 엔진 4기, 2단에 고공용 75t 엔진 1기, 3단에 7t 엔진 1기를 장착해 700km 태양동기궤도에 1.5t 무게의 위성을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단과 2단 로켓으로 적절한 궤도에 이르게 한 후 3단(7t 엔진)으로 정밀 조종해 위성을 고도 700km 전후의 태양동기궤도에 정확히 올리는 것이다. 이 사업의 핵심은 ‘75t과 7t 엔진을 자력으로 개발할 수 있느냐’다.

    지난 2월 항우연은 7t 엔진의 상단부 인젝터와 연소실의 연소시험에서 설계 때 예측한 수치를 약간 상회하는 결과를 얻었다. 고무적인 결과가 나온 것이다. 75t 엔진은 초기 설계를 끝내고 시험시설의 완공을 기다리고 있다. 이 시험시설이 완공된 5월부터는 75t 연소기의 시험결과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다.

    엔진 시험시설이 완공되는 내년 초부터는 75t과 7t 엔진을 시험한다. 2017년에는 75t 엔진 하나를 1단으로 한 축소형 2단 발사체를 시험 발사해, 단(段) 분리와 페어링 분리 등의 중요한 시험을 수행한다. 2018년 각각의 단별 시험을 거쳐 신뢰성이 확보되면 2019년 후반부터는 한국형발사체를 시험 발사할 수 있게 된다.

    후발주자의 장점을 누려라

    발사체 개발 기술은 아직도 완전하지 않기에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 자체는 오랜 역사를 가졌기에 검증됐다고 할 수 있다. 1940년대 초 나치 독일이 만든 V-2 로켓은 산화제로 초저온 액체산소를 사용했다. 초저온 액체산소를 연료와 함께 초고속으로 끌어오기 위해 지금도 어려워하는 터보펌프를 고안해냈다. 로켓 연소는 ‘준(準)폭발’ 혹은 ‘제어된 폭발’이라 조금만 잘못돼도 실패하는데, 나치 독일은 세상에 없는 기술로 최첨단 재료까지 만들어 V-2를 제작해냈다.

    미국과 소련의 우주개발 경쟁도 로켓 기술을 급발전시켰다. 1969년 달에 착륙선을 안착시킨 미국의 ‘새턴-5’ 로켓 개발은 기술적으로 놀라운 진보였다. 새턴-5는 1단에 800t급 엔진 5기를 붙였는데 이는 지금의 기술로도 쉽지 않다. ‘F-1’으로 불린 800t급의 이 괴물 엔진은 1959년 연소시험에 들어가 1963년부터 발사체 제작팀에 납품됐다. 그리고 5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75t 엔진 개발에 매달려 있으니 한미 간의 기술적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로켓 개발 초기 중요한 기술에 대한 노하우는 극비문서로 보관됐다. V-2 개발책임자인 폰 브라운 박사의 학위논문은 나치 독일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1960년대 중반까진 비밀로 분류돼 제한된 사람들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로켓 관련 기술 정보가 흘러나오더니 1949년 관련 교과서가 등장했다. 현재는 주요 기술이 거의 공개돼, 전 세계대학에서 가르치게 됐다.

    따라서 지금은 ‘기술을 아느냐’가 아니라 ‘알고 있는 기술을 얼마나 정확히 설계에 적용해 제작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된다. 우리는 세계 수준에 도달한 우리의 자동차 기술에 주목해야 한다. 자동차에 적용되는 정밀기계 가공기술을 로켓엔진 개발에 접목하면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다. 로켓에 사용될 수 있는 첨단 재료와 내열 재료, 고강도 경량 리튬알루미늄합금 등과 관련된 기술도 가졌다.

    여기에 스페이스-X사처럼 벤치마킹할 대상까지 있으니, 단기간에 적은 비용으로 우주 선진국을 따라잡지 못할 이유가 없다. 실제 시험 과정에서 예상보다 빨리 신뢰성을 확보하게 된다면 여유 있게 잡아놓은 시험 횟수와 일정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이스-X사처럼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한국형발사체 개발을 완료할 수도 있다.

