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정형외과병원 의료진의 손목 디스크 미세관절내시경 수술 광경.
수건 짜는 일은 엄두도 못 냈다. 땅을 짚고 일어나기도 힘들고 새끼손가락 쪽에서 손목 쪽까지 시큰거리더니 손목의 통증이 점점 심해져 밤엔 잠을 못 잘 정도까지 됐다.
병원을 찾아 검사한 결과, 손목 염좌라는 진단이 나와 물리치료를 받고 깁스로 고정했지만, 일하기 힘들고 깁스를 풀면 다시 통증이 생겼다. 이에 전문병원을 찾아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 정밀 검진을 받은 뒤 손목의 디스크인 삼각섬유연골이 찢어진 손목충돌증후군이란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초소형 미세관절내시경을 이용한 간단한 수술을 20~30분 받고 퇴원해 아무런 이상 없이 일한다.
잦은 컴퓨터 사용도 한 원인
일상생활에서 손목에 통증이 생기면 파스를 붙이거나, 쉬면 낫겠지 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통증이 장기간 지속되고 병마개를 돌려 따거나 문 손잡이를 돌릴 때 심한 통증이 온다면 손목 디스크의 손상을 의심해봐야 한다.
손목 디스크는 새끼손가락 방향에서부터 손목을 이루는 큰 뼈인 척골, 작은 뼈인 수근골들 사이에 낀 삼각형의 섬유연골로 손목에 가해지는 충돌을 완화하고, 손목을 돌리거나 뒤로 젖힐 때 쿠션 구실을 하는 조직이다.
허리 디스크와 같이 이곳도 외부 충격으로 손상을 받거나, 반복적인 사용 또는 퇴행성 변화로 연골이 찢어지거나 파열된다. 이에 대한 의학적 진단명은 손목충돌증후군 또는 삼각섬유성연골복합체 손상이지만, 통상 환자가 이해하기 쉽게 손목 디스크 손상이라고도 한다.
제일정형외과병원이 2011년부터 최근까지 손목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 1891명을 분석한 결과 남녀 차이는 크지 않았으나 전체 환자의 73.5%가 활동이 많은 20~40대 회사원이었고, 이 중 60%가량이 컴퓨터를 자주 사용하는 사무원, 디자이너 등의 직종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은 1~2주 치료 후 증상이 호전됐지만 1개월 이상 증상이 지속돼 손목 디스크 손상 진단을 받은 경우도 있다. 이런 결과는 손목 질환이 발생하는 원인에서 찾을 수 있다.
손목 디스크 손상은 주로 손목을 편 채 땅을 심하게 짚은 경우 외상성 손상이 나타나고, 드릴 작업을 많이 하는 직업인 목수, 테니스와 탁구 같이 손목을 많이 사용하는 운동선수, 피아니스트 등 특수 직업군에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여겼다. 하지만 요즘은 컴퓨터 사용이 잦은 직장인과 학생, 집안일을 많이 하는 주부 등에서 의외로 많은 환자가 발생한다.
손목 디스크가 손상되면 보통 손목 바깥쪽을 따라 통증이 생기는데, 넓고 둔하게 느껴지는 통증이 팔목 전체로 퍼져 어느 쪽에 통증이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팔을 돌리거나 손목을 바깥쪽으로 틀 때 통증이 더 심하다. 이 때문에 문 손잡이를 돌리거나 병마개를 딸 때, 한 손으로 다소 무거운 프라이팬이나 병을 들 때 특히 심해진다.
때때로 손목이 붓거나 소리가 나기도 하고 팔에 힘이 빠지는 증상도 나타난다.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것은 손목을 바깥쪽으로 틀거나 세게 돌릴 때 통증을 느끼거나 손으로 눌렀을 때 통증이 생기면 이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부분 마취와 빠른 수술로 당일 퇴원
초소형 미세관절내시경(왼쪽)과 일반 관절내시경.
통상 엑스레이 검사만으론 정확한 진단이 어려워 증상 초기에 단순 손목 염좌로 여기고 찜질이나 물리치료를 받다 증상이 악화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엑스레이상 뼈의 변화나 관절의 불균형이 나타날 땐 정밀검사가 필요하며, 적절한 치료 없이 오래 방치할 경우 손목관절염으로 진행돼 평생 고생한다.
손목 디스크 손상은 2개월 정도의 보존적 치료 후에도 통증이 지속되거나, 그 이전이라도 명확하게 관절의 변화가 있다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과거엔 절개 수술을 시행했지만, 초소형 미세관절내시경이 개발되면서 대개는 이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퇴행적으로 변형된 부위를 제거하거나 파열된 부위를 봉합하는 수술을 한다.
수술 시간이 20분 정도로 매우 짧고 수술 부위도 작아 출혈이나 감염 위험이 적다. 수술 후에 통증이 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전신 마취가 아닌 팔에만 부분 마취하기 때문에 수술 당일 퇴원이 가능하다.
관절내시경은 무릎, 어깨 등 구조가 큰 관절의 수술에 오래전부터 많이 이용돼왔다. 하지만 손목, 발목, 팔꿈치 등엔 최근까지도 물리치료나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주로 시행했다. 작은 관절은 미세한 구조로 이뤄져 무릎이나 어깨에 사용하는 관절내시경으론 수술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엔 의료기술 발달로 초소형화한 미세관절내시경을 활용해 수술이 이루어진다. 미세관절내시경은 직경 1.5~2.5mm의 초소형으로 무릎이나 어깨에 사용하는 관절내시경의 3분의 1 크기이고, 관절경의 길이도 반 정도 짧다. 손목, 발목, 팔꿈치 관절이 있는 작고 좁은 공간엔 연골, 인대 등이 모여 있어 관절경의 지름이 길면 수술 시 주변 조직을 손상할 수 있고, 작은 공간에서 수술을 시행해야 하므로 정교한 조작을 위해선 길이도 짧아야 한다.
다만 미세관절내시경 장비를 갖춘 병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환자는 치료 방법을 알더라도 수술할 병원을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숙련된 전문의 사전 확인해야
손목, 발목, 팔꿈치 같은 작은 관절의 연골 부위에 발생한 미세한 손상은 관절 질환 검사에 주로 사용되는 MRI 검사에서도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미세관절내시경은 진단과 치료가 동시에 가능하기 때문에 해당 관절의 질환이 의심되면 처음부터 미세관절내시경을 갖춘 병원을 찾아 진료받는 것이 진단과 치료에 일관성이 있어 효과적이다.
미세관절내시경 수술은 전문의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시행하므로 손상된 부위를 발견한 즉시 환자의 관절 상태와 나이, 활동 정도를 고려해 적절한 치료법을 찾는다. 이 때문에 시술자의 숙련도도 수술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숙련된 전문의에게 수술받는 것은 수술 결과만이 아니라 빠른 일상 복귀를 위해서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