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초공천 논란, 옳고 그름 아닌 선택의 문제
- 안철수 측과 50대 50 공천 배분은 비현실적
- 제 살 도려내는 개혁공천에 지방선거 성패 달려
- 독일 언론, 朴 대통령보다 시진핑 보도에 열 올려
- 좋은 정책에 정파 안 따지는 독일 정치 부러워
독일 유학 1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김 전 지사는 귀국한 지 열흘 만인 4월 11일 새정치민주연합 6·4 지방선거 공동선거대책위원장(선대위원장)에 지명됐다. 당 안팎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간 탓에 시차에 적응할 겨를도 없이 정치무대 중심에 서게 된 것. 새정치민주연합 ‘무지개 선대위’에는 김한길·안철수 두 공동대표와 함께 김두관 문재인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등 대선주자급 다섯 명의 중진이 참여한다.
▼ 귀국 열흘 만에 선대위원장이란 중책을 맡게 됐습니다.
“현장에서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 주로 어느 지역에서 도움을 요청합니까.
“창원과 양산, 거제 등 주로 경남 지역에서 와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습니다. 제 도움이 필요하다면 어디든 달려가 힘닿는 데까지 도와야죠.”
그는 4월 12일 대구시장에 도전하는 김부겸 후보 선거사무실 개소식 참석을 시작으로 선대위원장으로서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그는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자치분권연구소를 설립해 10년 가까이 지방자치와 관련한 정책을 연구해왔다. 연구소를 거쳐간 이 가운데 상당수가 이번 지방선거 지방의회와 자치단체장 등에 도전장을 냈다. 경기지사에 출사표를 던진 원혜영 의원이 자치분권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고, 김 전 지사는 고문으로 있다.
▼ 기초공천 문제가 어제(4월 10일) 비로소 일단락됐습니다. 기초공천을 하기로 한 결정은 잘됐다고 봅니까.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 선택의 문제였죠. 기초공천 문제로 당내 분열이 컸는데, 매듭이 잘 지어져 다행입니다.”
졸속 공천은 두 번 죽는 일
▼ 박근혜 대통령에게 기초공천 폐지 공약 이행을 촉구한 안철수 대표만 머쓱하게 됐습니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정치를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사람이 아니라 신이겠죠. 만약 기초공천 문제를 안 의원이 계속 고집했으면 자기는 살고 지방선거에 나선 우리 당의 수천 명의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 후보를 사지(死地)로 몰아넣는 결과가 나왔을 수 있지요. 지휘관(안 의원)은 다소 상처를 입었지만, 수천 명의 지역 일꾼을 살려내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중국 고사에 보면 한고조 유방(劉邦)이 크고 작은 전투에서 수없이 졌어도 마지막 전쟁에서 승리를 거둬 한나라를 세우지 않았습니까. 기초공천 문제는 전쟁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전투와 같습니다.”
김두관 전 지사가 독일에 유학하는 사이 그가 몸담은 정당은 이름을 여러 번 바꿨다. 그가 독일로 떠날 당시 민주통합당이던 당명은 지난해 김한길 대표가 들어선 이후 민주당이 됐고, 지난 3월 말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과 통합해 다시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 민주당이 안철수 의원과 통합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기초공천 논란이 길어지면서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습니다만, 안 의원과 통합한 이후 정당 지지율이 한때 30%대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민주당 지지율이 20%를 밑돌아 10%대에 머문 것을 생각하면 (안 의원과) 통합에 따른 시너지는 분명히 있습니다. 기초공천 논란을 딛고 선대위를 출범시킨 만큼 (지방선거까지) 남은 기간 열심히 노력하면 그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 기호 2번은 살아났지만, 어떻게 공천하느냐가 중요할 텐데요.
“(기초공천) 논란이 길어진 탓에 (공천을 위한) 물리적 시간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공천하면 우리 당은 두 번 죽게 됩니다. 지방선거의 성패는 개혁공천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과거처럼 연줄과 계파에 이끌린 정실공천으로 흘러서는 우리 당에 미래가 없습니다. 공정한 경선과 심사를 통해 역량 있는 후보를 선출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최소한 로또라도 사야…
베를린자유대 한국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하는 김두관 전 지사.
