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호

파라마운트 무비 테마파크 안산에 안착하나

글로벌 테마파크 유치 경쟁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입력2014-04-23 14: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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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숭 안산시장 예비후보 “신성장동력으로 유치”
    • 아시아 라이선스 독점 보유 美 EGE사와 상호 협력
    • 20만 평 규모, 총투자비 2조 원의 대형 프로젝트
    • 인천, 제주, 대전 무산… 8년째 국내 조성 시도
    • ‘제2의 화성 유니버설스튜디오’ 될까 의구심도
    파라마운트 무비 테마파크 안산에 안착하나

    스페인 무르시아에서 내년 말 문을 열 예정인 ‘파라마운트 파크 무르시아’의 콘셉트 이미지.(파라마운트사 제공)

    “지금 안산에 필요한 건? 터닝 포인트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그간 지역경제 버팀목이 돼온 반월·시화공단으로 대별되는 제조업 중심의 혁신과 재생사업만으론 담보하기 어렵다. 공단도시로선 성장이 정체될 수밖에 없다. 이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도시가 발전할 계기가 절실하다. 내가 꼽는 그 원동력은 문화산업이다. 기존 공단을 구조 고도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6·4 지방선거에 새누리당 안산시장 예비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허숭 (사)비전안산 이사장이 파라마운트 무비 테마파크(Paramount Movie Theme Park)의 안산 유치를 대표공약으로 내걸면서 수도권 지역이 또 한 번 할리우드 테마파크 유치 이슈로 후끈 달아올랐다.

    2월 4일 기자회견을 통해 일찌감치 시장 출마를 선언한 허 이사장은 같은 달 11일 ‘문화관광산업이 핵심 성장동력!’이라는 주제로 연 비전안산 제42차 공개 포럼에서 아시아 최초 파라마운트 무비 테마파크의 안산 유치 추진을 공식화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선 미국 EGE(East Gate Entertainment, LLC)사의 토머스 최 이사가 주제발표자로 나서 “한국은 글로벌 테마파크 조성에 최고 입지를 지녔고, 그중 안산시가 가장 적합하다”며 허 이사장의 공언을 뒷받침해 유치 움직임이 한층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도시재생의 터닝 포인트

    주지하듯, 100년 역사를 지닌 미국 파라마운트사는 ‘십계’ ‘대부’ ‘타이타닉’ ‘포레스트 검프’ ‘미션 임파서블’ ‘아이언맨’ 등 수많은 명작과 특색 있는 히트작을 만들어낸 세계 6대 메이저 영화사. EGE사는 이 파라마운트사의 영화 콘텐츠를 활용한 테마파크와 리조트를 아시아 지역에서 개발할 수 있는 권리를 독점적으로 보유한 회사다.



    서울대 조선공학과 출신인 허 이사장은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1996년 그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해 한나라당 중앙청년위원회 부위원장, 경기도 대변인, 경기도시공사 상임감사 등을 역임했다.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선거 땐 한나라당 후보로 안산 단원갑 지역구에서 출마했지만 천정배 전 의원(민주당)과 맞대결을 펼쳐 고배를 마신 바 있다.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에선 한나라당 안산시장 후보로 출마했으나, 김철민 현 시장(민주당)과의 경쟁에서 낙선한 후 같은 해 11월 비전안산을 설립해 이끌어왔다. 안산의 미래 비전을 만드는 시민네트워크를 표방한 비전안산은 다양한 주제의 포럼과 토론회 등을 연다.

    그런 허 이사장은 왜 파라마운트 무비 테마파크에 눈 돌린 걸까.

    “안산은 서해안에 인접한 공업도시면서 매립에 따른 유휴지와 젊은 인구가 많다. 또 특별시와 광역시를 제외하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인구 대비 7대 도시로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곳이다. 수도권이고, 교통 인프라가 잘 구축된 점도 문화산업 성장에 좋은 조건이다. 그래서 문화산업으로서 집적효과가 막대한 글로벌 테마파크 유치에 착안케 됐다.”

    그는 “산업단지 노후화에 대응하고 매년 하락하는 지역내총생산(GRDP)을 높이려면 신성장동력 마련이 필수적”이라며 “기존 굴뚝산업에 문화산업이 가미된다면 안산의 미래가 획기적으로 바뀌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사실 계획도시 안산의 현재는 암울해 보인다. 안산은 1976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울의 공해유발 공장을 집단 이주시키려 만든 중소기업 국가산업단지다. 한국이 고도 경제성장을 하던 1980년대만 해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크지 않아 안산의 재정자립도는 70~ 80%에 이를 만큼 풍족했다.

