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성장의 주축은 기업이고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기업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
- 그런데도 많은 국민이 기업투자를 외면한다. 나는 누구나 자본시장을 통해 부자로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믿는다. 많은 국민이 기업투자에 나서게 하려면 기업과 경영자를 믿고 장기투자할 수 있는 투자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절실하다.
현대자동차가 생산한 수출용 차량들이 울산항에서 선적을 기다린다.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 자본시장이 개방되면서 우리 기업도 세계시장을 누비며 크게 성장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게 됐다. 그런데 국내 대표 기업의 제품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성장잠재력을 가장 잘 알 수 있었던 대다수 국민은 이들 기업의 성장 과실을 누리지 못했다. 그 이유는 외국인들이 고성장을 달성한 기업들의 지분을 절반 가까이 사들이는 동안 우리나라 국민의 가계자산은 단기부동자금과 부동산에 묶여 있었던 데 있다.
주요 대기업 주인은 외국인
나는 동네 구멍가게도 기업으로 성장할 씨앗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포장마차나 김밥집도 자본주의 시스템을 잘 활용하면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고, 농부도 기업인이 될 수 있다. 오늘날의 삼성그룹과 현대그룹도 모태는 1930~40년대의 조그만 상회였다.
주식회사 제도를 근간으로 한 자본시장 시스템은 구멍가게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한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며, 성장동력을 갖춘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원활하게 구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자본시장의 꽃인 증권시장이다. 그런데 우리 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주요 대기업의 실질적인 주인은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이다. 삼성전자 주식의 49.66%, 현대차 주식의 45.15%, 네이버 주식의 57.82%를 외국인이 가졌다.(2013년 말 기준)
지난 5년간 삼성전자는 자기자본이 1.1배 증가하면서 주가는 2.08배 상승했다. 현대자동차도 자기자본 1.13배가 증가하는 동안 주가는 5.2배 급등했으며 네이버도 자기자본 1.6배가 증가하면서 주가는 5.2배 급등했다. 문제는 이러한 기업의 지분 절반을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기에 기업들의 눈부신 성장에도 우리 국민이 소외되는 결과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들 기업과 가장 가까이 생활하면서 그 제품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우리 국민이 기업의 성장에 동행함으로써 자산을 급격히 늘릴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대다수 국민은 단순 노동자로 임금을 받을 뿐 기업 성장의 과실을 공유하지 못한다. 2012년 말 기준 주식 소유 현황을 살펴보면 외국인이 32.4%, 일반 법인 24.5%, 기관투자자 15.8%, 개인은 24.0%에 지나지 않는다. 24%라고 하면 많아 보이지만 이 중에서 대주주를 제외한 일반 개인투자자만의 비율은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2012년 총 현금 배당 규모는 10조9607억 원으로, 이 중 4조662억원(37.1%)을 외국인이 가져갔다. 외국인이 특정한 정보를 독식한 것도 아닌데 왜 이런 결과가 초래됐을까.
나는 내 자신을 믿고 우리 기업을 믿고 우리의 미래를 믿으며 어려울 때마다 투자해서 오늘의 주식농부가 되었다. 지금은 30여 개 기업의 주인이 되어 투자한 기업의 성과를 공유하며 산다. 나는 누구나 자본시장을 통해 부자로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믿는다. 또한 좀 더 많은 사람이 기업투자를 통해 기업의 성과를 공유하면서 행복한 생활을 하길 바란다.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기업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고 경제성장의 주축 역시 기업이다. 그런데도 우리 국민은 기업투자를 외면한다. 많은 사람이 주식투자를 통해 손실을 본 뼈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만이 주식투자를 외면하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대주주의 전횡과 그로 인한 기업 가치 훼손 등 불공정한 투자시장이 더 많은 국민의 기업투자를 막는다. 더 많은 국민이 기업투자에 나서게 하려면 기업과 경영자를 믿고 장기투자할 수 있는 투자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절실하다.
주식회사는 자본주의 경제의 중심에 있고 주식회사 제도는 바로 신용에 기초를 둔다. 경영진을 믿고 어렵게 모은 자금을 기업에 투자한 소수 주주, 즉 서민 주주에 대한 공정한 성과 배분이 보장돼야 한다. 주식회사는 회계 등 경영정보를 투자자들에게 투명하게 제공해야 주주와 경영진,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의 상호신뢰가 생긴다. 미국의 번영도 신뢰를 바탕으로 잘 구축된 자본시장시스템 덕분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 주체들 사이에 신뢰가 회복돼 더 많은 서민이 기업 성장의 과실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려면 현행 자본시장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 또한 일반투자자들의 투자 문화 역시 개선되어야 한다.
