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호

전시만 대비하는 한국군 ‘평시작전 달인’ 북한군에 배워라

‘통일의 보검’ 평작권을 활용하라

  • 이정훈 | 편집위원 hoon@donga.com

    입력2014-04-23 09: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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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마’ 하다 당한 한국군, 전면전 대비만 강화
    • 북한군은 전면전 피하고, 평시도발 극대화
    • 중국군 개입 차단하고 평화통일 이루는 법
    전시만 대비하는 한국군 ‘평시작전 달인’ 북한군에 배워라
    북한의 무더기 미사일·로켓 발사와 무인기 사건으로 온 나라가 소란했다. 그러나 충격의 강도는 천안함·연평도 사건만큼은 아니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공격에 의한 직접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무인기 사건을 설명하는 안보 책임자들은 ‘쉽게’ 오만함을 내비친다.

    “북한 무인기가 뭐 그리 대단한가. 우리 대학생 동아리에서 만드는 것보다도 조악한 수준이다. 청와대를 촬영했다지만 구글어스보다 못한 사진을 찍었다. 우리 무인기인 ‘송골매’를 보라. 유치원과 대학원생 이상의 차이가 난다. 잽도 안 되는 것을 갖고 너무 호들갑 떤다.”

    그러나 북한의 무더기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별로 말하지 않는다. “미사일을 저들의 바다로 쐈으니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지 않으냐”는 답변만 할 뿐이다. “무인기를 투입한 북한이라면 미사일도 한국으로 발사할 수 있지 않을까?”란 질문에는 아예 답변하지 않는다. 기껏 한다는 소리가 ‘설마’이다. “그렇게 되면 전면전으로 치닫게 되는데, 김정은이 자기 죽음을 재촉할 전쟁을 하겠는가”라며.

    ‘설마’ 때문에 우리는 여러 번 당했다. 북한의 유고급 잠수정은 침투용이지만 상어급은 공격용 잠수함이다. 유고급에는 수중(水中)으로 공작원을 내보내는 해치만 있으나, 상어급은 어뢰발사관도 갖고 있다. 우리 군은 오랫동안 ‘북한이 공작원 침투를 위해 유고급 잠수정은 투입해도 상어급은 보내지 않는다. 공격 잠수함의 침투는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고 침략이기 때문이다’란 고정관념에 젖어 있었다.

    ‘설마’에 당한 우리 군



    1996년 강릉 해안에서 상어급 잠수함이 좌초한 상태로 발견됐을 때의 일이다. 당일 아침 TV로 현지 상황을 살펴보던 합참의 핵심 간부는 “침투용 (유고급) 잠수정이야. 북한이 공작원을 집어넣으려고 보냈는데 운 나쁘게 좌초한 것이야”란 설명을 반복하다가, “합신조가 (공격용인) 상어급 잠수함으로 판단했다”는 현지발(發) 보도가 나오자, “뭐야! X발~. 전쟁하자는 거야, 뭐야!”라고 당황해했다.

    2000년대 들어 인민군은 유고급보다는 크고 상어급보다는 작은, 어뢰발사관 2개를 갖춘 공격 잠수정을 만들었다. 정찰작전으로 이 잠수정의 실체를 확인한 우리 군은 이를 ‘연어급’으로 명명했다. 그 시기 이란은 걸프 만에 들어와 작전하는 미국 5함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래서 미국 함대에 맞설 요량으로 북한에서 연어급 잠수정을 수입해 ‘가디르급’으로 명명했다.

    이는 외신 보도는 물론이고 이란 해군이 공개한 유튜브 동영상으로도 확인된 사실이다. 그런데도 우리 군은 연어급을 공격형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잠수정이 북한 기지에서 출발해도 상어급이 사라졌을 때 발령하는‘대잠(對潛)경계 태세’를 발령하지 않았다. 그렇게 지내다가 당한 것이 천안함 사건이다.

    그런데도 우리 군은 ‘내 안목으로만 북한군 의중을 판단하는 실수’를 거듭했다. 연평도 포격전이 벌어지기 직전 북한군은 ‘남측의 연습사격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를 보냈다. 천안함 사건 두 달 전에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향해 ‘일제타격식 포사격’(북한식 표현)을 반복했다.

    우리가 예정대로 연습사격을 하자 북한군은 K-9 포대는 물론이고 전 연평도를 향해 일제타격식 포사격을 했다. 북한은 서해 5도 주변을 자신들이 선포한 서해해상군사분계선에 따라 영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니 그들의 바다로 포탄을 쏜 우리 군의 포격원점을 3배로 타격한 것이다. 설마 하다 또 당한 우리 군은 그제야 ‘적이 도발하면 포격원점을 3배로 공격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북한은 연평도 포격전처럼 공개 도발을 할 때는 ‘반드시’ 이유를 만든다. 3월 27일 북한은 군관(장교 2명)과 군무원(1명)이 분명한 이를 어부로 위장시켜 어선을 몰고 백령도 동쪽의 NLL을 넘어가게 했다. 해군은 돌아갈 것을 종용했다. 그런데도 버티고 돌아가지 않은 가운데 해가 저물자, 해군은 어쩔 수 없이 북한 어선을 나포했다.