    하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부도율이 치솟고 값싼 노동력을 찾는 기업들의 해외이주, 수도권 규제강화 등으로 15인 미만 영세 기업만 밀집한 도시로 전락했다. 이로 인해 지역경제에 치명타를 맞아 포항, 울산 같은 다른 공단도시처럼 1인당 GRDP가 3만~4만 달러 이상이 아니라 2만 달러 선에서 더 올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욱이 영세 기업들이 값싼 노동력을 확보하려 이주노동자를 앞다퉈 고용하다보니 외국인 범죄 증가 등 다양한 문제까지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문제 도시’의 대명사쯤으로 변모했다.

    따라서 공단에만 의존해온 낙후된 이미지를 떨치고 전혀 다른 차원의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안산에 가장 적합한 산업이 창조경제 범주에 속하는 소프트 산업이자 문화관광서비스 산업이며, 그 대안이 바로 파라마운트 무비 테마파크 유치라는 게 허 이사장의 주장이다.

    파라마운트 무비 테마파크 안산에 안착하나

    2월 11일 허숭 (사)비전안산 이사장(사진 오른쪽)이 ‘문화관광산업이 핵심 성장동력!’이란 주제로 연 비전안산 제42차 공개 포럼.

    연평균 관광객 1000만 명 예상

    파라마운트 무비 테마파크는 기존 할리우드 영화사의 테마파크들과 달리 4D 영화체험관, 파라마운트사 영화를 테마로 한 놀이시설, 워터파크, 5성급 호텔, 식음료 및 쇼핑센터 등 복합레저시설 외에도 영화 관련 인력을 육성할 영화특성화학교, 촬영스튜디오 등 국내 1000만 영화 관객 시대에 걸맞은 영화산업 인프라까지 두루 갖춘 형태. 이를 통해 지역경제와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안산이 전통산업도시에서 문화산업도시로 진화하는 패러다임을 지향한다.

    비전안산 분석에 따르면, 파라마운트 무비 테마파크의 안산 유치가 성사될 경우 연평균 10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수도권을 비롯해 강원권, 충청권 등 6개 권역으로까지 찾아들어 연간 약 4조1550억 원의 생산유발, 3만9230여 명의 고용유발, 8782억 원의 임금유발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파라마운트 무비 테마파크 조성사업은 총투자비가 1조9579억 원으로 추산되는 대규모 프로젝트. 파라마운트사와 EGE사는 이 중 50%가량을 외자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아시아 최초로 한국 진출 시도

    EGE사가 무비 테마파크 조성의 최적지로 안산을 꼽는 이유는 한류 영향으로 세계시장에서 한국의 문화경쟁력이 점점 커져가는 시의성, 인천국제공항과 30분 거리의 수도권에 자리한 우수한 입지조건을 갖춰 국내는 물론 중국, 대만, 동남아 등지 관광객을 손쉽게 유치할 수 있는 지리적 접근성이 뛰어나서다.

    실제 안산은 영동고속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교차하는 서해안 교통중심지다. 김포공항, 평택항에서도 접근성이 좋다. 또한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관광통계 자료에 의하면, 안산은 경기도 내에서 당해연도 외래 관광객 방문이 많은 지역 7위다. 외래 관광객 방문 수 상위를 기록한 에버랜드, 수원화성, 휴전선, 한국민속촌, 서울랜드 등이 시설 중심의 관광지인 데 비해 안산은 대부도의 자연관광자원 등 볼거리를 제공하는 도시관광자원이 공존하는 것도 강점이다.

    비행기로 2시간 이내 거리에 13억 명의 인구가 잠재한 중국과 인접한 한국에 아직껏 글로벌 테마파크가 하나도 진출하지 않은 점도 투자를 유발하는 요인이다. 현재 아시아 지역엔 파라마운트사의 무비 테마파크가 없다. 반면 디즈니사는 일본 도쿄와 중국 상하이(내년 말 오픈)·홍콩에, 유니버설 스튜디오사는 일본 오사카와 싱가포르에 테마파크를 이미 건립해 운영 중이다.(그림 참조)

    유럽의 경우 첫 파라마운트 무비 테마파크인 ‘파라마운트 파크 무르시아’가 내년 말 개장을 목표로 스페인 남부 도시 무르시아에서 건립 중이다. ‘대부’ ‘그리스’ ‘미션 임파서블’ ‘랭고’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 ‘슬리피 할로우’ ‘스타 트렉’ 등 파라마운트사 영화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5개 테마 존으로 구성된 리조트 형태로 호텔과 콘도, 카지노, 쇼핑몰, 컨벤션센터, 전시관, 공연장 등을 갖춘 종합레저단지가 들어선다.

