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호

생활 밀착형 사물인터넷이 뜬다!

  • 임양수·성민현 | kt경제경영연구소

    입력2014-04-22 09: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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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전자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사물인터넷’이다. 사물인터넷이란 정보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주위 모든 사물을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해 사람과 사물 간의 정보를 교류하고 상호 소통하는 지능형 인프라 및 서비스 기술을 말한다. 삼성전자가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공개한 ‘스마트홈’을 통해 사물인터넷의 구현이 머지않았음을 알 수 있다. 스마트TV, 스마트폰뿐 아니라 생활가전, 카메라, 조명 등이 통합 플랫폼으로 연결돼 통합된 하나의 앱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것. KT경제경영연구소는 3월 ‘소비자 관점의 사물인터넷’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 사물인터넷 시장이 확대돼야 한다고 전망했다.
    생활 밀착형 사물인터넷이 뜬다!

    올해 개최된 세계 전자제품박람회 CES와 MWC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칫솔, 의류, 양말 등 사물인터넷이 적용된 생활 밀착형 제품 부스였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이하 IoT)은 현 ICT 업계의 가장 큰 화두다.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의 수는 2020년 약 500억 개에 달할 것이며, 향후 10년간 총 19조 달러의 경제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신성장 동력으로서의 사물인터넷에 대한 기대가 높다.

    이에 국내에서도 다양한 사업자가 IoT 시장에 진입하고 있으나, 현재의 민간 구축형(B2B) 중심 시장 구조에서 큰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사업자는 제한적이다. 향후 IoT 시장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IoT에 대한 관점 전환과 전략 변화가 필요하며 그 중심에 일반 소비자(B2C) 시장이 있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B2C 시장 선점을 위해선, 구체적이고 일상에 필요한 ‘소비자 관점의 제품 중심’ 전략이 요구된다.

    정부 사물인터넷 육성 기본계획 발표

    정부는 2013년 발표한 ‘인터넷 신산업 육성 방안’에서 사물인터넷을 창조경제의 핵심 엔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4월 현 정부의 ICT 발전 전략을 결정하는 정보통신전략위원회의 첫 번째 안건으로 사물인터넷 육성 기본계획이 발표됐다. 사물인터넷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물인터넷 육성 기본계획에는 지금까지 추진해온 정책을 바탕으로 2020년 국내 30조원 시장 규모 달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 중소·중견 기업 육성, 규제 완화 등 세부적인 실행 계획이 담겼다. 이처럼 2009년 이후 주요 정책 과제로 이슈화한 사물인터넷에 대한 정부의 투자 규모와 관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생활 밀착형 사물인터넷이 뜬다!
    총 19조 달러의 가치

    사물인터넷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빠르게 확산된다. 미국 네트워크 통신회사 시스코는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의 수는 이미 2008년부터 세계 인구수를 초과했고, 2020년엔 최다 500억 개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직도 전 세계 단말의 99.4%가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상태로, 향후 연결 가능한 단말의 수요는 무궁무진하며, 이 같은 사물인터넷이 향후 10년간 창출할 경제 가치는 총 19조 달러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돈으로 2경200여 조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이 거대한 사물인터넷 시장에 다양한 영역의 사업자가 뛰어든다. 사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제조사, 통신사, IT 솔루션, 인터넷 업체를 비롯해 자동차, 유통, 의료 등 향후 사물인터넷이 활발하게 적용될 것으로 전망되는 산업군의 사업자까지 유형은 다양하다. 아직 표준화나 독보적인 운용체계(OS)가 미비한 상황에서 이들은 각자 독자적인 솔루션과 플랫폼을 개발하며 초기 사물인터넷 시장의 주도권을 잡는 데 주력한다.

    스타트업들도 빼놓을 수 없다. 각종 앱과 인터넷 서비스로 모바일 시장의 개화를 주도한 바 있는 스타트업들은 사물인터넷 시장에서도 각종 아이디어를 접목한 창의적인 하드웨어를 만들어낸다. 향후 5년간 사물인터넷 솔루션의 절반은 이 들 스타트업에서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생활 밀착형 사물인터넷이 뜬다!


    국내 IoT시장은 구축형 사업 중심

    지금까지 국내 사물인터넷 시장은 정부 주도의 공공부문과 u-시티, 대형 시설 관제 등 구축형 B2B 사업 중심으로 형성돼왔다. 먼저 정부는 2009년 사물인터넷 기본계획 수립 이후 각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별로 시범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환경부, 서울시, 법무부, 보건복지부 등이 주도한 구축형 공공 프로젝트에 제조사와 통신사, IT솔루션 업체 등이 컨소시엄을 이뤄 사업을 진행하는 형태였다.

    B2B 시장은 빌딩, 공장, 아파트 등 대규모 시설에 대한 원격 관제, 에너지 관리(EMS), 공정 효율화 등의 솔루션 중심으로 전개된다. 대표적인 B2B 서비스인 빌딩 에너지 관리 시스템(BEMS)의 경우 IBM, 시스코 등 다국적 기업이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국내 대형 SI업체들도 계열사에 솔루션을 적용하며 시장을 견인한다.