    명심해야 할 것은 스페이스-X사처럼 ‘반드시’ 발사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제반 부품의 설계를 되돌아보고 양산과정에 들어갔을 때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제작공정을 최대한 도입해야 한다. 한국형발사체는 팰컨-9나 팰컨-헤비보다 소형인 만큼 발사 비용은 저궤도용 발사체의 현재 발사 가격인 300억 원의 절반인 150억 원가량이 되도록 맞춰야 한다. 쉽지 않지만 반드시 도달해야 할 목표다.

    달 탐사 위해 NASA와 협력

    우리의 달 탐사 계획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끈다. 달 탐사는 한국형발사체의 완성을 전제로 한다. 달 탐사의 핵심적인 의미는 기술의 확보와 구현이다. 달 탐사선은 궤도선과 착륙선으로 이루어진다. 달 착륙선을 포함한 탐사선의 무게는 550kg 정도이고 이것을 달 궤도로 보내주는 ‘킥 모터(kick motor)’의 무게는 2.4t 정도가 될 것이다.

    한국형발사체는 둘을 합친 ‘3t짜리’를 위성발사 궤도보다 낮은 300km의 ‘달 전이궤도(Lunar Transfer Orbit· LTO)’까지 올려줘야 한다. 그리고 킥모터가 작동해 탐사선을 달 궤도에 진입시킨다. 이 킥모터는 나로호 2단에 사용된 킥모터를 개선해 사용한다.

    달 궤도를 제대로 돌게 된 탐사선은 궤도선은 남기고 달 착륙선을 발사한다. 착륙선은 역추진을 하며 달에 착륙해 탐사 로봇을 내려놓아 달 표면을 조사하게 한다. 이러한 달 탐사를 위해 15개 정부출연 연구소와 대학이 참여한다. 달 탐사선의 설계와 개발은 인공위성 기술의 연장인데, 우리는 개발 경험이 있어 그리 어렵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달로 가는 여정을 어떻게 짤 것인지도 중요하다. 일단은 우주탐사용 궤도를 설계할 수 있는 ‘GMAT’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GMAT는 NASA가 주도하고 우리를 비롯한 여러 나라가 참여해 공동으로 개발하는 소프트웨어다. 최적의 경로를 찾아내기 위한 시뮬레이션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지구와 달, 태양 사이에는 ‘중력장’이 작용해 실제 비행에서는 약간의 경로 수정이 필요하니, 소규모의 추력기를 탑재한다. 추력기는 구매가 여의치 않으면 국내에서 개발한다. 이미 인공위성용으로 개발한 경험이 있으므로 자체 개발도 가능하다. 그러나 착륙선 부분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달에 내려간 착륙선을 궤도선으로 돌아오게 하려면 더욱 강력한 추력기가 필요하다. 항우연은 2년 전 이를 개발해 시험했지만, 아직은 많은 개선이 필요한 상태다.

    달 탐사는 해보지 못한 분야라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다행히도 이에 대해서는 Ames연구소와 JPL 등 NASA 산하의 연구소들이 기꺼이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조만간 우리는 NASA와 ‘우주탐사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려고 한다.

    사실 우리의 달 탐사 계획은 막연했었다. 한국형발사체 개발에 투입할 예산 때문에 구체화되지 못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달 탐사와 한국형발사체 개발 사업이 국정과제로 추진되면서 속도를 높이게 됐다. 2020년까지 남은 6년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2017년 우리는 시험 궤도선을 먼저 보내려고 하는데, 이 시험선 발사가 2020년 달 탐사 성공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2020년은 대한민국 우주 도전사에서 매우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다. 달 탐사를 통해 스페이스-X사처럼 가격경쟁력 있는 발사체 개발을 입증한다면, 우리는 위성 발사와 우주여행 등 다양한 우주산업에 뛰어들 수가 있다. 우주산업은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효자산업이자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우주 궤도에 위성을 올릴 수 있는 발사체를 보유한 나라는 미국(아틀라스, 델타, 팰컨, 안타레스), 러시아(소유즈, 프로톤, 제니트, 드네프르), 유럽(아리안, 베가), 일본(H-2 계열), 중국(장정 계열), 인도(PSLV, GSLV) 등 6개국이다. 그리고 몇몇 나라가 개발했거나 개발 중이지만, 아직 의미 있는 크기의 물체를 우주 궤도에 올릴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우주관광과 우주호텔