    두 번째는 영국 켄트 시. 안산의 경우와 비슷한 단계로 현재 ‘파라마운트 무비파크’ 유치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EGE사가 안산을 무비 테마파크 조성의 최적지로 점찍은 까닭은 시화호변의 노른자위 땅 때문이다. 무비 테마파크 기본시설 조성에 필요한 예상 개발면적은 60만5000㎡(약 20만 평). 그런데 안산시 상록구 사동 89, 90블록엔 경기국제항공전을 개최한 시유지 20여 만 평이 있다.

    EGE사 관계자는 “글로벌 테마파크 조성의 관건은 활용 가능한 적합한 부지의 확보에 있는데, 안산은 넓은 시유지를 보유해 사업에 조기 착수할 수 있는 큰 장점을 지녔다”며 “이런 안성맞춤의 시유지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후 비전안산 포럼에 참석해 안산시민의 유치 의향을 타진하는 자리를 갖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요약하면, 수도권 지역에서 파라마운트 무비 테마파크 조성에 적합한 부지를 물색해온 EGE사의 이해관계와 문화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허 이사장의 구상이 제대로 맞아떨어진 셈이다.

    허 이사장은 “파라마운트 무비 테마파크는 안산이 수도권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도시가 되려면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기도 하지만, EGE사가 눈여겨보는 해당 부지가 시유지라 시민 의견 수렴과 시장의 실행 의지만 집중되면 언제든지 무비 테마파크 유치가 가능하다는 점에 대해 파라마운트사 측에서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파라마운트 무비 테마파크 안산에 안착하나

    EGE사가 파라마운트 무비 테마파크 유치 최적지로 고려 중인 안산시 상록구 사동 89, 90블록 현장.

    스페인에선 내년 말 개장

    그러나 일각에선 경기도 내 다른 할리우드 테마파크인 ‘유니버설스튜디오 코리아 리조트(USKR)’ 조성사업이 추진 8년째임에도 제자리걸음인 점을 들어 파라마운트 무비 테마파크의 안산 유치 가능성에 의구심을 표하기도 한다.

    안산에서 불과 1km밖에 떨어지지 않은 화성시의 USKR는 롯데자산개발과 포스코건설, 한국투자증권 등 9개사가 주관사로 참여한 USKR 프로젝트 금융투자회사(PFV)가 사업시행자로서 2007년부터 추진해온 사업. 화성시 신외동 송산그린시티 내 420만109㎡(약 127만2700평)의 국제테마파크 부지에 미국 유니버설스튜디오를 본뜬 글로벌 테마파크를 2018년까지 조성하는 프로젝트로, 전체 사업비가 5조157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일본 오사카와 싱가포르의 유니버설스튜디오보다도 큰 아시아 최대 규모.

    경기도는 USKR 조성으로 직접고용 1만1000명 등 15만 명의 고용유발과 연간 1500만 명 이상의 국내외 관광객 유치 등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한다.

    하지만 USKR PFV가 경기침체 장기화를 이유로 토지 소유주인 한국수자원공사에 전체 사업부지 중 155만3700㎡(약 47만800평)만 우선 매입해 개발하고 나머지는 자금 사정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양자 간에 땅값을 둘러싼 밀고 당기기가 벌어져 사업 실행이 불투명한 상태.

    목표대로 2018년에 USKR을 개장하려면 내년에 당장 착공해야 한다. 하지만 수자원공사가 내년 초까지 사업전략 개선을 명목으로 한 용역을 발주함으로써 내년 착공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 더욱이 수자원공사는 한때 USKR PFV가 아닌 다른 국제테마파크 사업자를 물색했음에도 마땅한 사업자를 찾지 못했다.

    파라마운트 무비 테마파크의 국내 유치 자체도 겉돈 적이 적지 않다. 대표적 사례가 인천광역시 경우다. 당초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911번지 일대 49만9575㎡(약 15만평)엔 대우송도개발(주)의 전신인 대우자동차판매(주)가 2008년 11월부터 총사업비 1조5000억 원을 투입해 도심 체류형 테마파크인 ‘파라마운트 무비파크 코리아’를 2011년 말 완공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010년 4월 대우자동차판매가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들어가 사업 자체가 불명확해지자 EGE사는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손을 뗐다. 이후 사업자가 대우송도개발로 바뀌는 등 우여곡절 끝에 사업기간이 올해 12월까지로 3년 연장됐지만, 아무런 진척이 없다.