    나포 당시 3인이 쇠파이프를 들고 덤벼들었기에, 배에 올라간 UDT 대원들은 진압봉을 빼들고 제압했다. 그리고 배를 끌고 가자 북한에서 경비정 한 척이 달려와 NLL을 넘나들며 ‘납치해가지 말라’는 뜻으로 위협 기동을 했다. 조사를 받게 된 3인은 “배가 고장 났다. 귀순한 것이 아니다”라며 돌려보내줄 것을 요구했다.

    긴박했던 3월 31일의 기싸움

    북한이 일련의 계획을 갖고 행동한다고 본 우리 군은 자정 무렵 어선을 돌려보낸다고 통보했다. 그러자 북한군은 해당 수역으로 무려 5척의 경비정을 파견했다. 북한이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들려고 한다고 판단한 우리 군은, 북한 어선을 사전 통보해준 곳이 아닌 다른 수역으로 끌고 가 돌아가게 했다.

    북한은 돌아온 3인을 기자회견장에 내세워 “한국군에 납치돼 폭행당했다”는 주장을 반복하게 했다. 한국군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하려는 의도였다. 그리고 3월 31일 ‘NLL 근처의 7군데로 사격한다’는 통보와 동시에 일제타격식 포사격을 해 100여 발의 포탄을 NLL 남쪽에 떨어뜨렸다. 대부분이 북한 어선이 나포됐던 백령도 동쪽 바다에 집중됐다.

    연평도 포격전을 잊지 않았다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원칙에 충실했다면, 그날 우리 군은 인민군의 포격원점을 향해 300여 발의 포탄을 날렸어야 했다. 그러나 낌새가 수상했기에 자제했다.

    그날 백령도의 중심지인 사곶교회 앞에 북한 무인기가 추락했다. 국방과학연구소의 조사 결과, 이 무인기는 NLL 남쪽 깊숙이 날아온 다음 ‘ㄹ자’ 모양의 북상(北上) 비행을 하며, 소청도-대청도-백령도에 여러 군사시설을 촬영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날 인민군은 ‘사전 통보를 받은 한국군이 K-9 자주포와 구룡 다연장로켓 등을 긴급 방열한 곳이 어디인지’가 가장 궁금했을 것이다. 한국군이 인민군의 포격원점을 때린다면 그들도 한국군 포격원점을 때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우리군의 방열 지점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무인기를 띄웠는데, ‘불행히’도 추락했다.

    그날 인민군은 화력지원정도 출동시켜 발포케 했다. 그리고 무인기를 투입한 시각 미그기를 이륙시켰다. 이에 우리 군이 공중 대기하던 F-15K를 이동시키자 미그기를 되돌렸는데, 이는 우리의 관심을 미그기에 붙잡아두려는 술수였을 것이다.

    당시 우리 군은 속도 빠른 항적(미그기)과 함께 아주 느린 항적(무인기)도 포착했다. 느린 항적이 우리 쪽에 접근했을 땐 화망(火網)을 구성하는 벌컨포도 쐈지만 완벽하게 추적하진 못해 잡았다 놓쳤다 했다. 따라서 F-15K 조종사에게 눈으로 보고 격파하게 했는데, 이 항적이 사라져버려(추락한 듯) 공격하지 못했다. 북한 작전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무더기 미사일 사격의 의미는?

    전시만 대비하는 한국군 ‘평시작전 달인’ 북한군에 배워라
    3월 31일 사태는 북한이 박근혜 정부의 대응 정도를 떠본 노림수일 공산이 높다. 우리는 북한의 꼬임에 말려들지 않았다고 자평했다. 반면 북한군은 3배로 포격원점을 타격한다는 우리의 ‘팃포탯(Tit for Tat) 전략’을 무력화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자평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양측 평가가 갈리면 위기는 또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다시 보아야 할 것이 인민군의 무더기 미사일 발사다. 미사일은 유도(誘導)되지만 로켓과 방사포는 유도되지 않는 차이가 있다. 는 인민군이 무더기로 발사한 로켓과 미사일 기종과 발사횟수, 사거리를 정리한 것이다. 왜 인민군은 이렇게 많은 로켓과 미사일 등을 무더기로 쏜 것일까. 우리 군 간부들의 설명은 대개 이렇다.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등을 거듭해왔기에, 중국도 참여하는 유엔안보리는 6차례 대북제재를 결의했다. 그 때문에 중국조차 북한과는 공식적으로 거래할 수 없게 돼, 북한은 상당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석유 확보가 어려워졌다. 따라서 본래 적었던 공군기의 출격횟수가 최근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 2, 3월은 키리졸브와 독수리연습 기간이었다. 과거엔 한미 공군기가 잔뜩 출격하면 북한도 공군기를 출격시켰다. 그런데 유류 부족 탓에 올해는 거의 띄우지 못했다. 대신 재고 정리하듯 작전수명이 지난 로켓(프로그)을 쏘거나, 새로 만든 방사포(300㎜짜리)를 시험 발사하는 것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분석은 ‘내공이 달리는 북한이 모든 것을 쥐어짜내 겨우 맞선다’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여의치 않아 어선 위장 귀순사건을 일으켜 서해 포격까지 했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이것이 설마 하는 안이한 대처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안보 전문가의 의견이다.