배당수익률 높여야
주식회사의 경영은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주주의 이익을 위해 집행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이 상식이 실현된다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기업의 성장을 보며 뿌듯했던 다수의 소액주주는 과실을 공유하기 직전에 팽(烹) 당하기 일쑤였다. 회사에 막대한 유보금이 쌓이는데도 배당은 쥐꼬리만큼 받았다. 소액주주들이 허탈감을 느끼는 사이 대주주는 온갖 방법으로 자신의 잇속을 챙겼다. 이것이 2014년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서글픈 상식’이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경영권을 차지한 대주주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대주주의 경영권을 감시할 수 있는 제도가 있지만 허울뿐이다. 지금 우리 상장기업들은 사외이사, 감사, 준법감시인을 둬야 하는 등 다양한 견제와 감시 제도가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선임권은 최대주주에게 있다. 이렇게 선임된 ‘감시인’들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현재의 상태라면 감사나 사외이사가 아예 없는 것이 기업비용을 아끼는 길일지도 모른다. 최대주주가 자신의 사람들에게 은혜를 베푸는 데 이 제도를 악용함을 모르는 국민이 얼마나 있을까.
중요한 것은 그 명칭이 아니라 최대주주의 이기심을 견제하고 감시할 실질적인 수단을 소액주주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최소한 감사나 사외이사 한 자리만이라도 최대주주의 선택이 아닌 소수 주주의 선택에 의해 임명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 이것은 자본주의체제에 대한 부정이 아니며 오히려 유한책임을 지는 주식회사 제도를 허용한 사회적인 합의라는 대전제에 직결된다. 신용을 바탕으로 한 자본주의 체제의 성숙한 발전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선택임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경영 행위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통해 최대주주의 이익이 아닌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한 경영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제도를 빨리 마련해야 한다. 세부적으로 다음과 같은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배당수익률을 높여야 한다. G20회원국 중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하고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지수)에 편입된 19개국의 배당수익률을 보면 영국 3.5%, 프랑스 3.2%, 독일과 캐나다 2.9%, 미국 1.9%, 중국 3.1%, 대만 2.8%, 인도 1.4% 등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1.1%로 19개국 중 18위다.(2013년 기준) 왜 이렇게 배당수익률이 낮을까. 이에 대한 답은 과세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의 경우 과거 법인세와 개인소득세의 최고세율에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IMF 외환위기를 지나면서 외국기업과의 경쟁을 위해 법인세를 대폭 낮춰주면서 소득세 최고세율과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게 되었다. 소득세 최고세율은 1997년 40%에서 2013년 38%로, 법인세 최고세율은 1997년 28%에서 2013년 22%로 각각 낮아졌다.
적정유보초과세 도입해야
예를 들어 대주주가 30%의 지분을 가진 기업이 100억 원의 이익을 냈다고 하자. 법인세 20%(지방소득세는 법인세의 10%에 해당)로 22억 원을 세금으로 납부하고 78억 원을 전부 배당했을 경우, 대주주는 약 23억4000만 원을 배당받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 종합소득세 38%를 내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대폭 줄어들게 된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배당금에 대해 과세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이중과세를 한다. 대주주는 이와 같은 이유로 배당을 꺼리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의 고배당 정책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중과세율을 대폭 하향 조정하고 적정유보초과세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적정유보초과세란 배당으로 인한 고율의 소득세를 회피하기 위해 필요 수준 이상을 유보할 경우 이 유보금액에 법인세를 추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대만 등에는 이와 같거나 유사한 제도가 있다. 유럽에는 적정유보초과세는 없으나 배당소득에 대한 이중과세 방지제도로 배당을 했을 경우 소득세 부담이 거의 없도록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은 내부에 엄청난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 배당을 하면 이러한 돈이 필요한 곳으로 흘러들어가게 되고 경제적으로 자원배분의 효과가 나타난다. 배당을 받은 개인이 불어난 소득에 비례해 지출을 늘림으로써 경기가 활성화하고, 국가도 소득 증가에 따른 세금징수금액이 늘어나 나라 살림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식투자의 본질 가치 중 하나는 기업에 투자하고 성과에 따른 배당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배당이 적다면 시세차익을 통해 수익을 실현할 수밖에 없고 자연히 투기적 주식거래가 성행한다. 이중과세 문제 해결과 적정유보초과세 도입을 통해 배당수익률을 높인다면 주식시장의 고질적 병폐인 투기적 거래를 막고 주가 급등락 현상이 완화되어 건전하고 올바른 자본시장과 투자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주주총회에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를 의무화해 소액주주의 참여와 권한을 높여주어야 한다. 집중투표제도는 이사를 선임할 때 선임하고자 하는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1주식의 주주에게 부여하는 제도다. 이는 1주 1의결권의 원칙에 대한 예외이며, 소수파 주주도 자기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이사로 선임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 제도에 따르면 2명 이상의 이사 선임을 목적으로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주주는 1주마다 선임 예정 이사와 같은 수의 의결권을 가지며(의결권=보유주식 수×이사후보수) 이 의결권을 후보자 한 사람 또는 몇 명에게 집중적으로 행사해 득표수에 따라 차례로 이사를 선임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교육기술 박람회인 ‘BETT’에서 다양한 첨단 교육 관련 솔루션을 선보였다.
