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지사 선거는 야권 후보가 확정되지 않아 안개 속이다. 다만 원희룡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큰 격차로 앞서 있어 현재까지는 야권 후보로 누가 나서더라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이 많다.
그런데 이번 6·4선거에선 이들 3인의 거취가 사뭇 달라 눈길을 끈다. 현역인 우근민 지사는 수성을 위해 새누리당에 입당했으나 원희룡이라는 ‘태풍’을 만나 결국 좌초했다. 신구범 전 지사는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으나 녹록지 않다. 일찌감치 뜻을 접은 김태환 전 지사는 원희룡 후보를 지원한다.
‘제주판 3김’ 퇴조 분위기가 뚜렷한 가운데 원희룡 새누리당 후보를 제외하곤 대항마가 결정되지 않아 제주도지사 선거 판세는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원희룡 후보가 출마를 선언한 직후인 3월 19일 KBS제주와 도내 인터넷언론 5사의 여론조사 결과 원희룡 48.5 %, 새정치민주연합 김우남 10.6%, 무소속 우근민 9.1%였다. YTN이 4월 3~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원희룡 후보가 야당 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 모두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 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 고희범 후보와 맞대결할 경우 56.5%대 29.0%로 앞섰다. 김우남 의원과의 맞대결에서는 52.3%대 32.9%로 역시 우세했다. 신구범 예비후보와의 대결에서도 58.7%대 24.1%로 강세를 보였다.
전현직 3선 의원의 등장
올해 초 새누리당에서 ‘중진 차출론’이 제기됐을 때까지도 원희룡 전 의원은 ‘불출마’를 고수했다. 그런데 원 전 의원이 ‘100% 여론조사 경선 룰’ 카드를 제시하며 공식출마를 선언한 이후 ‘태풍의 핵’으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에 입당한 우 지사는 경선불출마를 선언했다. 결국 원 전 의원은 김경택 전 제주도정무부지사, 김방훈 전 제주시장과의 경선을 통해 제주지사 후보로 확정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이 탄생하기 전인 민주당 시절 제주지사 후보는 고희범 전 도당위원장과 김우남 의원이었다. 이후 야권은 안철수 의원의 신당과 합당하면서 새로운 식구를 맞게 됐다. 신구범 전 지사가 합류한 것. 새정치민주연합은 컷오프를 실시해 고희범, 김우남, 신구범 세 사람을 경선후보로 확정했다.
그런데 김우남 의원이 경선 룰에 이의를 제기하며 제동을 걸었다. ‘출마하지 않기 위한 수순 밟기’라는 여론이 급속도로 형성됐다. 앞서 김 의원의 행보에 제주 정가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굳이 3선의 국회의원 배지를 버리고 원희룡이라는 강적이 나선 선거판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관측이었다. 출마 가능성에 무게를 둔 김 의원의 행보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관선 두 차례, 민선 두 차례 지사를 역임한 우 지사는 무소속이나 야당으로 출마하기보다는 여론 지지도가 높은 여당 후보로 출마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 새누리당을 노크했다. 새누리당도 우 지사의 경쟁력을 고려해 받아들였다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그리고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적어도 원희룡 후보가 나서기 전까지는.
원 전 의원의 출마가 가시화할 때 우 지사는 전격 출마를 선언했다. 새누리당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출마 선언이었다. 경선 불참을 선언한 뒤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거나 아니면 뜻을 접을 것이라는 설이 난무했다. 그렇게 우 지사는 신중 모드를 넘어 장고에 돌입했다. 결국 4월 15일 우 지사는 불출마를 선언했다.
신구범 전 지사는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으나 김우남 의원의 지지도와 큰 격차를 보이면서 예선 관문을 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경선 결과를 통해 선거판에서 용퇴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우 지사, 김태환 전 지사와 함께 제주도정을 책임졌던 일은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지사 선거는 다양한 변수로 요동치지만 지역 여론은 냉정한 편이다. 여야 대결구도가 아직 짜이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격차로 당선될지가 관심을 끌 정도로 우열이 가려진 상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듯 원희룡 후보가 크게 앞서는 가운데 상대 후보가 결정되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