    성공한 6개국 중에도 경제성 때문에 고통받는 발사체가 많다. 아리안과 H-2 계열이 그러하다. 이들은 비교적 최신의 고급 사양을 채택한 로켓이지만, 액체수소 엔진의 낮은 추력을 보강하기 위해 고가의 고체 부스터를 사용해, 발사 가격이 매우 높다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미국의 아틀라스와 델타는 미국 국방부 요구에 특화함으로써 1기당 평균 2억 달러가 넘는 발사비를 받아낸다. 유럽의 아리안은 유럽 여러 나라의 위성 발사 수요를 흡수하고 마케팅 능력까지 발휘해 상용 발사 점유율 1위를 지켜왔다. 그러나 스페이스-X가 저가의 팰컨-9 로켓을 개발하면서 순위가 달라졌다. 제3세계 국가들의 발사 수요가 스페이스-X로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1년 전 머스크는 영국의 BBC 방송에 출연해 “아리안-5에는 미래가 없다”고 단언했다. 최근에는 미 의회에 출두해 아틀라스와 델타를 발사해주는 보잉과 록히드마틴의 합작사인 ‘ULA(United Launch Alliance)’사의 고비용 발사 행태를 비판했다. 미 국방부가 ULA와 위성 36기 발사 계약을 체결하면서 116억 달러의 세금을 미 국민에게 더 떠안겼다는 지적이었다.

    머스크는 야심을 감추지 않는다. 기존 회사들은 강력한 로비로 대응하고 있지만 힘겨워 보인다. 스페이스-X사의 도전에 대응하지 못하는 발사체 회사들은 결국 낙오하게 될 것이다.

    머스크의 목표대로 발사 가격을 현재의 10분의 1로 낮춘다면, 비싼 가격 때문에 시도되지 못했던 다양한 우주 관련 사업이 생겨날 것이다. 항공운송비가 파격적으로 인하되면서 오늘날 항공기 산업이 급팽창한 것과 마찬가지 이유다.

    그렇게 되면 머지않은 미래에 달 관광이나 화성 이주사업과 같은 꿈같은 일이 현실로 벌어지게 된다. 궤도에 구조물을 설치하는 사업도 번성한다. 우주호텔 사업도 상상해볼 수 있다. 지금 우주정거장에 다녀오는 데는 200억 원 이상이 소요된다. 그러나 발사비용이 낮아져 우주여행 상품이 나오면, 체류하기 편안한 우주정거장과 우주호텔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우주 태양광발전도 유망한 산업이 될 수 있다. 우주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직사 태양광의 2배 정도 마이크로파로 넓은 면적에 내려보내는 것이다. 사람이나 물체는 이 정도 에너지에는 해를 입지 않는다. 직사 태양광의 2배 에너지가 내려갈 수 있다면 1기가와트의 발전이 가능하다는 보고가 있다. 정지궤도위성을 통해 에너지를 발전시켜 지구로 내려보낸다면 밤낮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구름도 투과하는 마이크로파의 성질 때문에 전천후 발전도 가능해진다.

    핵폐기물, 우주에 격리 보관

    2020 달 탐사 꿈이 아니다 과학 아닌 ‘산업의 눈’으로 우주 봐야

    직경이 2.4km인 도넛 모양의 우주 식민지 스탠퍼드 토러스 상상도. L5 라그랑주 점에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만 채가량의 가옥을 수용한다.

    발사체 기술로 ‘라그랑주 점’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18세기의 물리학자인 오일러와 라그랑주는 태양-지구, 혹은 지구-달처럼 비교적 크기 차이가 큰 두 물체 사이에는 다섯 점의 평형 포인트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가운데 L1, L2, L3점은 불안정하지만, 달 궤도 전후에 있는 L4와 L5점은 안정적이다. 그 크기는 길이 30만km에 폭 10만km인데, 그곳에 들어간 물체는 특별한 에너지가 없으면 나올 수 없다.

