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호

창조경제의 新시장 남수단을 주목하라

아프리카가 부른다

  • 임세진 | 씨아이그룹 대표

    입력2014-04-23 09: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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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가난한 나라 남수단을 인도주의적 관점에서만 바라본다. 하지만 중국, 일본, 미국, 중동, 유럽 국가들은 남수단을 엄청난 자원을 보유한 신시장으로 인식하고 물밑 경쟁을 치열하게 벌인다. 우리의 기술과 산업 발전 노하우를 남수단에 접목해 남수단 국민과 나눌 수 있는 공유 가치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창조경제의 新시장 남수단을 주목하라
    지난해 필자는 사업 파트너와 함께 아프리카 남수단의 수도 ‘주바’를 방문했다. 두바이에서 5시간 비행한 끝에 도착한 주바 공항은 필자가 어릴 적 경험했던 우리나라 시외버스 터미널보다 더 낙후돼 있었다. 공항임을 알게 해주는 것은 몇 대의 비행기와 활주로, 그리고 커다란 가방을 든 사람뿐이었다.

    하지만 누군가를 마중하러 공항에 나온, 북적이는 사람들로부터 도시의 냄새와 넘치는 활력을 느낄 수 있었다. 지루하고 짜증나는 입국 절차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남수단 사람들에게서 아주 가까운 이웃 같은 정감을 느꼈다. 조금은 먼 훗날의 얘기겠지만 희망찬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아름다운 나라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한다면 답답하고 한심한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머지않은 미래의 주바를 상상해보니 밝고 아름다운 그림이 떠오르는 듯했다.

    가난한 나라

    필자에게 남수단이란 국가는 고(故) 이태석 신부님의 인도주의적 희생을 생각나게 하는 가난한 나라 정도의 기억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빛부대가 파견되고 각종 매체를 통해 우리 군의 활동상을 접하면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됐다. 10여 년을 대한민국 육군 공병 장교로 근무하며 전투와 건설 임무를 동시에 수행한 경험을 가진 필자로선 아이디어가 샘솟는 나라로 다가왔다.

    필자는 문득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남수단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살바키르 대통령 측근을 만나 국가 재건 방안에 대해 브리핑한 일이 있다. 대통령의 좋은 반응을 얻어 지금은 세부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구체적으로 진행하는 사업 가운데 하나는 남수단 주요 도시의 물 공급을 주관하는 남수단수자원공사(SSUWC)가 우리에게 요청한 정수 시스템을 비롯한 노후 상수도 파이프 교체 공사 건이다. 2014년 1월 27일과 3월 10일 두 차례에 걸쳐 공식 요청서를 받았다. 현재 국내 시노펙스라는 정수 시스템 전문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특별히 개발한 이동식 정수 시스템 1대를 무상 기부하고, 20대를 추가 구매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더불어 다양한 분야의 요청도 함께 받아 단계별 추진을 검토 중이다.

    그동안 우리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본 남수단을 중국, 일본, 미국, 중동, 유럽 국가에선 엄청난 자원을 보유한 신시장으로 분류해 선점을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수년 전부터 중국은 북수단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하루 35만 배럴 이상의 석유를 수출하고, 금·구리·다이아몬드 등 광산 개발을 위해 광권을 사들이는 데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다고 한다. 일본은 도요타 통상을 앞세워 케냐를 통해 석유를 수입하기 위해 남수단, 르완다, 우간다, 케냐와 협력체를 구성, 연장 1700㎞의 파이프라인 공사를 위한 계약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약 4년 후면 공사를 마치고 하루 100만 배럴 이상의 석유를 일본으로 수출할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 중동 국가들도 남수단의 자원과 잠재된 개발 수요를 먼저 차지하기 위해 앞다투어 물밑 경쟁을 전개한다.

    남수단 내전 기간에 강대국들이 내비친 관심을 보면 그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알 수 있다. 외교부 장관이 직접 나서 협상을 주도한 중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국의 적극적인 외교 활동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어떤 생각과 노력을 기울이는지 궁금하다.