집중투표제는 1998년에 도입됐지만 강제 규정이 아니어서 100대 기업 중 지금 실시하는 기업은 단 4곳뿐이다. 강제 규정을 둬서라도 소액주주들의 참여와 권한을 높여 지배주주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허울뿐인 전자투표제
우리나라 기업의 주총이 수도권(서울 48%, 경기도 28%)에서 주로 열리고, 개최일도 특정일(3월 둘째 주, 셋째 주 금요일)에 집중돼 여러 회사의 주식을 갖고 있거나 회사 일로 바쁜 주주들, 지방 소재 주주들은 주총에 가고 싶어도 참석할 수 없다. 그래서 2009년에 도입한 것이 주주가 주주총회 현장에 참석하지 않고도 인터넷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전자투표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를 실행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기업들이 꺼리는 이유는 다수의 소액주주가 주총에 참가하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현재 전체 상장기업 2000여 개 중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은 45곳에 불과하다. 그것도 선박투자회사 등 페이퍼컴퍼니 41곳을 제외하면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일반 회사는 외국계 기업 1곳을 포함해 단 4곳뿐이다.
금융 선진국들은 일찍이 2000년대 초부터 주주가 현장에 가지 않고도 인터넷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해 주주의 권리를 보장한다. 미국에서는 상장회사 중 45%가 전자투표제도를 채택하고 영국과 일본에서도 활용도가 점차 높아진다. 우리나라도 전자투표제를 활성화해 다수를 이루는 소액주주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면 주총 문화도 더욱 민주화, 선진화할 것이다.
셋째, 상장기업의 상속 및 증여 시 시가평가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현재 상속증여세법(이하 상증법)은 “상속 및 증여재산은 상속을 개시한 때의 시가에 따라 평가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돼 있다. 그래서 상장기업의 경우 상속일 전후 각 2개월의 종가 평균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계산한다.
이는 일견 당연해 보이나 커다란 허점이 있다. 2012년 말 기준으로 대형주의 순자산배율(PBR)이 1.36배인데 비해 중소형주는 0.6배로 대단히 낮게 평가돼 있다. 이는 대형주의 경우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견제와 감시로 상대적으로 기업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를 받는 데 반해 중소형주는 투자자의 무관심 속에 대주주가 법망을 이용한 합법적인 절세 행위를 한 결과로 보인다. 우량한 회사(PBR 1이하)를 대주주가 장시간에 걸쳐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시켜 상속, 증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자칫 의도를 모르는 일반투자자는 투자했다가 배당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장기간 소외 주식을 보유하는 재산상의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따라서 상증세의 과표기준인 주가 평가제를 바꿔야 한다. 예로 PBR이 1 이하인 회사의 경우 시가총액이 순자산가액보다 낮으면 순자산가액을 과세표준으로 삼자는 것이다. 그래야 적어도 회사의 가치가 순자산가액 이상이 돼 어느 정도 주가가 정상화하지 않겠는가. 또한 상증세 과표의 현실화로 세입이 증가하면 최근의 부족한 재정수지 개선에도 일조를 할 것이다.
일반 투자자뿐 아니라 전업 투자자나 증권사, 투자자문사 등에서 근무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주식투자는 투기’라고 주장하는 이가 많다. 잘못된 투자 문화를 바로잡는 데 일조해야 할 사람들이 얕은 재주만 믿고 투기적 거래에 앞장서는 형국이다. 우리의 투자 문화가 이렇게 된 데에는 증권사 책임도 크다. 증권사 수입의 50% 이상이 수수료 수입이다보니 고객에게 장기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단기적인 매매로 사고팔기를 유도한다.
증권회사는 투자회사로 거듭나야
그래서 달라져야 할 투자 문화 중 첫 번째는 증권회사가 투자회사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업과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증권사 업무는 서비스 개념으로 가고 투자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증권사가 투자은행의 형태로 가기에는 아직까지 경험이 부족해 위험하다는 의견이 많다. 또 안전한 연못이 있는데 굳이 바다로 나갈 필요가 있느냐며 기존 구조를 바꿀 의도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증권사는 될성부른 기업을 알아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 능력을 이용해 성장성이 좋은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고, 그 자본을 바탕으로 성장한 기업과 과실을 나눠야 한다. 증권회사가 투자회사로 거듭났을 때 비로소 증권사도 성장할 수 있고 자본시장 건전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기업가는 투자자를 배려해야 한다. 장기투자의 필요성을 이야기할 때 가장 큰 장애가 되는 것이 기업에 대한 불신이다. 길게 투자하려고 해도 기업이 성장한다 싶으면 돈을 빼돌리거나 편법으로 개인의 부를 축적하려는 경영자가 적지 않다. 번 돈을 적정하게 배당하고 기업의 경영정책이나 전략 등을 적절하게 공개해 투자자가 안심하고 장기투자할 수 있도록 배려해줘야 더 큰 사업 기회를 갖게 됨을 이해해야 한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작업장에서 조선사업본부 기본계획부 직원들이 도면을 살펴본다.