    ‘안정적 장소’라는 얘기인데, 태양 인력으로 인한 섭동(攝動·perturbation) 효과를 고려해도 10억 년 정도는 안정이 유지된다. 주변 행성의 중력 효과를 고려해도 수백만 년은 안정적이다. 오래전부터 유명한 것이 L5 라그랑주 점이다. 유토피아를 꿈꾼 사람들은 그곳에 초대형 도넛 모양의 거주지(일종의 지구)를 짓고, 태양에너지로 대기권 순환을 시키면서 물과 토양 씨앗 등을 가져가 살자고 했다.

    L5에 인류의 거주지를 짓는 것은 먼 미래의 얘기일 수 있다. 그러나 핵폐기물을 보관하는 일은 짧은 시간 내에 가능하다고 본다. 지구와 영원히 격리된 그곳에 보관한다면 우리는 핵폐기물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이 아이디어는 미국에서 오래전부터 연구해왔다.

    그런데 핵폐기물을 싣고 날아가는 발사체가 폭발할 경우 방사능 피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럴듯한 대안이 쏟아졌지만 방사능 피해를 막는 발사비용이 너무 커서 구체화되지 못했다. 땅이 넓은 미국에는 사막을 비롯한 불모지가 많다. 그곳에 핵폐기물을 묻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것도 이 연구를 막은 한 요인이 됐다.

    그러나 땅이 좁고 사막이 없는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 따라서 사고가 나더라도 안전이 보장되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우리는 라그랑주 점 활용을 검토할 수도 있겠다. 사고에도 대비할 수 있고 가격경쟁력이 좋은 발사체를 개발할 수 있다면 우리의 우주산업은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예술품 아닌 공산품을 만들자

    2020 달 탐사 꿈이 아니다 과학 아닌 ‘산업의 눈’으로 우주 봐야

    정지궤도위성은 적도 직상공에 올라가 있어야 하므로 적도 부근에서 발사하는 것이 좋다. 그림과 같은 해상구조물을 적도 부근의 공해로 끌고 가 그곳에서 정지궤도위성을 탑재한 차기 한국형발사체를 쏘는 것이다.

    스페이스-X사에는 우리처럼 발사체 개발 경험이 많은 리더가 없었다. 뮐러도 엔진만 개발해봤지 발사체 전체를 개발해본 경험은 없었다. 그래서 멀린 엔진을 개발한 다음 팰컨-1을 통해 발사 시험을 수차 해본 것이다.

    우리도 나로호를 개발했다고 하지만, 전체 설계 개발을 총괄한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빠른 시간 내 엔진에 대한 1차 설계를 마무리하고 테스트에 들어가야 한다. 부품 레벨 시험도 빠른 시간 내 끝내고 그 결과를 토대로 설계를 수정해 엔진 테스트에 착수한다. 시스템은 복잡해질수록 문제가 생기는 부분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뮐러는 개발 시작 2년 만에 엔진시험에 들어갔고, 그 후 많은 설계 개선을 이루었다. 초기의 부품 설계에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면 곤란하다. 가장 예측하기 어렵고 실패 요인이 큰 엔진이나 단(段) 체계 시험에 적은 시간을 배정하는 어리석음을 우리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형발사체는 예술품이 아니라 ‘가격경쟁력이 있는 공산품’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 항우연의 한국형발사체사업단은 이미 엔진과 주요 부품, 배관 및 밸브류, 로켓의 연료, 산화제통 및 페어링의 제작, 그리고 탑재되는 여타 부품류의 생산단가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한국형발사체 개발 이후의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다. 비전이 있어야 산업체들이 우주개발에 참여한다.

    우주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4대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첫째, 기술인력 인프라. 둘째, 발사장과 발사 준비에 필요한 각종 장비와 발사 후 추적과 제어에 필요한 시설이다. 두 인프라는 나로호 개발을 통해 상당부분 확보된 상태다.

    셋째, 개발 중인 엔진의 터보펌프, 연소기, 가스발생기 및 관련 밸브류 등의 주요 부품과 엔진 시험장치, 발사체 각 단별 시험이 가능한 시험설비 인프라다. 큰 추력과 화염을 내뿜는 엔진과 1단 시험 장치는 건립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안전한 곳에 지어야 한다. 현재 항우연은 4000여억 원을 들여 10개의 시험시설을 짓고 있다. 실제 연료와 산화제를 사용하지 않는 시험시설은 대전 본원에, 화염 방출을 유발하는 시설은 나로우주센터에, 조립 관련 시험시설은 산업체에 설치할 예정이다.

