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구 의원(충남 부여·청양)은 이 자리에 가장 먼저 꼽힌다. 인사(人事)란 뚜껑을 열어보기 전엔 모르는 법이긴 하지만, 당내 인사 상당수는 “최경환(현 원내대표) 다음엔 이완구”라고 입을 모은다. 이 의원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뢰가 두텁다는 점, 충청 출신이 원내대표가 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 지방선거 격전지인 충청과 중부권에 전력투구해야 하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차기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장을 겸해 6월 지방선거를 지휘한다. 다만, 울산시장에 출마했다 사퇴한 정갑윤 의원(울산 중구)이 5월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에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언론 접촉을 자제하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온 이 의원은 최근 ‘신동아’ 인터뷰에서 유력한 차기 원내대표 주자로서 정국 현안에 대한 진단과 구상을 이야기했다.
“1년 고생하다 완치돼서…”
▼ 건강해 보이시네요.
“뭐, 건강이 정말 좋았는데. 2년 전 다발성 골수염 때문에 힘들었죠. 1년 고생하다 이제 완치가 돼서 괜찮습니다.”
▼ 그때 막 충남지사직 사퇴하고 마음고생이….
“아마 그랬을 거예요. 지사직도 내놓고…, MB(이명박) 정부에 반기 든 사람들 사찰하고 그랬잖아요. 나도 1년 정도 내사를 당했죠. 정치하면서 큰 틀에선 무난하게 해왔어요. 안 그랬으면 견디기 힘들었겠죠. 그런 게 스트레스를 많이 줬을 거예요. 개인적으론 시련이 컸죠.”
▼ 2009년 12월 사퇴할 때 상황이 어떠했나요?
“행복도시 원안과 이 대통령 수정안은 격차가 컸어요. 그런데 이 대통령이 정운찬 총리를 충청 총리로 해서 올코트프레싱으로 밀어붙였잖아요. 조금만 더 가면 뒤집힐 상황이었다고요. 당시 박근혜 대표도 대단히 어려웠죠. 그분 말씀이 ‘당론으로 결정돼도 승복할 수 없다’고 하셨고.”
▼ 수정안이 원안을 뒤집었으면….
“박 대통령도 어려워지고 충청도 사람들도 우습게 되는 거지. 그거 우습게 되는 거 아닙니까, 옳고 그른 걸 떠나서. 대통령이 작심하고 밀어붙이고 총리, 수석, 각료가 충청도 와서 살다시피 하고. 사면초가였죠. 그걸 막을 힘이 뭐가 있겠어요. 유일한 방법은 내가 자진하는 거지. 스스로 사퇴하는 것 외엔 없잖아요. 말로 이러니저러니 항거해도 먹혀들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단식, 삭발도 웃기는 이야기이고.”
▼ 사퇴하고 나니 반향이 있던가요?
“달라지더군요. 도지사가 관뒀는데도 충청도 사람들이 수정안을 수용한다면 더 이야기할 가치가 없는 거죠. 이후 국회에서도 원하는 대로 됐고.”
“여기서 살려고 할 걸요”
▼ 지금 정부 부처들이 세종시로 입주하는데 잘 진행된다고 보나요?
“이 대통령이 상심했겠죠. 이 때문인지 초기 도시 기반시설 조성에 소홀히 한 것 같아요. 도로 개설도 지지부진하고. 연말쯤 37개 기관 1만3000~1만5000명이 입주할 겁니다. 그러면 조금 갖춰지겠는데….”
▼ 어떤 점이 가장 아쉬웠나요?
“도시의 레이아웃(배치)이라고 할까? 우리는 세계적 명품도시를 만들고자 했는데 그런 꿈은 사라졌고…. 우리나라 도시에서 나타나는 전형적 병폐가 백화점 식으로 재연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어요.”
▼ 앞으로 개선 여지가 있지 않을까요?
“글쎄, 너무 진척이 됐던데. 예컨대 정부청사를 가로막을 정도로 고층아파트가 빽빽하게 서 있고. 앞에 아름다운 산하도 가릴 정도고. 겨우 이거 만들려고 이렇게들 고생했나. 이런 엉터리 도시 만들려고. 이렇게 된 건, 비싼 땅값 때문에 수익구조를 맞추려 건설회사들이 위로 올렸다는 거예요.”
세종시를 위해 지사직을 던졌고 이후 당 세종시발전지원특별위원회 위원장까지 지낸 이 의원이 세종시를 호되게 비판하는 것이 의외로 비쳤다. 그러나 그의 말을 짚어보면 세종시가 우리나라의 평균적 도시보다 못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세계 최고 도시 수준에 미흡하다는 의미다. 그만큼 이 도시에 애정이 각별한 것으로 해석됐다.