    토지 문제로 번번이 무산

    파라마운트 무비 테마파크 안산에 안착하나
    사정이 이렇게 되자 3월 초 인천시는 해당 부지 내 기존 테마파크 계획에 이른바 ‘휴(休: 놀고), 미(美: 예뻐지고), 락(樂: 즐거운) 프로젝트’를 기조로 과학 및 의학산업을 결합한 대형 사업을 구상 중이라 밝히기도 했다. 이를 위해 인천시는 황우석 박사와 바이오센터 운영과 관련한 비공개 회동도 가졌다. 황 박사는 2005년 논문조작사건과 관련해 2월 27일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바 있다.

    파라마운트 무비 테마파크를 한국에 조성하려는 EGE사의 시도는 인천에만 국한한 게 아니다. EGE사는 인천에서의 사업계획이 무산되자 한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 중문 인근과 1993년 대전엑스포 개최 이후 애물단지가 된 대전엑스포과학공원도 조성 후보지로 검토했다. 하지만 부지 확보와 세부 조건에 대한 협의 결과가 여의치 않아 결국 실행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이처럼 글로벌 테마파크 조성은 녹록지 않은 사안이다. 그동안 국내에 글로벌 테마파크를 유치하려던 투자계획은 번번이 차질을 빚었다. 그 원인은 대부분 토지 문제다. 사업 인허가에서부터 부지 매입 부분까지 갖가지 장애물이 많았고, 계약서에 사인을 했더라도 토지 관련 부분이 해결되지 않아 유치에 실패한 것.

    실제로 미국 MGM사는 2006년 부산광역시와 함께 기장군 동부산관광단지에 MGM 테마파크를 조성한다고 발표했지만, 토지 가격을 놓고 갈등을 빚다 무산시킨 바 있다. MSC코리아도 MGM사와 제주도 라이선스를 체결하고 2008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합작법인 설립에 나섰지만 흐지부지된 상태다.

    오사카와 올랜도의 성공

    그렇기에 이번 파라마운트 무비 테마파크의 안산 유치 추진엔 더욱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6·4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이슈가 부각돼 선거용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있다. 사업성에 대한 치밀한 검토 없인 또다시 물거품이 될 가능성 또한 없지 않다.

    하지만 관광 분야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육광심 한국호텔관광교육재단 이사장의 분석이다.

    “그동안 다른 지자체들이 토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던 것과 달리, 안산은 테마파크 유치가 가능한 면적의 시유지를 이미 소유했다는 게 차별화된 특장점이다. 파라마운트 무비 테마파크와 유사한 형태의 테마파크인 일본 오사카의 유니버설스튜디오 재팬은 개장 첫해인 2001년에 흑자전환을 달성해 침체 분위기였던 오사카시가 집객(集客)도시로 변모하는 계기가 됐다. 미국 올랜도의 월트디즈니월드리조트도 오렌지 생산지로 관광수입이 전무했던 올랜도를 세계적인 테마파크 도시로 만들었다. 이 같은 해외 성공 사례를 볼 때 처음부터 모든 게 갖춰진 상태가 아니더라도 무비 테마파크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

    육 이사장은 “국내에서 볼 수 없던 대규모 무비 테마파크는 그 자체만으로도 관광 동기를 유발한다”며 “안산이라는 공간 인프라와 영화라는 문화 콘텐츠의 융합은 안산에 관광산업 활성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시아 최초의 파라마운트 무비 테마파크는 과연 안산에 안착할까. 과거에 비해 훨씬 나아진 제반 여건이 유치 시도를 성공으로 이끌지, 기존 실패를 답습할지는 찬찬히 두고 볼 일이다.

    Interview·美 EGE사 토머스 최 이사

    “현 단계로선 안산이 유치 최적지”


    파라마운트 무비 테마파크 안산에 안착하나
    파라마운트 무비 테마파크의 아시아 라이선스를 8년째 보유한 미국 EGE사는 해마다 파라마운트사와 계약을 갱신한다. 그만큼 아시아 지역에 대한 무비 테마파크 조성 의지가 강하다. EGE사는 그동안 파라마운트 무비 테마파크의 한국 진출을 목표로 수도권 일대 부지 확보를 위한 사전 검토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EGE사의 토머스 최(사진) 이사를 4월 2일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한국적 현실에서 아직은 무비 테마파크가 생소한데.