    넷째, 75t과 7t급 엔진, 액체산소와 연료를 저장할 거대한 통, 그리고 각 단(段)의 제작과 조립을 신뢰성 있게 할 산업체 인프라가 필요하다.

    이를 갖춘다면 2020년경 우리는 발사체 강국으로 일어설 수 있다. 그 후로는 완성된 기반을 토대로 엔진의 성능을 향상시키고 1단의 파워 증강을 통해 한국형발사체의 성능을 향상시킨다. 980kg이 될 것으로 보이는 75t 엔진의 무게를 700kg 이하로 줄이고, 추력은 100t 수준으로 끌어올려 무게비(比) 추력이 140 이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고임금-고비용 구조 만들지 말라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멀린 엔진이 채택한 핀틀 인젝터 기술의 적용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형발사체의 1단을 4개가 아니라 성능이 더욱 향상된 5개 엔진으로 묶는다면, 그 추력이 500t에 이르므로 우리는 강력한 저궤도 위성 발사체를 만들 수 있다. 지난해 아리랑-5호 위성을 쏘아준 러시아의 드네프르 발사체의 1단 추력이 460t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다음에는 팰컨-9처럼 9개 엔진으로 1단을 만들어 정지궤도위성 발사체 제작에 도전한다. 그렇게 하면 1단의 추력이 900t에 이르니 6t 정도의 정지궤도위성 발사가 가능해진다. 정지궤도위성은 적도에 가까운 곳에서 발사해야 효율이 좋다. 따라서 세계 1위의 조선기술을 이용해 해상 발사선 개발을 검토할 만하다.

    성공적인 발사체 개발을 토대로 나로우주센터에서 연간 10회, 해상에서 연간 8회 정도 발사한다면, 한국은 연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상업위성 발사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방산업체는 합법화된 로비를 통해 국방과 항공우주체계를 개발해왔다. 국민적 지지를 얻기 위해 생산시설을 미국 전역에 분산배치했다. 이것이 막대한 비용 상승을 초래했다. 유럽도 여러 나라가 공동으로 우주개발을 하다보니 미국보다 더 비싼 구조가 됐다.

    그러나 내수시장이 큰 데다 충분한 명성까지 획득하고 있어 세계 진출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미국 제품은 신뢰도가 높아 다른 나라들이 구매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개발이 끝나지 않았고 가격도 매우 높은 스텔스 전투기 F-35를 믿고 사주기로 한 것이 그런 예다. 우주개발 후발국인 우리에게는 이러한 프리미엄이 붙을 수 없다. 따라서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문제는 연구개발과 생산비용 산출이 미국 수준에 맞춰졌다는 점이다. 우리는 개발비용을 산정할 때 미국의 ‘군산(軍産)복합체’가 만든 예상비용 도출모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스페이스-X사도 그 모델을 사용하지 않았다.

    얼마 전 항공기 국제공동개발 워크셰어를 협상할 때 우리 항공 산업체 엔지니어의 임률(賃率)이 선진국보다 높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의 항공우주·방위산업이 불연속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사업이 자주 단절돼 그에 따른 위험을 줄이다보니 임률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과학 아닌 산업의 눈으로 보자

    지금 우리 항공우주산업은 모처럼 연속성을 띠고 있다. T-50 고등훈련기의 수출에 이어 수리온 헬기 생산에 들어갔다. 그 뒤에는 중형항공기 개발과 한국형 중형전투기 KFX 사업이 기다린다. 한국형발사체와 다목적실용위성 시리즈, 정지궤도 복합위성 등의 개발 사업도 진행된다. 정부가 2040년까지의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으니, 달 탐사와 정지궤도위성 발사체 개발 등 대형 사업들이 추가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러한 연속성이 큰 기회가 된다. 가격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이 다져지는 셈이다. 우리는 고비용 구조를 혁파해야 한다. 미국처럼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우주산업을 하면 안 된다. 가격경쟁력을 갖춘 한국형발사체 개발이 우리의 우주산업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위대한 도전이 될 것이다. 장차 위성발사 사업은 연 1조 원대로 커질 수 있다. 과학의 눈으로만 우주를 보지 말고 산업의 눈으로도 볼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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