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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초짜 유령의사의 ‘마루타’였다”(2년차 월급의사)

강남 성형공화국의 불편한 진실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환자는 초짜 유령의사의 ‘마루타’였다”(2년차 월급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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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과정에서 만난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하나같이 정양의 수술과정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면마취 상태가 수술이 끝날 때까지 지속되도록 프로포폴을 다량 투여한 점, 수술 도중 집도의가 다른 환자를 상담하려고 자리를 비운 점, 산소포화도가 정상으로 돌아온 즉시 환자를 종합병원으로 보내지 않은 점, 의식이 없는 환자를 전신마취한 점은 같은 의료인으로서 납득하기 힘든 비상식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30년차 성형외과 전문의인 홍종욱 세민성형외과 원장은 “여고생이 끝내 의식을 찾지 못한 걸 보면 마취 사고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프로포폴은 성형외과에서 “마취도 잘되고 깨어날 때의 느낌도 개운한 수면마취제”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를 오·남용하면 수면 도중 무호흡 상태에 빠지기 쉬워 눈 수술을 할 경우 5분 내외로 재울 양을 투여하는 게 일반적이다.

“중국에서도 프로포폴 유행”

프로포폴은 불투명한 흰색을 띠어 이른바 ‘우유주사’로 불린다. 단기간에 수차례 과량(過量)을 맞으면 의존성이 강해져 계속 맞고 싶고, 잠을 못 이루고, 우울증에 빠져 자살 충동을 느끼는 등 여러 부작용을 낳는다. 정부 당국은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사인(死因)이 프로포폴 과다 투여로 판명난 후 2011년 2월 프로포폴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하고 의료행위 외에 쓸 수 없게 특별관리한다. 이전부터 프로포폴의 탁월한 수면 효과를 이용해 평소 스트레스가 많고 잠이 부족한 연예인과 유흥업소 종사자를 상대로 ‘프로포폴 장사’를 해왔던 일부 성형외과는 검찰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하지만 지금도 프로포폴이 고액에 거래된다는 풍문이 심심찮게 들린다. 한 성형외과 원장은 “프로포폴 한 병당 공급 가격은 1만 원 내외”라며 “마약류가 되기 전에는 그게 20만~50만 원에 거래됐는데 지금은 걸리면 큰일 나니까 부르는 게 값이라더라”고 전했다.



마약류의 특성상 프로포폴도 한번 중독되면 끊기가 쉽지 않고 후유증도 심하다. 프로포폴 불법 투약 경험이 있는 L씨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는 “예전에 내가 다니던 성형외과에서 영양제처럼 생각하고 프로포폴을 맞는 연예인을 여럿 봤다”며 “스타 C씨는 자살하기 전날 밤에도 그곳에서 프로포폴을 맞고 있었고, 자살한 스타 P씨도 그 성형외과의 단골고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프로포폴에 빠져 극심한 불면증과 우울증을 겪었고 시도 때도 없이 자살 충동을 느꼈다. 한번은 집에서 멍하니 앉아 있다가 수면제뿐 아니라 보이는 약을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입에 털어 넣었다가 병원에 실려 간 적도 있다.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고백했다.

강남의 C성형외과는 처음 몇 번은 프로포폴 주사를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한 대씩 놔주다가 ‘중독’ 수준이 되면 구입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프로포폴 장사’를 했다. 미용성형을 하는 피부과와 산부인과 중에도 프로포폴을 팔아 재미를 본 곳이 많다. 프로포폴 장사를 하던 성형외과 의사들이 최근 중국 시장으로 눈을 돌려 “프로포폴이 중국에서 유행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 중국 소식통의 전언은 이렇다.

“중국에서 한국이 성형수술을 가장 잘한다고 소문나 성형외과 의사들이 중국 출장을 많이 간다. 병원에 한국인 성형외과 의사를 둬야 장사가 될 정도다. 국내 성형 시장이 최근 의료사고로 위축되다보니 대놓고 돈벌이를 하러 간 한국 의사들이 프로포폴을 유행시킨 측면이 있다.”

그는 “중국에서는 프로포폴을 많이 맞아도 불법이 아니라서 지금은 괜찮지만 나중에 문제가 생겨 한류(韓流) 이미지까지 나빠질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마취의 힘

프로포폴의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다른 수면마취제를 쓰는 성형외과가 늘고 있다. 홍 원장은 10년 전부터 프로포폴 대신 미다졸람이라는 수면제를 사용해왔다. 여기엔 나름의 사연이 있다.

“아주 오래전에 프로포폴을 수면마취제로 썼는데 환자가 갑자기 숨을 안 쉬어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바로 깨우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지 아찔하다. 그때부터 내가 직접 수면마취를 시킬 땐 미다졸람을 쓴다. 양을 조금 쓰니까 환자가 금방 깨고, 세 번 연속으로 투여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

국내 성형외과에서 수면마취제를 쓰기 시작한 건 10여 년 전. 국소마취제를 수술 부위에 주입할 때 환자가 통증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려고 사용한 것이 수면마취제다. 코나 눈을 수술할 때는 환자를 5~10분 재울 양을 투여하는데, 수면마취를 안 해도 무방하다는 게 전문의 소견이다. 홍 원장은 “환자가 깨어났을 때 불편함을 느끼면 투여량을 절반씩 줄이며 세 차례까지 수면마취를 더 시도하기도 하지만 연속으로 30분 이상은 재우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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