“기계적으로 비율을 맞추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어느 지역에서는 상임집행위원 숫자를 채우지 못해 애를 먹는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물론 합당 정신을 살리려 노력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기득권을 인정치 않고 문제가 있는 후보는 과감하게 제 살을 도려내는 개혁공천을 해야만 국민께서 우리 당 후보들에게 기회를 줄 것입니다.”
6월 4일 실시되는 전국동시지방선거에는 한 명의 유권자가 여러 번 투표를 해야 한다.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은 물론 광역의원과 광역단체장, 여기에 교육감까지 선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명의 공직자를 한꺼번에 선출하는 부담 때문에 일부 국민은 ‘선출직 공직자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 지방의원에게 지급되는 급여 인상 문제는 매번 여론의 도마에 올랐고, 지방의회 의원의 해외 방문 역시 ‘외유’ 논란을 빚었다.
“정치 불신이 워낙 심해 지방의원에게 급여를 주는 것조차 반대가 심한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달리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지방의원이 의정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급여를 주고, 집행부의 월권을 감시토록 하는 것이 주민의 이익에 더 부합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작은 시군도 1년 예산이 2000억 원에서 3000억 원 가까이 됩니다. 그런데 기초의회를 유지하는 데 드는 예산은 10억 원 안팎입니다. 그 정도 예산을 투입해서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의 사업 시행 여부를 집행부가 결정할 때 주민의 대표기구인 지방의회가 충분히 검토해서 비판하고 견제와 감시를 하도록 하는 것이 주민 이익을 지키는 길입니다. 지방의회가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제대로 하는지 안 하는지가 중요한 문제이지, 지방의원에게 급여를 더 주고 덜 주고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지방의회에 대한 이 같은 소신을 가진 김 전 지사는 남해군수 때는 물론 경남지사로 일할 때에도 늘 의회 활동을 염두에 두고 군정과 도정을 펼쳤다고 한다.
“공무로 해외 출장을 떠나야 할 일이 생기면 반드시 의회가 열리는 기간을 피해 일정을 잡도록 했습니다. 주민 대표기구인 의회에서 출석을 요구하는 것은 곧 주민이 부르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김 전 지사와의 인터뷰는 저녁식사를 겸해 이뤄졌다. 지방선거와 관련한 얘기를 속사포처럼 주고받는 사이에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대화는 독일 유학 얘기로 흘렀다. 김 전 지사가 막 귀국하려던 시점에 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했다.
▼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 방문을 현지에서 직접 지켜봤을 텐데, 분위기가 어땠습니까.
“(박 대통령이) 교민 초대를 많이 받았죠. 박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했을 즈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독일을) 왔어요. 두 분에 대한 현지 언론 보도에 차이가 크더군요. 시진핑 주석 방문 때는 (독일 언론에서) 특집방송을 더 많이 하더군요.”
▼ 시 주석은 이번 유럽 순방 때 큰돈을 썼죠.
“저우언라이, 덩샤오핑 같은 중국 지도자들이 프랑스에 유학한 인연이 있어서 그런지, 중국과 프랑스 양국관계가 특히 친밀해 보이더군요.”
▼ 박 대통령은 독일 방문에서 대북 3대 제안을 담은 ‘드레스덴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드레스덴 선언에) 북핵을 연계한 언급이 없어 유연해졌다고는 하지만, 선언의 내용을 구체화하려면 남북관계를 가로막는 5·24 조치를 전면해제하거나 최소한 부분해제해야 합니다. 5·24 조치에 대한 언급 없는 드레스덴 선언은 공허한 면이 있죠.”
5·24 조치는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발표한 일종의 남북관계 단절 선언이다. 남북교역 중단과 대북지원 보류, 대북 신규투자 금지가 주 내용.
▼ 박 대통령은 올 들어 기회 있을 때마다 ‘통일대박’을 강조했습니다.
“통일이 되면 대박 그 이상으로 우리 민족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은 환상만 심어주는 맹목적 통일론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대박은 통일에 따른 결과일 뿐 대박을 얻으려면 무엇보다 절차와 내용을 충실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일례로 로또 대박이라도 나려면 최소한 로또를 사야 가능한 것 아닙니까. 그런 면에서 5·24 조치 해제와 같은 실질적인 관계 개선 노력 없이 ‘통일대박’만을 외치는 것은 통일에 대한 환상만 심어주는 것으로 비칩니다.”
▼ 우리가 먼저 북한을 향해 걸어둔 빗장을 풀어야 한다는 얘기인가요.
