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비판하는 쪽은 “성차별이 과장됐다”고 주장한다. 2013년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성불평등지수는 186개국 중 27위로 경제력보다 더 나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안 되고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고 하는데, 우리 언론은 ‘여성이 차별받는다’는 내용만 보도한다고 한다. 이렇게 현실을 왜곡하는 뉴스 때문에 여성은 피해의식을 갖고 남성은 피로감을 나타낸다는 이야기다.
여성운동가들은 “유능한 여성이 사회적 고정관념 탓에 차별받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은 아시아 내에서 근대화와 민주화의 최고 모범생이다. 유독 성차별만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은 언뜻 논리적으로 잘 납득되지 않는다. 여성 대통령이 등장했을 리도 없다. 되레 여성을 비판하는 남성들은 한국의 여성운동이 서구와 같은 것인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외래 사상이 들어와 이상하게 변질된 사례가 많다. 사회주의는 북한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세습왕조로 변질됐다, 기독교는 기복신앙으로 변했다. 마찬가지로 여성운동도 이상하게 바뀌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한국 여성운동과 서양 여성운동은 여성의 육체를 다르게 이해한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한국 여성운동은 생리, 임신, 출산과 같은 여성 고유의 생리활동을 신비화하는 경향이다. 동양의 전통의학이 한국 여성운동에 남겨준 유산은 생리휴가 등의 제도화에 대한 집착이라고 한다.

3월 27일 여성 전용 성인쇼인 ‘미스터 쇼’를 찾은 여성 관객들.
서양 여성운동은 해부학적 관점에서 육체를 유물론적으로 이해한다. 서구 여성은 남녀 간 신체적 생김새의 차이는 있어도 신체적 능력의 차이는 별로 없다고 인식한다. 그래서 금녀의 영역을 없애려 한다. 반면 한국 여성운동은 남녀 간 신체의 기능 및 능력 차이를 지나치게 강조한다. 그래서 남자들에게 궂은일을 떠넘기는 것을 당연시한다. 한국 여성운동이 원하는 것은 결과의 평등이다. 남자들과 똑같이 일할 생각은 없지만 같은 연봉을 받고, 같이 승진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비친다.
일부 남성의 관점에서 한국 여성운동은 과잉 보호를 권리로 여기는 오류를 범한다. 이에 따라 점점 나약한 여성이 만들어지며 여성의 사회 진출에도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들 남성은 ‘생리휴가 같은 이유로 일에서 자주 빠지는 근로자를 어떤 고용주가 좋아하겠는가?’라고 반문한다. 한국 여성 가운데엔 세계적 스포츠 스타가 즐비하지만 평범한 젊은 여성은 자기 가방조차 남자가 들어주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가 됐다.
여성을 과보호하는 제도는 여성 사이에서도 모순을 드러낸다. 생리공결제의 시행에는 여자대학부터 난색을 표한다. 2008년 18대 국회가 개원했을 때 여성운동을 지지하는 한 언론은 여성을 배신한 여성의 명단을 공개했다. 여성 보좌관을 뽑은 여성 의원이 별로 없다는 내용이었다. 여성은 기업이 유능한 여성을 차별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고용주가 되면 여성 친화적 직장을 만들지 못하는 경향이다. 여성 스스로도 여성을 뽑으면 마음대로 일 시키기 어렵고 과보호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우리나라는 이미 여성 중심 경제를 운용한 적이 있다. 박정희 정권에서 경제수석을 지낸 오원철은 1960년대까지 여성이 주로 생계를 책임졌다고 증언한다. ‘맏딸은 살림 밑천’이라는 말은 가난한 나라 여성의 신산한 삶을 상징한다. 맏딸은 일하러 나간 부모 대신해 젖먹이 동생을 업어 키웠다. 사춘기가 되면 도시 공장에 나가 돈을 벌어 송금했다. 1960년대 신의 직장은 제일모직이었다. 이 시절 주력 수출품은 여성 노동력으로 만들어지는 가발, 봉제품이었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 중 간호사가 더 많았다. 저개발 단계에서 여성은 경제 주체가 되고 남성은 빈둥거린다.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여성의 사회적 권한이 높게 나타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