    국내 통신사들도 공공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제조사, IT 서비스 업체 등과 함께 각종 구축형 B2B 사업을 진행해왔다. 환경부의 시설 원격 진단 관리, 법무부의 전자발찌 프로젝트, 보건복지부의 독거노인 관리 같은 공공 수요 중심의 사업과 자동차, 의료 업체와 제휴한 텔레매틱스, 헬스케어 사업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생활 밀착형 사물인터넷이 뜬다!
    생활 밀착형 사물인터넷이 뜬다!
    최근에는 초기 사물인터넷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통신사들이 플랫폼 개발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SKT는 자사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뫼비우스’로 명명하고 세계적인 마이크로칩 설계업체인 영국 ARM사와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KT도 스마트 그리드 중심의 에너지 관리 서비스 구현을 위한 서비스와 플랫폼을 개발 중이며, LGU+도 최근 개방형 사물인터넷 표준 플랫폼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현 사물인터넷 시장 구조에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사업자는 제한적이다. 통신사는 네트워크 제공을 넘어 토털 솔루션과 플랫폼 등으로 사업 확대를 모색하고 있으나, 시장이 B2B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제조사와 솔루션 사업자(SI)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미 통신사는 초기 ICT 융합 시장에서 이 같은 어려움을 경험한 바 있다. 환경, 의료, 교육, 건설 등 타 산업에 ICT 융합을 활성화함으로써 네트워크의 가치 재발견을 기대했으나 실제 사업은 각 산업 분야의 주도적 사업자 중심으로 전개되며 통신사는 부분적인 네트워크 참여에 그친 바 있다.

    사물인터넷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스마트홈의 경우 국내외 사업자 대부분이 홈 허브 등을 활용해 보안, 에너지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중심의 전략을 추진 중이나,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아직 표준도 정립되지 않은 초기 단계의 사물인터넷 시장에서 이 같은 ‘플랫폼 first’전략은 성공을 확신하기 어려우며, 이런 현상은 시범 이후 10여 년째 지지부진한 스마트홈 시장에서 충분히 목격한 바 있다.

    B2C 시장 관점 전환

    여기서 주목할만한 시장의 변화 조짐이 있다. 최근 사물인터넷 시장은 초기 정부 주도의 구축형 공공(G2B) 시장과 민간 구축형(B2B) 시장을 거쳐, 서서히 제품 위주의 일반 소비자(B2C) 시장으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인 IDC의 2017년 사물인터넷 전망에 따르면, 소비자 부문의 매출은 약 2000조 원에 육박해 제조나 공공 부문 등을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사물인터넷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선 소비자 시장의 개화가 필수적인 것이다.

    올해 개최한 세계전자제품박람회 CES와 MWC에서 가장 주목받은 곳은 칫솔, 의류, 양말 등에 사물인터넷이 적용된 생활 밀착형 제품을 전시한 부스였다. 일상의 다양한 물건에 네트워크를 결합한 이런 제품은 개인의 건강과 편의, 재미 등에 초점을 맞춰 구체적이고 이해하기 쉽게 사물인터넷의 가치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초기 단계의 시장을 여는 것은 개인의 일상에 필요한 구체적인 ‘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플랫폼에 대한 니즈는 이 같은 제품이 충분히 확산된 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생활 밀착형 사물인터넷이 뜬다!


    가정에 주목하라

    기존 B2B 시장에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B2C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 소비자 관점의 제품 first 전략이 필요하다. 최근 주목받은 제품들의 경향에서 나타났듯이, B2C 시장 개화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네트워크와 결합한 단순하고 일상에 필요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사업자들은 소비자 관점에서 ‘홈’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스마트홈 사업자들이 진행하는 홈게이트웨이를 활용한 플랫폼 사업은 구체적인 킬러 제품과 서비스가 없는 한 향후에도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가정은 가장 많은 소비자 제품이 존재하는 공간이고 주목 받는 사물인터넷 스타트업의 상당수가 가정 내 제품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10여 년 전부터 스마트홈 플랫폼 사업에 주력해온 구글은 최근 심플한 서비스 디자인으로 소비자 호응도가 높은 온도 조절기 제조업체 네스트랩을 인수하며, 우선 팔리는 제품의 라인업을 강화하는 중이다. 네스트랩의 CEO는 “지금 당장 집에서 혁신적으로 바꿀 물건이 최소 10가지는 된다”고 밝히고 관련 제품 확대를 추진한다.

    급성장하는 사물인터넷 시장의 기회는 거창한 구호나 비전으로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관건은 누가 먼저 번뜩이는 상상력과 창의성으로 소비자 가치를 하나라도 충족할 수 있는 제품을 먼저 내놓을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사업자들은 제품 중심으로의 관점 전환과 강점인 ‘홈’의 전체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품’의 발굴을 통해 B2C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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