“북한이 우리와 국력 차이가 2배, 3배, 아니 5배 정도 차이가 난다면 상호주의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떡 하나 줄 테니 두부 한 모 달라’고 얘기하기에는 남북 간 격차가 너무 큽니다.”
▼ 장차 통일비용을 줄이려면 북한의 경제수준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2만500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북한이 최소한 5000달러 수준까지 올라와야 통일이 되더라도 그 비용을 우리 스스로 감당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대북지원을 강화해야 합니다.”
▼ 남북관계는 우리만의 결단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 관점에서 보면 북한의 태도가 잘못된 것이지만, 다르게 보면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이 때때로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는 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렇지만 세계 최강 미군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우리와 함께 군사훈련을 하는 상황을 북한은 준(準)전시상태로 인식합니다. 한반도 긴장 조성은 남북이 서로 어떤 관점에서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볼 여지가 있습니다.”
▼ 그렇다면 남북문제는 어떻게 풀어가는 게 좋다고 봅니까.
“만약 북한 정권이 붕괴하더라도 우리가 북한을 접수해서 한반도 통일을 주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김정은 정권이 무너지면 새로운 군부 파워엘리트가 집권하든, 친중(親中)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무력으로 통일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경제교류협력 등으로 남북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그런 신뢰 프로세스를 거쳐 군사적, 정치적 통일로 나가야 합니다.”
냉철한 독일식 합리주의
김 전 지사는 남북관계 개선 필요를 역설하면서 이런 비유를 했다.
“잘사는 남쪽 형님 집에 며칠 굶은 북쪽 동생이 밥을 달라고 찾아왔는데, 밥은 안 주고 ‘옷차림이 그게 뭐냐’ ‘머리는 감았느냐’고 태도를 지적하면 그 관계가 좋아지겠습니까. 우선 밥부터 먹이고 할 말을 하는 게 순서겠지요.”
▼ 남북 문제를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이 북한 핵 문제입니다.
“북한은 리비아나 이라크가 핵을 보유하지 않아 국가가 붕괴됐다며 핵이 자신들을 지켜줄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핵 때문에 북한이 망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그 점을 북한에 주지시킬 필요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막혀 있는 남북관계의 전제조건으로 북핵 문제를 앞세워서는 어떤 변화도 기대하기 힘듭니다. 국민을 굶겨가며 개발한 핵을 북한이 순순히 포기할 리는 없지 않겠어요. 풀기 어려운 원론적 문제에 집착하기보다 문제 해결을 위한 현실적인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 전 지사는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는 독일의 통일 과정을 깊이 있게 음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이 동서독으로 분단됐을 때 서독이 동독에 얼마나 많은 지원을 했습니까. 또 동독에 갇힌 정치범을 돈을 주고서라도 서독으로 데려오지 않았습니까. ‘평화는 돈을 주고라도 사야 한다’는 얘기가 있듯이, 평화는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 명제입니다.
독일 정치는 국민을 위한 좋은 정책이라면 여야 없이 승계하는 전통을 갖고 있더군요. 동방정책이 대표적입니다. 사민당(SPD) 출신 빌리 브란트 총리가 처음 동방정책을 추진할 때 당시 야당이던 기민당(CDU)은 반대했습니다. 그런데 기민당 콜 총리가 집권한 이후 빌리 브란트 총리의 동방정책을 계승했고, 더 발전시켜 결국 통일까지 이뤄냈습니다. 통일이 국가와 국민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에 정파를 떠나 정책을 승계한 것입니다. 하르츠 개혁도 마찬가지입니다. 노조의 지지를 받던 사민당 출신 슈뢰더 총리는 연금 축소와 노동 유연성 강화를 뼈대로 한 하르츠 개혁을 단행했습니다. 그로 인해 노조가 지지를 철회했고, 메르켈 총리에게 정권을 내주게 됩니다. 그런데 메르켈 총리는 취임하자마자 슈뢰더의 하르츠 개혁을 극찬하며 승계합니다. 하르츠 개혁 덕에 독일은 유럽 전체가 재정위기를 겪는 속에서도 지금처럼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독일 정치가 큰 틀에서 협조하며 국리민복을 위해 상대 정당의 좋은 정책을 계승하는 모습이 참 멋져 보였습니다.”