셋째, 투자자들도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아직도 많은 투자자가 하루에 1% 수익만 내면 1년에 200%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환상으로 투자에 임한 사람들의 결말은 너무도 뻔하다. 나는 주식시장에서 현행 금리의 두 배 이상의 수익률은 충분히 올릴 수 있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알찬 기업에 투자한 후 기업과 소통하면서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기대수익률이 높으면 절대 기다릴 수 없다.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먼 산을 바라보듯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 하루하루의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담대하게 관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가까운 곳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큰 그림이 보이는 법이다.
넷째, 간접투자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기업을 공부하고 소통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들일 생각이 없다면 간접투자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이 자산운용사에 맡기는 자금은 시가총액 대비 6.3%다. 미국은 26.4%, 유럽과 호주 등도 20%가 넘는다.
이처럼 간접투자 비율이 낮은 이유로는 주식투자 부문에서만 보면 펀드가 도입된 것이 불과 10년이 채 안 됐기 때문이다. 간접투자 문화가 성숙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자산운용사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탓도 있다. 전문가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굳이 수수료를 물어가며 자금을 맡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장기투자자 세제 지원 필요
우리나라도 결국은 선진국처럼 간접투자 방식에 의한 장기투자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아직은 규모도 작고 펀드에 투자하는 기간도 짧다. 미국은 평균 6~7년인데 우리는 고작 2년이다. 간접투자시장이 활성화하고 투자기간도 길어지려면 선진국처럼 장기투자자에 대한 다양한 세제지원 등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다섯째, 자녀에게 조기 증여로 경제 관념을 심어줘야 한다. 몇 년 전 신문에서 신현확 전 총리와 그 아들인 신철식 씨 이야기를 읽었다. 신 전 총리는 1974년 비상장 삼성전자의 주식 1만 주(액면가 1000원)를 학생이던 아들에게 증여했다고 한다. 아들은 2004년 공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이 주식을 보유했다. 그동안 유무상증자를 받아 총 2만4000주까지 불어난 주식을 51만 원에 매도해 122억 원의 수익을 얻었다.
주식투자에서 시간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좋은 기업에 시간이라는 가치가 투입될 때 비로소 성장하게 된다. 이렇게 보면 우리 자녀는 대단히 유리한 위치에 있다. 상대적으로 풍부한 시간가치를 소유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위의 사례는 조기 증여와 좋은 기업, 그리고 시간이 만났을 때 나타나는 효과를 잘 보여준다.
큰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소액으로도 충분하다. 그 돈으로 주식투자를 하게 하면 경제 교육도 되고 장기투자 습관도 길러줄 수 있다. 노후에 큰 자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좋은 기업에 투자해 자녀가 실물경제를 바로 알고 기업투자를 실천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본시장을 빼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말할 수 없다. 기업은 가치를 생산한다. 이 가치는 소비자에게는 삶의 터전이라는 형태로, 거기서 일하는 사람에게는 급여의 형태로 제공된다. 국가에는 세금이 되고 그것이 복지, 치안, 국방 등의 형태로 사회로 되돌아온다. 이 중심에 기업가와 자본이 있다. 좋은 사업 아이템과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에게 자본이 원활하게 제공될 때 이러한 선순환이 가능하다. 여기에 우리 서민이 투자자 구실을 한다면 그만큼의 과실을 얻게 될 것이다.
혹자는 자본시장의 부작용을 떠올릴 수 있다. 엄청난 규모의 핫머니가 국경을 넘나들면서 한 나라의 경제를 혼란에 빠뜨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기업가 정신은커녕 온갖 부정을 저지르는 기업가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실은 개선되어야 할 것이지 자본시장이 희망이 아닌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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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우리 삶의 터전이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자본시장이라는 명제에 동의한다면, 여러 부작용 때문에 자본시장이 희망이 아니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자본시장이 우리의 희망으로서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 무엇을 변화시켜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우리 삶의 터전인 기업에 투자해 성과를 공유해야만 더불어 잘살 수 있는 시대다. 종업원으로만 살았던 서민도 주주로서 기업의 주인이 되어 성장의 열매를 공유하고, 기업은 이러한 자본을 바탕으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 그래서 자본시장은 대한민국의 희망이자 서민의 희망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