    “2, 3월 위기 때 우리의 대응 정도가 약했다고 판단한다면 북한은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산림지대에 무더기로 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해놓고 ‘동해로 쏘려고 한 것인데 잘못 발사됐다. 미안하다’고 발표하면, 우리는 곤란해진다. 일각에서는 우리도 북한의 산림지대로 미사일을 쏘자고 하겠지만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하면 북한이 핵미사일로 응전해올 수 있다’며 만류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이 먼저 사과했고 한국의 피해도 경미하니 정전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자제하라’고 하면 한국은 꼼짝 못하고 주저앉게 된다. 미사일 공격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되면 북한은 폭약을 실은 무인기를 띄워 테러를 하듯 한국의 이곳저곳을 공격해놓고 시치미를 뗄 수 있다. 이 도발은 북한이 여러 번 언급한 ‘불바다’를 연상시키기에 북한의 흉포함에 질린 사람이 늘어나 우리 사회는 안에서부터 무너질 수도 있다.”

    전작권의 덫

    천안함 사건 후 우리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시기를 2015년으로 연장한 데 이어 재차 연장하려고 한다. 이는 북한의 국지 도발을 전쟁 도발로 봤다는 뜻이다. 한 전문가는 “북한군은 평시작전 전개의 달인인데 우리군은 전시만 대비한다”고 꼬집었다.

    “북한군은 김씨 왕조의 궤멸을 가져올 수도 있는 전면전은 하지 않을 것이다. 휴전선 남쪽으로 인민군을 투입하지 않으면 정전체제 유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미군은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에, 그 선까지의 도발을 극대화한다. 그것으로 한국의 기를 꺾어 스스로 무너지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는 너무 쉽게 말려든다. 전작권 환수 시기 연기를 추진하는 것인데, 이는 한국군에 대한 미군의 통제를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는 평시작전통제권(평작권)의 활발한 활용을 권유했다.

    “한국군은 군사적인 통일은, 한미연합사가 전작권을 행사하는 유사시를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 빠져 있다. 그러나 군사적 통일을 추진하면 중국은 ‘조중(朝中)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에 따라 자동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한반도가 한민족에 의해 ‘자주-평화적’으로 통일되는 것을 인정한다고 했으니, 우리는 평화 시 사용할 수 있는 평작권으로 통일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는 북한이 하는 방법을 따라 하는 것이라 그리 어렵지 않다”

    그는 “탈리오 법칙에 따라 북한이 잠수함 공격을 하면 같은 공격을 하는 것이다. 북한이 우리 영토를 공격하면 포격 원점을 3배로 응징하는 것은 물론이고 김일성 동상 같은 상징물을 격파해버린다. 북한이 무인기를 띄우면, 우리도 송골매가 아니라 허술한 무인기를 대량 제작해 북한 전역에 띄워 삐라를 살포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하면 북한이 흥분해 핵공격 위협을 할 수 있다. 그는 “그것이야말로 불감청 고소원(不敢請 固所願)”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엔 안보리의 최대 과제는 핵확산 방지이니, 북한이 핵무기를 쓴다고 하면 국제 문제가 된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에 ‘미국의 핵무기로 한국을 지켜준다는 확장 억제(extended deterrence)를 하겠다고 했으니 의무를 다하라’, 중국에는 ‘북핵을 막지 않으면 우리도 핵무장할 수밖에 없다’고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과 미국, 중국을 활용하라

    북핵 도발은 유엔 등 국제사회를 동원해 막고, 일반 도발은 우리가 가진 평작권으로 막아버린다면 북한은 막다른 골목에 처한다. 그리하여 군부와 김정은을 정점으로 한 북한 지도부 간의 갈등이 커져 군사쿠데타가 일어나고, 그 쿠데타로 북한이 내전에 들어가 급변사태가 벌어진다.

    그때 유엔이 북핵의 확보와 북한 주민 보호를 이유로 다국적군 투입을 인정한다면, 한국은 여러 나라와 함께 합법적으로 북한에 군대를 투입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전시에 가동하는 작전계획 5027이 아니라, 평시용인 ‘우발계획 5029’에에 따라 북한군을 무장해제하고, 북한에 민주 정부를 세워준다. 이어 최대한의 햇볕정책을 펼친다면, 북한 주민은 크림 반도의 주민이 그랬던 것처럼 주민투표로 한국과의 합병을 의결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중국을 비롯한 외세의 방해를 피해가면서 ‘손에 잡히는’ 평화통일을 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는 “전작권으로는 통일하기 어렵다. 20년 전에 우리 손에 들어온 평작권이 평화통일을 이루는 보검(寶劍)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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