    “한국에도 에버랜드, 롯데월드 같은 테마파크가 있다. 하지만 수시로 가서 살펴봐도 리뉴얼한다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 퍼레이드 같은 프로그램도 어슷비슷하다. 그건 테마가 확실하지 않아서다. 하지만 무비 테마파크는 영화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하드웨어는 그대로 둬도 소프트웨어를 수시로 바꿀 수 있다. 예컨대 ‘미션 임파서블’을 테마로 하다가도 다른 영화 콘텐츠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2~3년에 한 번씩 새로운 블록버스터가 나오면 컴퓨터처럼 하드웨어는 그대로 두고 소프트웨어만 새로 깔아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그래서 무비 테마파크를 테마파크의 꽃이라고 한다. 남녀노소에 각기 적합한 콘텐츠를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는 게 무비 테마파크다.”

    -아시아 최초 유치 대상국이 왜 하필 한국인가.

    “현재 글로벌 테마파크가 집중된 곳은 미국 플로리다 주 LA, 프랑스, 극동아시아 3곳이다. 그런데 무비 테마파크는 일단 기본 사이즈란 게 있고 많은 유동인구를 확보해야 하기에 인구와 자본이 중앙집중화된 국가인 한국과 일본이 적합하다. 하지만 이미 일본엔 글로벌 테마파크가 2개 있다. 남은 건 결국 유일하게 글로벌 테마파크가 들어서지 않은 한국뿐이다. 파라마운트사와 EGE사가 한국시장에 특히 매력을 느끼고 주목하는 이유다.”

    -인천과 제주, 대전에선 유치가 성사되지 못했다.

    “무비 테마파크는 본디 굉장히 큰 프로젝트다. 기본시설에 투입되는 비용이 많은 만큼 부지 확보에 큰돈이 들어가면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다. 따라서 땅값 자체에 돈이 많이 들면 안 된다는 일종의 룰이 있다. 좋은 위치의 넓은 땅이 장기임대, 출자전환, 무상임대 형태로 제공되고 그다음에 모든 총알이 시설 마련에 투입돼야 한다. 그런데 무비 테마파크는 해당 지역경제에 대한 파급효과와 연관산업 파생효과가 워낙 크다보니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특혜 시비가 일거나 유치되니 안 되니 말이 많다. 그래서 원래 유치 성공 확률이 높지 않다. 가령 10군데에서 동시에 추진한다면 그중 한두 곳만 성사돼도 잘된 거다. 스페인 무르시아의 경우도 프로젝트를 진행한 지 4년쯤 됐다. 처음엔 그곳에서도 말이 많았다. 개장하네 마네 하다 지난해 5월 사업에 대한 최종 인허가가 났다.”

    -안산을 유치 최적지로 보는 이유는.

    “안산을 긍정적으로 보는 까닭은 수도권인 데다, 서울 기준으로 볼 때 북쪽이 아니라 남쪽이어서 개발 및 지리적 접근성 면에서 좋다는 점, 토지가 산지나 구릉이 아닌 평지여서 개발비를 덜 수 있다는 점, 토지 사이즈가 타이트(tight)하지 않고 적당히 넓다는 점, 프리(free)한 땅인 시유지가 있다는 점 때문이다. 굳이 안산이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그런 조건을 모두 충족한 곳은 안산이 유일하다. 무엇보다 토지 소유 주체가 지자체여서 사업 착수에 용이하다는 게 강점이다.”

    -안산 외에 물색한 곳은 어땠나.

    “눈여겨본 곳이 많다. 인천을 맨 처음 염두에 뒀다. 하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이후 다른 여러 곳을 찾아봤다. 동두천시와 양주시까지 고려했다. 휴전선 인근으로 갈 용의도 있었다. 구리시와 남양주시도 나쁘진 않았는데 마음에 드는 부지에 사유지가 너무 많아 적합지 않았다. 사실상 전국을 다 훑었다고 보면 된다. 현 단계로선 안산이 최적지라고 본다. EGE사로선 적합한 땅이 있는지가 최우선 고려 대상이다. 우린 사업가다. 그 때문에 어떤 선거가 있든, 어느 후보자가 나서든 그런 건 중요치 않다.”

    -총투자비가 2조 원에 육박하는데 자금 조달 방안은.

    “스페인 무르시아의 경우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해 추진함으로써 100% 외자 유치가 가능했다. 할리우드 테마파크 건립은 5년에 한 번쯤 이뤄지기에 언제나 글로벌한 이슈다. 따라서 언제든지 돈을 투자할 글로벌한 기관들이 대기 중이라 자금 부분은 걱정하지 않는다.”

    앞으로의 계획은.

    “USKR은 규모가 워낙 크고 부지 매각 협상이나 개발계획 수립에 걸림돌이 많아 사업 추진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본다. 따라서 EGE사는 파라마운트 무비 테마파크를 한국 최초의 글로벌 테마파크로 선점하는 데 매진할 것이다. 6·4 지방선거 뒤 안산시와 본격적으로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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