    공유 가치 창출

    우리에게도 향후 남수단 진출에 대한 선례가 될 만한 사업은 있다. 최근 한국 수출입은행이 남수단 정부와 교류를 통해 수도 주바에 건립 예정인 640병상 규모(사업비 840억 원)의 ‘이태석 의과대학병원 건립사업’이 그 예가 될 것이다. 수많은 절차를 거쳐 정부의 지원 방침은 결정됐으나 갈 길이 멀게 느껴진다. 외교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 간 협조가 넘어야 할 산이기 때문이다.

    남수단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실천하며 한국인의 위상을 드높인 고 이태석 신부, 그리고 헌신적인 의료 지원과 공병 임무로 주민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한빛부대 장병의 노고를 빛바래게 해선 안 된다. 중국, 일본 등 기회주의 성향이 강한 강대국들이 거액을 미끼로 아프리카를 유혹하는 방식에 밀려 떠오르는 신흥시장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대한민국은 6·25전쟁 이후 60여 년의 비교적 짧은 기간에 세계가 주목하는 경제 발전 국가로 성장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국토를 개발하고 눈부신 산업 발전을 이루어 세계 10위권의 무역 대국으로 성장했고, 일부 분야에서는 세계 기술을 선도하는 지위를 확보했다.

    ‘사람들은 필요에 의해 무엇인가를 만들고 그것은 때로 삶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낸다. 우리는 그것을 ‘혁신’이라 부른다.’(‘사회 혁신 비즈니스’ 중에서)

    우리는 아프리카 남수단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지난 60여 년 동안 우리가 필요해서 개발하고 수출했던 우수한 기술을 남수단이라는 사회를 혁신하는 데 투자하고 함께 성장해야 한다. 인도주의적인 도움도 필요하겠지만 우리의 기술과 산업 발전 노하우를 접목해 남수단 국민과 함께할 수 있는 공유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가 국가를 재건하고 경제대국으로 발전하는 데 60년이 걸렸다면, 남수단 재건에 우리가 직접 참여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더 좋은 기술을 접목한다면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는 많은 노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준비된 도전과 용기가 뒷받침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와 기업이 나서기 전에 먼저 도전해 이루어내야 한다. 한빛부대가 남수단에서 위상을 굳건히 하며 우리 군의 명예를 드높이고 공유 가치를 만들어가는 데 정부와 기업이 뒷짐만 지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한빛부대는 공병과 의료를 중심으로 편성됐다. 필자는 그들이 왜 그곳에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안다. 단순히 유엔 임무를 수행하는 파병군이 아니라 미래의 성장동력이자 블루오션인 아프리카를 먼저 체험하고 정보를 수집, 축적해 우리 기업이 원활하게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는 국가 전략 차원이어야 한다. 정부는 기업을 선도할 수 있는 정보력과 적극적인 지원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은 성공 전략을 수립해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남수단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현재 유통되는 정보·기술의 융합을 통해 세계 인류가 공유 가능한 가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

    고급 기술을 저가형으로 만들어 저소득층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널리 보급함으로써 기업의 발전과 사회적 기여를 동시에 이루어내야 한다. 국내에서 보잘것없는 기술과 제품도 현지에 맞게 개량하고 개발하면 저소득층의 많은 사람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보물 같은 물건과 시설이 될 수 있다.

    창조와 모방

    필자는 지난해 우리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말할 때 그 뜻이 무엇인지 헤아리기 힘들었다. 하지만 남수단 정부와 새로운 제안을 주고받으면서 바로 이것이 창조경제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창조는 모방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모방은 안전함에서 출발하지만 새로움을 얻을 수 없고, 창조는 불안전하지만 긍정적인 생각과 용기 있는 도전을 통해 새로움을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는 새로움을 꿈꾸고 극한 인내심과 용기로 창조를 이루어내는 사람들에게 아낌없는 협력과 박수를 보내야 한다.

    우리가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 세계 일류가 되기 위해 피땀 흘려 개발한 기술을 더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는 사회 혁신과 새로운 기업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새로운 도전에 한국 정부와 기업이 앞장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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