독일에 머문 1년 동안 김 전 지사는 독일 사회가 가진 여러 장점을 목도했다고 한다. 그의 입에서는 ‘동방정책’과 ‘하르츠 개혁’에 이어 ‘정의로운 복지시스템’과 ‘히든 챔피언’ 등 독일 사회가 가진 여러 장점에 대한 목격담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독일에는 대학등록금과 사교육, 입시지옥이 없습니다. 학력으로 평가받는 사회가 아니라 자격과 실력으로 평가받는 사회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처한 현실과 상황은 다르지만 독일의 교육시스템은 우리의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잘 보여줍니다. 그리고 독일은 어디를 가더라도 노인과 장애인이 이동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대중교통 시스템을 잘 갖춰놓았더군요. 약자와 소수를 배려하는 사회 시스템과 문화는 우리가 하루빨리 도입해야 할 좋은 문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도 우리의 갑을 관계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히든 챔피언이 갑처럼 보이기도 하더군요. 독일 기업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파트너십으로 똘똘 뭉쳐 있기에 세계적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가 들려주는 독일 사회의 장점을 듣다보니 ‘명품과 짝퉁의 차이는 눈에 잘 띄지 않는 1%에서 결정된다’는 얘기가 떠올랐다. 국가와 사회 역시 작은 부분까지 촘촘하게 사회 시스템이 작동될 때 비로소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다. 김 전 지사는 공(公)과 사(私)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냉철한 독일식 합리주의가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5월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사민당 창당 150주년 행사에 참석한 일이 있습니다. 행사 전날 한 호텔에 묵었는데, 다음 날 아침 슈뢰더 전 총리를 로비에서 우연히 만났습니다. 경호원과 보좌관이 바로 곁에 있는데도 호텔 숙박비를 손수 지불하더군요.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는 냉철한 독일식 합리주의의 단면을 봤다고나 할까요.
또 행사장에는 사민당과 경쟁관계에 있는 기민당 당수이자 현직 총리인 메르켈 총리가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메르켈 총리가 인사말도 없이 두 시간 가까이 앉아 있더군요. 나중에 물어보니 (9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공정한 경쟁을 위해 사민당 총리 후보인 슈타인브뤽과 경쟁관계에 있는 메르켈 총리 두 사람 모두에게 연설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 기회균등의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려는 독일 정치권의 의지가 남달라 보이더군요.
그리고 독일 정치권이 우리에 비해 국민 지탄을 덜 받는 것은 아데나워 총리에서부터 현재의 메르켈 총리까지 친인척 비리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전후 독일 초대 총리를 지낸 아데나워가 자신의 손자가 ‘할아버지처럼 총리가 되는 게 꿈’이라고 하자, ‘우리 가문에서 총리는 나 하나로 족하다, 다시는 우리 가문에서 총리를 하면 안 된다’고 했다지 않습니까. ‘아버지 직위를 활용해 뭘 해보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는 문화가 뿌리 깊이 자리 잡은 듯 보였습니다.”
春來不似春
이장과 남해군수, 행정자치부 장관과 경남지사까지…. 20여 년을 앞만 보고 달려온 그는 자의반 타의반 지난 1년간 독일 유학을 떠나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몸에 붙어 있던 불필요한 지방을 비워낸 자리에 합리적인 독일의 정치·사회 시스템을 한껏 익혀 온 듯하다. 1년여 공백을 깨고 다시 정치 일선에 복귀한 그를 경남도민과 국민이 어떻게 평가할까.
이장에서 장관까지 승승장구한 그의 과거 정치 이력이 명(明)이라면, 2012년 중도에 지사직을 사퇴하고 대선에 나선 것은 암(暗)이다. 김 전 지사는 귀국 직후 경남도를 찾아 “도민의 선택에 부응하지 못하고, 지사직을 중도에 사퇴한 점에 대해 석고대죄하는 심정”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 귀국 직후 다시 찾은 경남 지역 여론이 어떻던가요.
“도민의 선택에 부응하지 못한 점은 두고두고 사죄해나가야죠. 현장에서 아래로부터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 앞으로의 정치활동 계획이 어떻게 됩니까.
“지방선거까지 선대위 활동에 집중해야죠. 당의 승리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습니다.”
▼ 7월 재보선에 출마하나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올해에는 뚜렷한 꽃샘추위도 없이 느닷없이 봄이 다가왔다. 1년간 독일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김두관 전 지사에게 정치적 봄은 다시 찾아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